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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추억이 되지않은 8월의 크리스마스

by 썬도그 2007.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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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한석규분)은 상가집에 갔다옵니다. 상가집에서 밤을 세우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초림사진관 앞에 왔더니 어느 아가씨가 문장긴 사진관을 기웃거립니다.

8월의 여름은 땀과 피곤을 내리게 했구  정원은 아이스크림 하나를 다림(심은하분)에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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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누군가가  한국영화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최고로 뽑는다고 저에게
묻는다면  주저없이  이 영화를 가장 먼저 입에서 나올듯 합니다.

대스타인  한석규와 그 당시만해도 그냥 철없는 연예인이었던 심은하의 연기가 인상깊었던 영화
이 영화로 심은하는 대스타의 궤도에 안착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죽음과 삶에 대한  잔잔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이 죽는 같이 개봉한 편지(최진실, 박신양주연)와 내용이 흡사하여 많이 비교가 되기도 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그 당시 편지가 흥행성적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를 앞섰습니다. 그렇다고 8월의 크리스마스가 흥행실패는 아닙니다. 그런대로 많은 관객들을 끌어 모았죠.

10년이 다 되가는 지금 8월의 크리스마스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만  편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아직도 이 영화 음악만 들어도 정원과 다림이 생각나네요.

그 8월의 크리스마스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주인공이 병 걸려 죽어?  뻔한 최루영화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고 다들 봤을것입니다.  저도 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을때 그런영화인줄 알고 봤습니다.
하지만 뻔하지가 않더군요.  주인공이 병원에서 고통스러워서 몸을 뒤트는 모습도 안나오고
사랑하는 여자가  눈물을 쏟아내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은모습을 보고 있지도 않습니다.
죽음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죽음은 삶의 일부로 그려집니다.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는 영화


영화에서는 직설적으로 죽음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귓가에 들릴듯 말듯한 귓속말로 속삭입니다.

텅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정원은 독백합니다

" 내 어렸을 적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텅빈 운동장에 혼자 있는 게 좋았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나도 언젠가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정원에게  사라짐(죽음)이란 운동장에서 뛰어놀다 집으로 돌아감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미 그는 죽음을 실컷 뛰놀다 집으로 돌아감 정도로 여기고 있습니다.

정원의 사진관에 찾아온 할머니가 가족들과 사진을 찍흔후에  독사진을 찍습니다.
"나 예쁘게 찍어줘야 해. 제사상에 놓을 거니까"
정원이 할머니에게 말한다.  "할머니 젊었을 때 고우셨겠어요.  할머니 웃어보세요."
전혀 슬프지 않은 장면일수 있으나  부모님 영정사진을 찍어보신분들은 그 느낌을 아실것입니다.
또한  그런 사진을 찍는 사진가도 알수 있죠.  그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네 죽음이 슬픔만 가지고
있는것은 아닐것입니다.  영화에서 정원은  자신의 고통을  아버지에게 부담시켜 드리지 않을려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죽음의 고통을 참습니다.  하지만  사람인데 죽음을 초월할수는 없겠죠
술이 취한 정원은  먹고죽자~~ 라고 외칩니다.  자신의 죽음도 농담에 실어서 얘기하는 정원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다른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기 싫어서 였을까요?  결국 경찰서에서 정원은 폭발하고
맙니다.  누가 자기보고 조용히 하라고 했냐면서.  어차피 얼마 있으면 조용해지겠지만.. 자신을 몰라주는
세상에 대한 분노였을듯 합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석규 (술먹고 죽자~~~~)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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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


정원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어렸을때 좋아했던 지원을 봅니다.
정원에게는 사랑은 언제나 추억이었습니다.   그에게 사랑이란  과거이 박제된 모습만이 있었죠.
정원은 얼마 남지 않은 삶때문에  또 다른 추억을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사랑이 가장 사랑스러울떄가  사랑과 추억이 잘 버무려져 있을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이런 그에게 사랑이 찾아옵니다.  다림이라는 활달한  주차단속요원의 아가씨
그녀는 주차단속을 촬영한 카메라를 들고  찾아옵니다. 그리고  다림과  정원은 친해집니다.
다른 영화에서 처럼 찐한 키스씬이나 러브씬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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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가장 찐한 러브씬이라면 믿기시나요?  이 영화에서는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도 없고
어렴풋이 서로 사랑을 느낄뿐입니다.

정원은 다림을 사랑하지만  다림이 자신의 죽음을 알게 되서 슬퍼할것을 두려워하고  그걸 모르는 다림은
매정하게 자신의 프로포즈를 받아주지 않는 정원이 밉기만 합니다. 
그 사진관안으로 밀어넣은 러브레터는  정원이 병원에 실려가는 바람에 읽어보지 못합니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는  정원


이 장면이 가장 슬프더군요.
자신이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던 모습 그것도 자동타이머가 끝나갈때쯤 미소를 짓던 정원
나도 저럴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를 보고 나올 당시 너무 작위적이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죽음에 초월할수가 있나..  이해가 좀 안가는데  그후로 삶을 더 살아보고 죽음을 더 겪어보니
이젠 그의 모습이 이해가 가더군요.  몇일전에  포스팅을 멈춘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 내내 이 영화가 또 생각나더군요.   삶만 생각하고 살다가 죽음을 지켜보고  이것도 삶의 일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사진이 걸려있는 초원사진관앞에 다림이 찾아옵니다. 그녀는 정원의 죽음을 알지 못하지만
자신의 사진을 보고 얇게  미소를 짓습니다.  다람을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정원의 메세지가 뒤 늦게 도착
한것입니다.



사진과 사랑의 공통점


이 영화가 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와 닿았던것중에 하나가 정원이 사진이란 소재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것이었습니다. 영정사진, 다림의 사진,   그에게 사진이나 사랑이나 추억이었습니다.
우리가 찍는 사진은 그 찍자마자 바로 과거가 되며 그위에 추억이란 먼지들이 하나둘씩 쌓입니다.


" 내 기억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 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영화속에서 정원의 마지막 독백


8월의 크리스마스가  추억이 되지 않은 이유



이렇게 죽음에 대한 관조적인 영화도 보기 힘듭니다.  나 죽어가요~~ 라고 확성기로 떠드는 다른 영화랑도
다르고요.  두 연기자의 편안한 연기가 너무 좋기도 했습니다.   최고의 두 남녀커플  한석규와 심은하
그 둘은 후에  텔미 썸팅에서도 나오지만  이 영화만은 못합니다.
정말 소소한 이야기를 짜임새있게 보여주면서  관객의 감정선을 잘 이끌어 갑니다(뭐 이 영화보고 졸았다는
사람도 있지만요) 해피엔딩도 세드앤딩도 아닌  개방된 엔딩씬은  많은 생각을 나게 하네요
정원이 죽었지만  다림도 영정사진속 정원도  웃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영화처럼  이 영화도 추억으로 남았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추억이 되지않았습니다. 
영화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깊은 울림을 알려준 8월의 크리스마는 저에게 추억이 되지
않았습니다.


한석규가 가수출신이란걸 알게한 주제가도 듣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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