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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연대의식이 깨진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서 <트라이브, 각자도생을 거부하라>

by 썬도그 2016.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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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2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현 정권의 전대미문의 국정 농단 사태에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넘어 종로 3가에서 을지로까지 가득 매웠습니다. 

분노한 사람들의 물결은 장관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더 놀란 것은 이 거대한 인파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비폭력을 외치면서 폭력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막아섰고 경찰들에게도 수고한다고 다독였습니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때도 시위에 참가했지만 당시보다 더 성숙한 시민의식에 놀랐습니다. 100만 명이 모인 시위는 시위가 끝난 후 쓰레기를 치운 사람들 덕분에 말끔하게 치워졌습니다.

이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이게 바로 연대의식이자 모두가 이웃이라고 느꼈습니다. 1987년 6월 10일 민주화 항쟁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연대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럼에도 한국의 미래는 밝다는 확실한 느낌을 받았고 그 느낌 속에서 미소를 지으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인간성 회복을 위해서는 연대하라고 외치는 <트라이브 , 각자 도생을 거부하라>

<트라이브, 각자도생을 거부하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ABC특파원으로 전 세계 주요 뉴스를 전하면서 '내셔럴 매거진 어워드', '피버디 상'을 수상ㅎ나 저널리스트인 '시베스천 영거'가 쓴 책입니다. 또한, 아프칸 파병 미군 부대의 생생한 전장을 기록한 <레스트레포>와 <전선으로 가는 길>을 제작한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는 이야기꾼입니다. 

특히 <전선으로 가는 길>은 EBS의 EIDF 다큐멘터리 축제에서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어찌 보면 전 세계의 위험한 곳과 고통이 있는 곳을 많이 찾은 작가이기도 합니다. 

'시베스천 영거'가 쓴 책 <트라이브, 각자도생을 거부하라>는 그 수많은 전쟁터에서 느낀 경험과 자신이 가진 현대사회의 높은 자살률과 돈이 많은 사람이 꼭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전쟁터에 있는 병사와 전쟁과 대형 재난 속에서 오히려 행복감을 느끼는 이해가 안 가는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아주 간단한 물음과 그 해답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은 아마존 30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25주에 올랐던 베스트셀러입니다. 
베스트셀러 책 중에는 딱딱하고 두꺼운 책들이 꽤 있지만 이 책은 아주 얇고 쉽습니다. 또한, 주제가 아주 명료해서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이 낮은 책입니다. 


트라이브(TRIBE)라는 '부족'이라는 뜻입니다. 부족? 무슨 이야기를 풀어갈지 책장을 넘겼습니다.
첫 장은 부족의 가치를 말합니다. 이 책의 핵심 부분이자 이 첫 장에서 말하는 주제가 마지막까지 계속 형태만 바뀌어서 계속 말하고 있습니다. 그 주제는 유대감이 가득한 부족의 삶이 현대병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치료제라고 말합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1753년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면서 탄식을 합니다.
"인디언 원주민 아이를 데려다 우리 사회에서 키우면서 우리의 언어를 가르치고, 우리의 관습을 배우게 할지라도, 그 아이가 친척을 만나러 다시 인디언 사회를 찾아가 그들과 산책이라도 한번 하고 나면, 도무지 우리 쪽으로 돌아오라고 설득할 길이 없다네!" "반면 인디언한테 포로로 잡혀갔다가 어찌어찌 풀려나 돌아온 백인의 경우는 우리 사회에 머무르도록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네"

인디언이라는 원주민들과 영역 다툼을 하던 18세기 미국은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원시 부족 사회인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월등하게 앞선 서구 문명은 인디언들의 원시 문명과 비교가 될 수 없고 인디언들을 미국 전역에서 몰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치열한 전투 속에서 서로에게 포로가 발생했는데 이상하게도 인디언 포로들이 된 미국인들은 다시 인디언 사회로 돌아가려고 하고 미군의 포로가 된 인디언들은 다시 인디언 사회로 돌아가면 미국 사회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영국에서 나고 자란 성인들도 인디언 사회를 경험하고 나서는 다시 인디언 부족들에게 돌아가는 현상을 보입니다. 

