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 되면 내가 본 올해의 영화 중에 가장 좋았던 영화 10편을 선정 발표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그 10편을 다 채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영화를 많이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영화를 많이 못 본 이유는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점도 있고 너무 크게 오른 영화관람료가 부담스러워서 덜 본 것도 있습니다. 게다가 SKT 옥수수 같은 이통사의 동영상 서비스는 매주 수, 토요일에 최신 개봉작을 무료로 보여줍니다. 짧게는 1달, 길게는 6개월만 기다리면 무료로 볼 수 있기에 덜 보는 것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보헤미안 랩소디>같은 좋은 영화는 개봉 첫 날 보곤 합니다. 지난 주말 SKT 옥수수에서는 지난 가을 개봉한 영화 <물괴>를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이미 악평이 많아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괴수 영화가 주는 짜릿한 액션이나 스릴이 조금이라도 있을 줄 알았지만 제 예상과 다르게 올해 내가 본 최악의 영화 2위에 올라버렸네요. 


영화 <물괴>가 최악의 영화 2위에 오른 3가지 이유

좋은 영화가 아닌 안 좋은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지 않는 분들에게 영화 선택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적어봅니다. 


1. 혜리의 발연기

응답하라 1988을 무척 재미있게 봤고 덕선이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아이돌 출신이지만 연기가 너무 좋아서 임시완처럼 좋은 배우가 되길 응원했습니다. 그러나 혜리의 다른 연기 도전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가수 아이유가 이지은이라는 배우가 되기까지 혹독한 비난의 시기가 있었던 것처럼 혜리도 좀 더 연기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 같네요.

혜리가 괴수 영화인 <물괴>에 출연한다는 소리에 미덥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괴수 영화라서 주인공이 혜리가 아닌 괴수에게 이목이 쏠리기에 혜리의 비중이 적어서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혜리의 연기는 영화에 방해가 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더군요. 모두 사극톤으로 말하는데 혜리 혼자 1988년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혼자 현대극 연기를 하는 모습에 눈쌀이 지푸려지고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될 정도였습니다. 나중엔 혜리가 나오는 장면만 나오면 살짝 인상이 써지더라고요. 

다행스러운 건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연기가 그나마 볼만해 집니다. 그럼에도 영화에 민폐를 끼치는 연기가 영화에 악 영향을 줬습니다. 연기 연습 더 하던가 아니면 덕선이 같은 캐릭터만 연기하는 스테레오 타입 배우가 되던지 해야 할 겁니다. 


2. 조악한 스토리와 연출

영화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에 적혀 있는 괴이한 동물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환타지 괴수 영화입니다.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을 폐위하고 왕에 오른 중종(박희순 분)은 자신을 허수아비 왕으로 만든 영의정 심운(이경영 분)을 못마땅해 합니다. 그렇다고 심운을 내칠 수 있는 힘이 있지도 않습니다. 

중종은 인왕산에 물괴라는 괴물이 나타나서 사람을 죽이고 역병을 퍼트린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렇게 흉흉한 사건을 만들어서 중종에 대한 백성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한 영의정 심운의 계락으로 생각합니다. 이에 몇 년 전에 자신의 곁을 떠난 호위무사 윤겸(김명민 분)을 찾아가 물괴를 잡아 달라고 합니다. 윤겸은 딸 명(혜리 분)과 자신의 부하인 성한(김인권 분)과 함께 물괴를 찾아 나섭니다. 

이 물괴 사건은 사실 영의정 심운이 만든 가짜 괴물입니다. 실제 있지 않고 심운의 심복인 진용이 참혹하게 사람을 죽여서 물괴라는 가상의 괴물이 벌인 일이라는 소문을 내기 위해서 만든 사건입니다. 흉측한 일이 한양에서 일어나면 민심이 동요하고 모든 것이 왕의 부덕의 소치라는 소리가 커지면 아주 쉽고 편하게 왕을 다룰 수 있기에 모든 것을 심운이 만든 계략입니다. 


