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사진을 찍고 공유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사진만큼 쉬운 취미나 예술 장르도 없을 겁니다.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꺼내서 셔터만 누르면 되니까요. 그러나 사진이 홍수처럼 밀려오고 밀려가지만 나를 감동시키는 사진은 극히 일부이고 기억에 남는 사진도 극히 일부입니다. 몇몇 사진은 자기 과시용으로 활용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좋은 사진은 남들을 웃게 하는 사진이고 뭔가 느끼게 하고 길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사진입니다. 그런면에서 전 사진작가 JR를 무척 좋아합니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사진작가 JR는 사진을 갤러리나 미술관에 전시하지 않습니다. JR의 갤러리는 화이트큐브가 아닌 지붕, 벽, 계단과 같은 곳입니다. 전 세계의 분쟁 지역을 다니면서 불안에 떨면서 살고 있는 주민들을 촬영한 흑백 사진을 크게 프린팅 한 후 계단, 지붕, 벽에 붙여 놓습니다. 

감동했습니다. 정말 단순한 아이디어인데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주민들의 얼굴을 담은 사진을 크게 프린팅해서 빈민가, 분쟁지역에 붙여 놓자 사람들은 잠시 사진을 바라봤습니다. 사진을 바라볼 때는 총도 배고픔도 사라졌습니다. 이 JR의 놀라운 사진들을 처음 본것이 2012년인데 여전히 JR은 사진을 촬영하고 프린팅해서 벽에 붙이고 있습니다. 

이 35살의 프랑스 사진작가 JR과 누벨바그의 대모라고 불리는 90살의 아네스 바르다가 만나서 흥미로운 사진 감동 다큐멘터리를 하나 찍었습니다. 그 다큐 이름은 바로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입니다. 


90살의 영화 감독 바르다와 35살의 사진작가 JR이 떠나는 

즉흥 사진 여행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아네스 바르다는 90살의 여성 영화감독입니다. 장 뤽 고다르 같이 프랑스에서 일어난 영화 혁명인 '누벨바그'를 이끈 감독 중 한 명입니다. 이 바르다와 세상을 바라보는 거대한 얼굴을 벽에 붙이고 다니는 독특한 사진을 하는 35살의 사진작가 JR이 만났습니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무려 55년으로 2세대 차이가 납니다. 할머니와 손주뻘인 두 예술가가 만나서 수다를 떱니다. 그리고 즉흥 사진 여행을 가자고 합니다. 계획을 짜서 가는 것이 아닌 생각나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프랑스를 돌아 다니다가 자신들의 사진 프로젝트이자 예술 프로젝트를 구현할 장소를 물색하고 사람을 섭외하고 프로젝트를 완성합니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이 즉흥 사진 여행에는 JR의 카메라 트럭이 함께합니다. 이 트럭 정말 신기합니다. 트럭 뒷문을 열면 3분 증명촬영 부스처럼 생긴 곳에 사람이 앉고 사진을 촬영하면 트럭 옆구리로 바로 사진이 프린팅이 됩니다. 사진의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그 사진에 풀칠을 해서 벽에 붙입니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즉흥 사진 여행이지만 어느 정도 주제는 있습니다. 소외된 사람들 또는 평범한 일터, 작은 마을, 항구 노동자 부인 등 평상시에 큰 관심을 받을 수 없는 곳에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을 사람을 사진으로 촬영한 후 크게 프린팅해서 건물 벽에 붙입니다

첫번 째로 찾아간 곳은 폐광 마을입니다. 한 때 탄광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광부였던 마을은 폐광이 된 후 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한 할머니는 자신은 이 마을에서 가장 늦게 떠날 것이라면서 추억이 가득한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을 아쉬워 했습니다. 이런 사연을 들은 JR과 바르다는 할머니 사진을 촬영한 후 크게 프린팅 해서 할머니 집 벽 가득히 붙였습니다. 

자신의 얼굴이 담긴 건물 벽을 보고 할머니는 감동하게 됩니다. 사진은 정말 쉽지만 감동을 이끌기가 쉽지 않은데 JR과 바르다는 가는 곳 마다 사진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감동이 가득하게 만드네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카페에서 근무하는 아주머니를 촬영한 사진은 지역 명물이 되고 이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됩니다. 엄마를 배경으로 아이들이 셀카를 찍는 모습도 인상 깊네요. 이 즉흥 사진 여행은 즉흥이면서 동시에 추억 여행이기도 합니다. 바르다는 자신과 인연이 있는 분과 함께 옛날 이야기도 꺼냅니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은 염소 사진입니다. 한 염소 농장에 방문한 바르다와 JR은 다른 농장 염소들은 뿔이 없는데 이 농장은 왜 뿔이 있냐고 묻습니다. 이에 농장 주인 아주머니는 뿔이 있으면 서로 싸우고 상처내서 생산율이 떨어지지만 사람들도 싸우는데 염소들이 싸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면서 염소에게 뿔은 원래 있던 것이라면서 뿔을 자르지 않습니다.

이 염소 사진을 본 지나가던 분은 세상 모든 것이 생산성과 효율을 우선시 하는 세상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한 화학 공장에 찾아가서 근로자들을 촬영한 후 벽화로 만들어줍니다. 한 노동자가 말합니다 

"예술은 사람을 놀라게 하죠"

맞아요! 그게 예술이에요. 온갖 현학적인 예술병신체로 무장해서 접근성과 이해도를 떨어트리려고 노력하는 예술들은 예술이 아닌 자기 기만적 자기 만족적 행위입니다. 좋은 예술 작품은 만인을 놀라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세상을 환기하는 힘이 있죠. 단순한 아이디어인 거대한 사진 프로젝트. 분명 JR과 바르다가 함께하는 사진 프로젝트는 세상을 놀라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잔잔하지만 묵직한 사진 감동이 이어집니다.

 

이런 사진이 주는 감동과 함께 두 할머니와 손자 같은 예술가의 티격태격도 있습니다. 90살 할머니인 바르다는 JR이 항상 썬글라스를 쓰고 모자를 쓰는 것을 못마땅해 합니다. JR는 이건 내 자존심이라고 주장하면서 관여하지 말라고 하지만 바르다는 이게 참 불만입니다. 그러다 둘이 살짝 싸우기도 하고 바르다가 삐치기도 합니다. 

의견 충돌이야 항상 있는 일이죠. 하지만 예술가의 열정으로 쉽게 화해합니다. 뛰어난 통찰에서 나온 바르다의 언어와 JR의 심플하고 에너지 넘치는 행동이 만나서 사진 여행은 점점 더 풍요로워집니다. 

사진 여행의 마지막 여행은 서로의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여정입니다. 100살의 JR 할머니를 바르다에게 소개하자 바르다는 누벨바그의 거성인 '장 뤽 고다르'를 JR에게 소개 해 주는 여행을 떠납니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영화입니다. 또한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지루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시골 마을과 산업 현장을 찾아가서 필부필부들의 삶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를 벽에 큰 사진으로 벽화처럼 칠하는 그 과정의 감동이 참 좋은 다큐입니다. 두 예술가의 티격태격이 주는 긴장과 예술가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시선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55살의 나이 차이에도 친구처럼 작업하는 모습도 참 보기 좋습니다. 추천하는 사진 예술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보니 사진 중에 가장 촬영하기 어렵지만 가장 빨리 감동을 주는 사진은 사람 얼굴을 담은 사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별점 : ★★★☆

40자 평 : 사진 트럭을 타고 감동을 전하는 55살 차이의 두 예술가가 떠나는 사진 힐링 예술 다큐멘터리.

썬도그
하단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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