이런 모습에 미국의 지성인 '프랭클린'은 개탄을 합니다. 우리 미국 사회가 인디언보다 물질 문명은 앞서지만 정신적인 면은 인디언이 높은지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긴 한 숨을 쉽니다. 무엇이 인디언 사회로 돌아가게 했을까요?


#빈부격차가 없고 더불어 사는 부족사회의 가치가 현대 문명을 이기다

자기결정이론이라고 부르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것은 인간이 만족하면서 살기 우해서는 세 가지의 기본 조건이 필요하다는 이론으로 

첫째, 맡은 일에 있어서 자신이 유능하다고 느낄 것,
둘째, 자신의 삶에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
셋째,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가질 것 등이다. 

이러한 가치들은 인간의 행복에 '내재한' 본질적 요소이며, 외모나 돈, 신분처럼 '외재적인'가치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트라이브, 각자도생을 거부하라 53페이지 중에서>

인디언 사회로 백인 포로들이 돌아가는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먼저 인디언 사회는 평등 사회입니다. 백인 사회처럼 여자와 아이들을 하대하는 백인 남성주의 사회가 아닌 모두가 평등합니다. 또 하나는 가진 것이 많지 않아서 빈부격차가 없습니다. 힘쎈 젊은 남자가 먹을 것을 독차지하려고 하면 부족은 생존의 문제라고 여기고 잔혹한 엄벌을 처할 정도로 철저하게 재산을 공동 분배하는 공동 사회입니다.

쉽게 말하면 원시 시대의 공동 보육, 공동 사냥, 공동 분배의 초기 공동체 사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고 그 매력에 다시 인디언 부족으로 돌아갑니다. 저자는 이 초기 원시 공동체 사회가 엄청난 부의 축척을 이룬 현대 문명 사회를 사는 우리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일수록 각종 정신병과 총기 난사와 같은 무책임한 행동,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면서 미국 사회와 가난한 나라의 자살률 비교를 통해서 왜 미국 사회가 병든 이유를 사라진 연대의식 또는 공동체 의식과 높은 빈부격차에서 찾습니다. 이런 시선은 신선한 시선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 경험을 돌이켜 보면 80년대만 해도 마을이라는 개념이 아주 강했습니다. 가난했던 80년대였지만 모두가 가난해서 이웃과의 비교를 크게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또한, 가난했기 때문에 이웃 간의 왕래도 지금도 더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 집에 톱이 없으면 이웃 집을 돌아 다니면서 톱을 구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반대로 우리 집에 있는 망치를 빌리러 오는 이웃도 많았죠.

이렇게 모든 것을 구비하고 살지 않아도 이웃에서 빌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왕래 속에서 물건만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닌 마음과 답례가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집에 톱이 없으면 오픈마켓에서 구매를 합니다. 그리고 거의 쓰지 않죠. 쓸모없는 소비가 늘었습니다. 또한, 아파트가 보편화되면서 이웃과의 왕래도 크게 줄었습니다. 예를 들어 층간 소음으로 수시로 싸우는 존재이자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밀다가 살짝 긁혀도 돈을 달라고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서로 안면이 있고 아는 사이였다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웃으면서 해결할 일을 경찰에 신고한다는 협박으로 마무리 합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삶이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의 저자는 한국 사회를 봤으면 이 책은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의 예를 더 추가했을 것입니다. 미국 못지않게 높은 빈부격차, 세계 최고의 노동강도와  경쟁만이 살길이라는 경쟁지상주의자들이 가득한 나라. 이러니 세계 1위의 자살률을 기록하죠.

저자는 이런 문명 사회의 독을 마을 공동체 같은 부족사회의 지혜에서 해법을 찾으라고 합니다. 이 시선은 새로운 시선은 분명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혜안이니까요. 문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시스템적인 구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왜 부족 사회의 지혜가 현대 문명사회의 해독제인지를 다양한 사례로 설명합니다.


