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영화가 감독이 되면 사진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진이라는 도구는 시간을 매개체로 해서 시간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 순간을 영원히~~~ 코닥 필름의 광고 문구는 최고의 광고 문구가 아닐까 할 정도로 사진의 특징을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사진 참 매혹적인 매체죠. 영화는 사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꽤 있습니다. '오버 더 레인보우'도 있고 '8월의 크리스마스'도 사진의 속성을 잘 이용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사진을 소재로 한 소설은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사진작가가 주인공인 '빅 픽쳐'가 있긴 하지만 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느낌은 아닙니다. 그래서 항상 아쉬웠는데 이 아쉬움을 달래주는 소설을 만났습니다.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저자 '미카미 엔'은 잘 모릅니다. 저자 보다는 제목 때문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표지에 일러스트가 있어서 라이트 노벨인줄 알았는데 그냥 소설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추리소설입니다. 그렇다고 심각하고 과격한 살인 사건이 나오는 추리소설이 아닌 가벼운 추리소설입니다.

소설은 100년 역사를 간직한 고양이가 참 많이 사는 에노시마 섬의 '니시우라 사진관'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2개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서 펼쳐집니다. 책을 펴면 사진학과를 나와서 사진작가의 꿈을 키웠지만 4년 전 큰 실수로 사진작가의 꿈을 접은 미유가 섬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됩니다. 나고 자란 섬을 다시 찾아온 이유는 '니시우카 사진관'을 운영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유품과 사진을 정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진 중에는 찾아가지 않은 사진들이 있는데 이 사진들을 돌려주기 위해 사진을 정리하다가 이상한 4장의 사진을 발견하게 됩니다. 누가 봐도 똑같이 생긴 사람이 찍힌 사진인데 사진의 배경으로 봐서는 모두 다른 시대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시간 여행을 하나? 합성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이 의문은 금방 풀립니다. 할아버지와 똑같이 생긴 손자 근처에 사는 '마도리 미사카즈'씨가 맡긴 사진으로 수령해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사진 정리를 하다가 마도리씨에게 사진을 전해주면서 자신의 4년 동안 일어난 일을 허심탄회하게 말합니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의 영향으로 니콘 EM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던 마유는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자란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나가노 루이'를 알게 됩니다. 루이는 미소년으로 마유의 사진 모델이 됩니다. 누나 동생처럼 친하게 지내던 두 사람은 마유가 촬영한 사진을 소설가인 엄마에게 보여줬다가 루이의 허락을 받고 엄마 소설의 표지 사진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진이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루이는 뛰어난 외모 덕분에 연예인이 됩니다.  그렇게 인기 연예인의 삶을 살고 있던 어느 날 루이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연극 동아리 그룹 SNS에 비공개로 올린다고 한 것이 공개로 올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그 사진은 인터넷에 유포됩니다.

이후 루이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사이비 종교를 여전히 믿고 있다고 인정을 하고 연예계를 은퇴합니다. 루이는 이 모든 것이 마유의 실수로 인한 것이라면서 세상에서 사라집니다. 마유는 이 사건 이후로 사진작가의 꿈을 접고 작은 중소기업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속내를 마도리씨에게 다 털어 놓으니 속이 후련합니다. 


'니시우카 사진관의 비밀'은 이렇게 사진으로 인한 상처를 받은 주인공 마유의 과거 이야기가 전반부에 펼쳐지고 후반부는 이 이야기를 들어준 마도리씨의 사진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너무나 닮은 마도리씨와 할아버지의 얼굴에 관한 이야기가 담깁니다. 후반부의 마도리씨 이야기는 큰 재미가 없습니다. 루이 이야기가 더 궁금했는데 소설은 이 둘을 갈라 놓네요.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흥미를 끊임 없이 유발하는 것은 호기심을 계속 자극합니다. 또한, 희망을 잃어버리고 사는 듯한 여주인공 마유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건을 추리해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살인 사건이 나오는 강력 범죄가 터진 것은 아니지만 사진 유포의 범인이나 4장의 똑같은 얼굴이 각기 다른 시대에 촬영한 사진에 대한 비밀도 담겨 있습니다. 전 이런 추리 보다는 사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은판에 사진을 촬영하던 예전 방식의 사진 현상, 인화나 니콘 EM에 대한 이야기 등등 사진 이야기가 꽤 많이 나와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는데 저자가 사진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는 지 사진에 대한 속성을 깊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다만, 할머니가 돌아가지기 전에 자신의 메시지를 남은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사진을 남긴다는 것이나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같은 뛰어난 증명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확장해 가는 점은 흥미롭네요.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여주인공 마유가 니콘 EM을 사용하는데 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안 레플리카 카메라라고 소개합니다.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는 들어봤어도 레플리카 카메라는 뭔가 했네요. 레플리카는 복제품이라는 뜻인데 니콘 복제품 카메라?가 말이 되나요?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라고 하지 레플리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니콘 EM은 그렇게 부를 수 있겠다 했는데 책 후반 관광객들이 목에 건 일안 레플리카 카메라라는 글을 보고 번역가 또는 저자가 잘못 이해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좋아하지 않아도 가벼운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소설입니다. 수작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신고
썬도그
하단 박스 
카카오스토리 구독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메일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