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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대한 단소리

지하철 막차에서 본 츤데레

by 썬도그 2017.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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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동생하고 술집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주 기분 좋은 술자리였습니다. 시간만 더 있으면 더 많은 이야기를 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카카오 지하철 앱을 켜서 막차 시간을 확인하고 막잔을 비운 뒤에 신사역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2호선을 갈아탄 후에 못 다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타고 보니 2호선 마지막 열차더군요. 예전엔 안절부절 못했는데 요즘은 지하철 앱을 통해서 시간을 알 수 있어서 편하네요.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분이 안절 부절을 못합니다.  

처음에는 무시했는데 조금 지나서 제 뒤에 있는 기관사와 연결이 되는 마이크를 집어 들더군요. 그러더니 다시 내려 놓습니다. 이 마이크는 요즘 참 많이 사용하십니다. 객차가 덥거나 춥거나 해도 이용하시고 잡상인을 신고하는 매정한 분이 사용하는 것도 봤습니다. 

그래서 다시 무시했는데 제 동생이 무슨일 있으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제서야 젊은 여자분이 자신의 스마트폰이 좌석 사이에 빠졌다고 하네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이 빠질리가 있나하고 들여다 보니 객차와 의자가 있는 사이(위 사진에서 신문지 반대쪽 골)가 벌어져 있어서 스마트폰이 빠질 수 있고 실제로 스마트폰이 빠져 있었습니다. 황당하더라고요. 뭐 속으로는 지하철 설계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철이라는 것이 수축 팽창을 하기 때문에 유격이 필요하겠다라는 생각도 동시에 했습니다.

어쨌건 저런 골이 생기지 않게 스펀지나 뭘로 좀 막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 또는 옷에 있던 스마트폰이 저기에 빠질 확률은 높지 않죠. 그러나 그런 일이 발생했고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이니 생각보다 꽤 일어날 것 같더군요.

동생이 마이크를 집어서 스마트폰이 빠졌다고 정확하게 알렸습니다. 그러자 바로 기관사인지 통제실인지 모르겠지만 알겠다고 기다리라고 답변이 왔습니다. 보통 그렇게 신고하면 다음 역이나 다다음 역에서 공익이나 직원이 타서 도와줍니다. 그러나 막차라서 그게 쉽게 이루어질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낮이야 상주 요원이 있지만 11시가 넘은 시간이라서 늦게 대처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마이크를 통해서 스마트폰이 빠진 사실을 알렸지만 5정거장이 지나가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저와 동생은 스마트폰을 꺼낼 긴 꼬챙이 같은 것을 찾았고 얇은 책자 등을 이용해서 스마트폰을 꺼내려고 했는데 오히려 스마트폰이 더 들어가 버렸네요. 이젠 눈으로도 안 보입니다. 당혹스러웠습니다. 도와주다가 오히려 더 큰 일을 낸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전 상태도 꺼내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도와주다가 동생이 내릴 역을 지나친 것은 아닐까 해서 밖을 내다보니 봉천역이 보여서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때 문 앞에 있던 한 젊은 분이 여기가 신림이에요!라고 알려주시네요. 덕분에 동생은 제때 잘 내렸습니다. 

그렇게 젊은 여자분은 지하철 요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자분도 곧 내려야 하는데 조취가 취해지지 않습니다. 카카오 지하철앱을 켜서 시간표를 보여드리며  지하철 요원 올때까지 같이 가시고 반대편 막차 시간을 알려드려서 안심을 시켰습니다. 


그렇게 반 포기 상태에서 제가 내릴 역도 가까워졌습니다. 이때 동생이 내릴 역을 정확하게 알려주신 젊은 남자 분이 의자 끝을 잡고 살짝 들어 보시더군요. 그런데 저 철제 의자가 하단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정되어 있고 철제 의자가 들립니다. 철제 의자가 들리자 스마트폰도 보이더군요.  종이 신문이 있어서 그거부터 제거하려고 했더니 스마트폰이 그 종이 신문과 같이 나왔습니다. 

바로 마이크로 스마트폰 찾았다고 알렸고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습니다. 아니! 철제 의자가 들리면 마이크로 관제사인지 기관사인지에게 알렸을 때 혹시 그 철제 의자 들으면 들리니 열어 보라고 한 마디만 했으면 됐을텐데 그 한 마디를 못하는 건지 모르른 건지 대처가 너무나도 미숙 미흡하네요. 

저 같은 일반인들이야 저 의자가 들리는 지도 모르지만 직원들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이런 경험들이 없는 건지 그냥 기다리라고만 하네요. 뭐 크게 탓할 것은 아니지만 좀 아쉬운 대처입니다.

그나저나 문 앞에 있던 남자 분은 츤데레네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결정적인 한방을 터트려주네요. 츤데레라는 단어를 모르시는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츤데레는 일본 말인데 은근히 도와주는 스타일을 츤데레라고 해요. 한국어로는 비슷한 뉘앙스의 단어가 없어서 젊은 분들 사이에서 많이 써요.

정말 재미있는 경험을 했네요. 그리고 새로운 지식도 알았고요. 다음에 지하철 의자 사이에 뭔가가 빠지면 의자 들어서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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