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머리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직접 본 사람도 있지만 책으로 접한 사람도 있고 매일 만나는 사람도 있고 연락이 끊겨서 우연히 만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은 만날 수 없지만 우리의 기억이라는 저장소에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은 우리 머리 속에는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다만 업데이트가 안될뿐이죠. 그런데 떠난 사람을 기억할 때 우리는 좋은 기억으로 떠올릴까요? 아니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으로 기억할까요?


강수에게만 보이는 혼수상태에 빠진 미소

아내와 사별한 보험사 직원인 '강수(김남길 분)'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살아갑니다. 아내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로 강수는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갑니다. 처남에게 멱살까지 잡히고 주먹질도 당하지만 맞아도 괜찮다는 듯 체념의 강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강수에게 VIP 고객이 교통사고를 냈다면서 혼수상태에 빠진 '담미소(천우희 분)'의 대리인과 합의를 보라고 종용을 당합니다. 미소는 시각장애인으로 4살 때 엄마에게 버림을 받은 상처가 많은 20대 아가씨입니다. 혼수상태에 빠져서 대리인이 미소를 대신해서 보험회사와 합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대리인은 처벌을 원한다면서 합의를 해주지 않습니다.


이런 대리인의 강경한 태도로 보험 담당 직원이 바뀌고 바뀌다가 만년 과장인 강수에게 넘어옵니다. 강수는 미소의 돌 사진을 몰래 찍다가 미소가 말을 걸어와서 깜짝 놀랍니다. 강수가 반응을 하자 미소가 더 깜짝 놀랍니다.

미소는 혼수상태인데 미소가 잠을 자면 강수에게만 보이는 미소의 분식이 나타납니다. 이 설정만 보면 판타지 영화입니다. 강수에게만 보이는 미소는 미소가 죽지 않았기에 유령이 아니지만 유령과 비슷한 존재로 강수에게 다가옵니다. 흔하디 흔한 나에게만 보이는 유령 설정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 그냥 그런 흔한 신파 영화 또는 유령 소재 영화가 아닙니다. 시작은 비슷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영화가 담고 있는 강력한 메시지가 폭발합니다.


봄처럼 화사한 미소가 가득한 미소와 만성 슬픔에 젖은 강수가 봄을 만나다 

영화 <어느날>의 전반부 톤은 로맨틱 코미디 톤이 묻어 나옵니다. 시각장애인인 미소가 꿈을 꾸면 분신이 나타납니다. 분신인 미소는 유령같은 존재라서 사람을 만질 수 없지만 대신에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말과 촉감으로만 느꼈던 세상을 보게 된 미소, 미소는 마음씨 좋은 강수에게 부탁을 해서 세상 구경을 합니다.

좋아하던 사람의 결혼식도 지켜보고 저녁 노을도 봅니다. 미소의 환경은 슬픔 그 자체입니다. 장애와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버림 받은 미소. 그러나 미소는 이름처럼 미소가 끊임없이 흘러 나옵니다. 배우 천우희가 참 맑은 미소를 가진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 가장 밝고 맑은 미소를 한다발 선사합니다. 덕분에 보는 저까지 미소를 짓고 봤네요. 강수는 그렇게 슬픔의 강에서 걸어나와서 미소의 환한 그늘 아래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강수는 세상을 처음 보는 미소를 위해서 드라이브를 먼저 청할 정도로 친해집니다. 미소가 나타나지 않으면 서운해 합니다. 강수는 미소의 과거를 찾습니다. 그리고 그 과거에서 미소가 교통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까지 알게 됩니다. 밝은 미소만 짓는 담미소의 미소 밑으로 흐르는 거대한 슬픔을 발견합니다.


영화 후반 상당히 민감한 문제를 감수성 짙은 터치로 건드리다 . 

영화 후반 상당히 민감한 사회 이슈를 건드립니다. 소개를 안 할 수 없기 때문에 스포가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뒤로 버튼을 눌러서 나가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스포를 알고 봐도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강력하기에 알고 봐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어느날>은 후반에 아주 민감한 사회 이슈를 소개합니다. 강수를 통해서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엄마를 다시 만난 미소는 강수에게 간곡한 부탁을 합니다. 혼수상태인 자신을 병수발하는 엄마에게 고통을 주기 싫다면서 가장 행복한 기억을 남겨주고 떠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안락사! 이 문제는 전 세계 정부들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안락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는 안락사를 비범죄화로 판단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습니다. 식물인간처럼 자신의 삶을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이 안락사를 직접 시도하면 한국에서는 범죄가 됩니다. 다만 생명을 연명하기 위한 수단을 방치하거나 투입하지 않는 소극적 안락사 정도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강수는 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수년 동안 간호하다가 가산을 탕진하고 아내와의 관계도 흐트러졌습니다. 수년 간 가족을 병간호하면 사람 자체가 변하게 됩니다. 이는 환자도 간병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병간호의 고통은 안 해보면 모릅니다. 

이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이중고로 돌아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 때문에 고통 받는 모습을 무한정 볼 수 없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고통과 자신으로 인한 가족의 고통을 중단할 수 있는 존엄사가 요즘 사회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국회는 이 존엄사에 대한 논의를 했고 2017년 8월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일명 호스피스법)이 발효가 됩니다. 

이법은 병에 걸린 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에 대한 중단을 가족이 할 수 있는 법으로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입니다. 불치병으로 아내를 수년간 간병하다가 가정도 사랑도 붕괴된 고통을 맛본 강수. 이런 강수에게 미소의 분신은 안락사를 부탁합니다. 


영화 <어느날>의 결말은 호오가 갈립니다. 공감한다는 분도 있지만 엄연한 범죄라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판단은 관객 각자의 몫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제가 불치병에 걸린다면 전 사람이 떠나면 타인의 기억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믿기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떠날 생각입니다. 

영화 <어느날>은 두 주연배우인 김남길과 천우희의 캐미가 무척 좋습니다. 천우희의 상큼한 미소 밝은 미소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후 죄책감에 살고 있는 강수를 연기한 김남길의 연기다 화면 가득 적십니다. 다만 영화 후반에 생각하지 못한 안락사 문제가 도드라졌을 때는 이 영화가 단순한 멜로 드라마가 아닌 사회적 이슈를 담은 모습에 살짝 놀랐습니다.

그냥 그런 로맨틱 영화인 줄 알았는데 이 영화는 흔한 상업 영화와 그 결이 다른 영화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내가 또는 사랑하는 가족 중 한 명이 식물인간이 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영화 <어느날>은 밝은 톤으로 그린 진중한 질문이 담긴 영화입니다. 죽음의 정체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영화 <어느날>입니다


신고
썬도그
하단 박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7.06.12 12: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윤여정의 영화 "죽여주는 여자"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것 같습니다
    좀 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할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