2019년 트렌드는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는 한 마디로 내 의견과 동일한 정보만 섭취하는 '버블 필터'와 별 것도 아닌 것 크게 보면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도 현미경으로 보듯 미세한 문제도 논란을 만드는 '현미경 비판'이 트렌드인가 봅니다. 오늘 또 논란거리도 안 되는 걸 논란으로 만드는 한국인들의 저력을 확인하게 하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페이스북 봉천동시장이라는 인기 검색어가 있길래 눌러봤더니 이상한 내용의 기사가 보입니다. 페이스북이 그룹 기능을 소개하는 광고인데 놀랍게도 광고 배경이 서울입니다.
서울에 사는 한 외국인 가족인 Every Expat in Korea라는 그룹에 가입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아버지와 딸은 피칸 파이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한국이라서 재료가 어디서 파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에 페이스북 그룹에 피칸 파이에 들어가는 재료인 피칸, 바닐라, 메이플 시럽을 어디서 사냐고 묻습니다.
이에 그룹 사람 중 한 명이 봉천동 시장에 가보라고 합니다.
아버지와 딸은 봉천동 시장에 가서 재료가 어디서 파는지 물어 물어서 찾습니다.
아버지와 딸이 찾은 곳은 실제 봉천동 시장으로 우리 주변에 있는 흔한 전통 시장입니다.
피칸도 샀고 메이플 시럽만 사면 됩니다. 페이스북 그룹에서 진 상점에서 팔거라고 알려주네요.
마지막 재료인 메이플 시럽을 꺼내주는 할아버지! 임무 완수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와 딸은 피칸 파이를 완성하고 퇴근해서 들어온 엄마에게 보여줍니다.
아버지는 페북 그룹 이웃들에게 고맙다고 전하면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서울이 집처럼 느껴진다고 글을 남기고 끝납니다.
이 페이스북 광고가 서울을 미개한 곳으로 묘사했다고?
이해가 안 갑니다. 이게 왜 논란입니까? 기사를 보니 메이플 시럽은 마트에서 파는데 거기서 사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마트에 팔죠. 피칸도 팔 수도 안 팔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페이스북 그룹 사람이 봉천동 시장에 판다는 겁니다. 친구가 거기 있다고 하니 간 것이죠. 친구가 마트에 가라고 하면 마트에 갔겠죠.
그런데 마트에서 메이플 시럽 사는 것과 어렵게 고생고생하면서 친구 이야기를 듣고 사는 것과 어떤 이야기가 더 흥미로울까요? 전 어렵게 구한 재료, 고생해서 얻은 재료로 만든 피칸 파이가 더 맛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게 이야기가 더 풍부하고 광고로 만들기 좋습니다. 메이플 시럽을 근처 편의점에서 사서 만들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봉천동 시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야기는 안 보고 봉천동 시장을 지적합니다.
https://news.v.daum.net/v/20191219150855506
기자들이 자극적인 소재를 찾기 위해서 일부러 논란을 부추기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만 실제로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울을 지나치게 미개한 곳으로 그렸다는 지적을 한 사람들이 있었고 많았습니다.
전 이해가 안 갑니다. 이게 왜 미개하게 그런 것일까요? 그냥 우리 주변의 흔한 전통시장인데요. 그럼 전통시장 가는 사람이나 상인이나 다 미개인들인가요? 아니 저런 풍경은 지방은 더 많은데 지방시장들은 다 미개한 것인가요? 마트는 현대고 전통시장은 미개하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미개한 것은 아니고요.
제가 화가 나는 건 서울을 미개하게 묘사하지 않았는데 미개하다고 억지 주장을 하는 것도 짜증나지만 페이스북 유튜브 계정에서 비추천 테러와 악플을 엄청 달아서 페이스북이 댓글 기능을 꺼버렸습니다. 이게 더 미개한 행동 아닌가요?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하나요?
한국인들은 항상 마트를 가고 쿠팡이나 마켓컬리로 우아하게 택배 배송을 받는 배달의 민족이고 앞서고 미래 지향적인 민족이어야만 직성이 풀립니까? 이런 생각 자체가 구시대적이고 미개한 생각임을 너무들 모르네요. 물론 일부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천박한 시선이라서 좀 짜증이 나네요. 국뽕도 정도 것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