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11시 아주 늦은 시간이었지만 <신과함께-인과연> 상영관은 거의 만석에 가까웠습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관객이 꽉 차는 것을 오랜만에 보네요. 연일 관측 역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날씨에 가장 좋은 피서법 중 하나는 영화관람이죠. 휴가철까지 겹쳐서 많은 관람객들이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전작인 2017년 겨울 개봉작 <신과함께-죄와 벌>이 1400만 명이라는 한국 영화 흥행 기록 2위를 기록했었습니다. 전작을 보면서 CG가 완벽하지 않지만 아주 많은 모습에 이런 영화가 한국에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CG가 아주 많았습니다. 액션도 꽤 볼만했습니다. 여기에 영화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눈물샘 폭발로 저를 포함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다만 그 눈물이라는 것이 자극적인 신파라는 것이 개운치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대중적인 재미가 좋아서 주변에 적극 추천했고 추천 받아서 본 사람들 모두 만족했습니다.
또 다른 귀인 수홍을 데리고 지옥 역주행을 하는 <신과함께 -인과연>
전작은 자애롭고 성품 고운 소방관 자홍이라는 귀인을 환생시키기 위해서 저승 3차사인 강림, 해원맥, 덕춘이 지옥 관문을 통과하면서 재판을 받는 내용이었습니다. 2편인 <신과함께 -인과연>은 자홍의 동생인 수홍이 귀인이 됩니다. 귀인은 성품이 고운 사람도 귀인이라고 하지만 제 명을 다 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도 귀인이라고 합니다.
강림(하정우 분)은 수홍(김동욱 분)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주장하면서 지옥 관물을 역주행합니다. 수홍은 1편에서 저승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망나니 짓을 한 원귀라는 죄도 있고 성격 자체가 고분고분하지 않아서 강림을 잘 따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강림은 염라대왕에게 자신의 환생을 내놓겠다면서 수홍을 꼭 환생시키겠다고 합니다. 이에 염라대왕(이정재 분)은 죽을 날이 지났지만 성주신(마동석 분)이 지키고 있어서 저승으로 올라오지 않는 현동 할아버지를 데리고 오라고 합니다. 이에 강림은 해원맥과 덕춘을 내려 보냅니다.
성주신은 현동 할아버지를 데리고 가려는 저승차사인 해원맥과 덕춘을 한 방에 제압하고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어린 현동이 특례입학 할 때 까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명령과 같은 부탁을 합니다. 그런데 이 성주신이 해원맥과 덕춘을 보더니 천 년 전에 자신이 저승차사일 때 둘을 데리고 갔다는 말을 합니다.
해원맥과 덕춘은 천년 전의 기억이 삭제되어서 어떤 이유로 어떻게 죽어서 저승에 올라갔는지 알지 못합니다. 반면 저승차사의 리더인 강림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 하지만 천년 전에 일어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해원맥과 덕춘은 성주신을 도와서 현동의 입학을 돕는다는 조건으로 성주신에게 자신들에게 일어난 과거의 일을 말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밝혀지는 해원맥, 덕춘 그리고 강림의 천년 전 이야기
전작에서 언질만 하고 끝난 궁금했던 저승 3차사 강림, 해원맥, 덕춘의 천년 전 이야기가 2편인 <신과함께 - 인과 연>에서 펼쳐집니다. 이야기는 크게 2개로 나누어집니다. 저승에서 저승 관문을 통과하면서 수홍의 질문에 자신의 과거를 서서히 말하는 강림의 과거 이야기와 이승에서 성주신이 말해주는 해원맥과 덕춘의 과거 이야기입니다.
해원맥은 '하얀 삵'이라고 불리는 고구려 장수로 국경 지역을 지키면서 여진족을 몰살하는 잔인무도한 전사였습니다. 반면 덕춘은 전쟁 고아들을 키우는 유치원 원장 같은 마음 고운 아가씨였습니다. 강림은 고구려 대장군의 아들로 태어나서 아버지를 잘 따르지만 어느날 갑자기 굴러온 거란족 양아들에게 정성과 온정을 쏟는 아버지와 양아들을 미워하고 질투합니다. 이 2개의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뭐 영화 좀 보신 분들은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지 대충 눈치를 채겠지만 눈치를 채도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유머와 드라마는 증가했지만 액션은 전작만 못하다
1편은 지옥 풍경을 그리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그 지옥 풍경을 소개하고 묘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당하고 그 시간만큼 재미도 흘러 나옵니다. 그러나 2편은 1편의 지옥 관광을 할 수 없습니다. 이미 봤던 풍경들을 또 소개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2편은 드라마에 초점을 좀 더 맞춥니다.