그러나 예고편을 보거나 예고편을 보지 못했어도 포스터에 괴물의 이미지가 있기에 실제 괴물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압니다. 따라서 영의정 계략이 거짓이라는 것을 관객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관객들에게 있어 궁금한 건 물괴가 언제 출연하느냐입니다. 

영화 스토리는 이렇게 한 번 꼬왔지만 이것 말고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이야기로 담겨져 있습니다. 놀랍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구조가 전혀 없습니다. 물괴 언제 나오나 기다릴 뿐입니다. 여기에 온갖 클리셰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물괴가 딸 명에게 꾸에엑하고 분비물을 토하는 장면이나 괴물 영화에서 많이 보던 클리셰가 정말 많이 나옵니다. 

괴수 영화라서 스토리가 복잡할 수 없고 오히려 복잡한 것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이야기가 간단하다니 나중에 하품이 나올 정도입니다. 스토리가 간단하면 편집을 이용해서 연출이라도 잘 해야 하는데 연출도 별로입니다.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긴장감을 느끼게 해야 하는데 영화 <괴물>에서 본 장면의 재탕에 따라하기가 가득해서 긴장감 대신 비웃음만 나오네요. 

혜리가 연기하는 명이라는 캐릭터도 혜리가 연기를 못한 것도 있지만 캐릭터 자체도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명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명의 상대역인 선전관(최우식 분)과의 관계도 어설픈 러브 라인을 넣어서 극의 집중도만 방해합니다. 유일하게 자기 역할을 잘하는 캐릭터는 성한으로 감초 역할이 아주 좋네요. 이건 배우 김인권 덕분이기도 합니다. 


3. 조악한 물괴 CG

한국도 CG 실력 좋습니다. 외국에서 한국 CG팀에 의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심 물괴 CG를 기대했지만 이건 뭐~~ 휴.. 먼저 물괴 모습이 참 비호감입니다. 여기서 비호감이란 괴수라고 해도 강렬한 이미지나 무서운 공포감 등이 느껴져야 하는데 털이 자란 큰 삽살개 같습니다. 외모가 참 정감이 안 가네요. 여기에 물괴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물리적인 감이 좋지 못하니 영화 CG가 아닌 게임 CG 같은 느낌이 납니다. 게다가 물괴라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아주 낮습니다. 물괴의 액션도 딱히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실질적인 주인공인 물괴가 매력이 없다 보니 영화에 대한 집중도도 높지 못합니다. 



박중훈은 한 라디오 프로에서 영화 감독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요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시나리오가 영화의 80%라고 말하면서 좋은 시나리오에서 좋은 영화가 출발하고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요즘 한국 영화가 재미 없는 이유는 좋은 시나리오가 아닌 조잡한 시나리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를 대충 먹기 좋게 가공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에 대한 투자 보다는 유명한 배우 출연료에 투자를 하니 간판만 화려한 음식점에 들어가서 맛 없는 국밥을 먹고 나오는 느낌입니다. 배우 출연료의 10분의 1만 시나리오에 투자하면 이렇게 까지 재미없는 영화를 줄줄이 내놓지는 않을 것입니다. 영화 <물괴>는 한국 영화가 재미 없는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재미없는데 아이돌 출신 배우를 기용하고 연출력도 좋지 못한 감독이 연출을 하니 좋은 영화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올해 내가 본 영화 중 최악의 영화 2위에 오를 정도로 재미가 없네요.

참고로 1위는 목격자, 2위는 물괴, 3위는 상류사회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보이는 물괴는 1개지만 안 보이는 물괴들이 영화를 난장판으로 만들다

썬도그
하단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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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8.11.29 13: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보기를 잘한것 같은데 얼마나 ..하는 생각에 궁금해집니다..ㅋ

  2. 트루맨 2018.12.01 2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나름 재미있게 봤는데.. 몰입도도괜챦았고. 같이 본 아이들도 사극이여도 잼있다는..

  3. 쯔시 2018.12.06 16: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목격자가 최악의 영화라.. ㅎㅎ
    재밌게 본 나는 뭐지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