2편 <신과함께 - 인과연>은 저승3차사의 천년 전 이야기와 함께 수홍이 사고사로 죽은 것이 아닌 살해 당했다는 사실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여기에 성주신이 지키는 현동이 가족 이야기도 섞입니다. 스토리는 이렇게 3개가 흐르지만 핵심 스토리는 저승 3차사 스토리입니다.
저승 3차사의 과거의 인연을 이야기 보따리에서 서서히 풀어주면서 영화가 진행됩니다. 이 이야기 자체는 꽤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다만 이승과 저승 양쪽에서 천년 전 스토리 이원 방송을 하다 보니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하면 채널을 돌려버리는 듯해서 흐름이 좀 끊기는 면이 있습니다. 지루할 때 변경하는 채널은 좋은 변경이지만 집중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면 화딱지가 나죠. 채널 변경이 부드럽지 못한 것은 무척 아쉽습니다만 이야기가 주는 재미와 힘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1편처럼 최루성 자극적인 신파 소재의 드마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신파도 있긴 하지만 1편은 좀 너무 자극적인 내용이라서 개운한 맛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2편은 쓰고 짜고 맵고 하는 자극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편보다 많이 담백해졌습니다. 전 이 담백한 드라마가 참 좋네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입가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워졌습니다. 흐뭇한 드라마! 2편도 1편 못지 않게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가 강해지다 보니 액션 분량은 줄었습니다. 1편에서는 거대한 CG 괴물들이 넘쳐났고 롯데월드타워의 전투 장면 등등 흥미로운 전투 장면이 많았지만 2편은 이게 좀 줄었습니다. 하지만 1편이 워낙 많은 액션과 CG가 많아서지 한국 영화 전체로 보면 결코 작은 액션 장면은 아닙니다. CG는 1편처럼 조악함이 꽤 보이지만 한국 영화라는 시선으로 보면 꽤 잘 만든 CG들입니다. 전체적으로 CG는 꽤 좋습니다. 하지만 감독 욕심인지 쥐라기 공원의 랩터와 티라노사우르스의 등장 장면은 오마쥬인지는 모르겠지만 안 넣는 것이 나을 뻔 했습니다. 넣어서 헐리우드와 CG 기술력 차이를 더 도드라지게 되었네요. 이걸 바로 긁어 부스럼이라고 하죠
액션은 줄었지만 유머는 증가했습니다. 특히 성주신의 펀드 개그는 꽤 흥미롭네요. 다만 너무 펀드 펀드를 외치고 펀드는 오른다는 좀 엉뚱한 이야기가 나와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결과 좀 달라서 아쉬웠습니다. 유머의 반은 성주신과 해원맥이 담당합니다. 특히 해원맥의 유머는 정말 재미지네요. 배우 주지훈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주지훈이 드라마와 유머 모두 하드캐리합니다.
연기 못하는 배우로 유명했던 드라마 <궁>의 주지훈이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나고 있네요.
여름에 볼 만한 영화 <신과함께 -인과 연>
억울하게 죽은 귀인 수홍은 너무 고생만 하다 죽어서 환생을 싫어합니다. 반면 강림은 수홍을 환생시키면 자신도 천년의 족쇄를 풀고 환생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의 티격태격과 강림의 과거 이야기, 해원맥과 덕춘의 과거 이야기가 서서히 드러나는 재미가 좋습니다. 신파없는 담백하고 깔끔하면서도 힘이 있는 드라마가 이 더위를 잠시 잊게 해줄 겁니다.
액션은 줄었지만 대신 스위스 시계처럼 정교한 스토리 진행과 맞물려짐이 군더더기 없는 재미를 줍니다. 볼만한 영화 <신과 함께 - 인과 연>입니다. 3편이 나올까요? 분위기 봐서는 3편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3명의 저승차사 캐미가 너무 괜찮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