#전쟁과 대재앙과 재난 속에서 느끼는 공동체 의식

독일은 2차대전 당시 런던을 폭격합니다. 일명 '런던 블리츠'라는 작전으로 하늘에서 대규모 폭격을 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절망 속에서 하루 하루를 사는 영국민들의 마음 상태를 조사하고 기록합니다. 당연히 영국 정부는 런던 시민들의 마음이 피폐해져서 자살자가 많아지는 등 자포자기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런던 사람들은 밤에는 오줌냄새가 가득한 방공호에서 지내고 낮에는 교회로 직장으로 출근을 했습니다.이런 일은 대재앙이나 재난을 겪은 지역에서도 보입니다. 대형 지진이 일어난 곳에서도 사람들은 묵묵히 자기 일을 찾아서 자신의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줬습니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죠. 큰 홍수가 난 재난 지역에서 우리 국민들은 정부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돈을 들여서 찾아갔습니다.

지난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건을 떠올려보세요. 사고를 낸 대기업은 뒷전에서 피해액을 줄이려고만 계산기 두들기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국민들은 바닷가에서 기름이 가득한 바위를 닦았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보스니아 내전을 취재한 내용입니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보스니아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면서 지냈습니다. 
콩 한 조각도 나눠 먹었면서 내전 당시 전쟁의 공포를 느꼈지만 내전이 끝난 후의 삶보다 더 많이 웃고 지냈다고 합니다. 

"정말 사태가 드럽게 나빴을 때가 훨씬 더 좋았어"

많은 어르신들이 50~60년대의 궁핍한 삶을 말하면서 지금은 먹고사는 것이 해결된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지청구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과연 먹고사는 것이 해결된 지금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일까요? 저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좀 화가 납니다. 먹고 사는 것 즉 굶어죽는 사람이 없는 사회지만 연대의식이 끊어지고 더불어 사는 유대감이 없는 현재가 더 좋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모두가 가난하게 살았지만 서로 서로 돕고 살던 마을 공동체가 남아 있던 그 시대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나네요. 80년대 학교에서 선생님이 일본은 자살왕국이라서 조롱하고 비난하던 모습이요. 일본은 자살문화가 있는 나라라고 하던 것도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죠. 일본보다 한국이 더 자살을 많이 합니다. 왜 이럴까요? 왜 우리는 이렇게 많이 죽을까요? 자살하는 사람들이 기댈 어깨가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요? 죽기 전에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하고 싶은데 그걸 못하는 사회가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아닐까요? 자살자 줄이겠다고 마포대교 난간을 높여서 기어오르지 못하게 하겠다는 발상이 더 세상 살기 힘들게 하는 것 아닐까요?


저자는 아프칸과 이라크 같은 전쟁터에서 근무한 미군들이 본국으로 돌아온 후 자살하는 전직 군인이 많다는 것이 날조라고 주장합니다. 흔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는 PTSD가 흔히 엄혹하고 참혹한 전장터의 충격 때문에 자살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퇴역 미군들의 자살률은 일반인과 비슷하다는 점과 자살하는 이유가 PTSD가 아닌 전쟁터에서 느낀 끈끈한 유대감의 상실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은 좀 놀랍고 충격적입니다. 전쟁터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전우라는 끈끈한 유대감이 생깁니다. 그 유대감은 윈시부족사회의 모습에서 느낀 강력한 유대감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그 유대감이 없는 미국 본국에 온 후 냉혹하고 각자도생을 하는 현대 미국 사회에서 단절감을 느끼게 되고 그 단절감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퇴역 미군의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소속감이 사라져가는 한국 사회의 해독제는 공동체 의식

사람 각자는 약합니다. 그래서 선사시대부터 공동체 생활을 했고 공동체 생활 속에서 힘이 더 쌘 맹수들을 물리쳤습니다. 인간의 장점은 연대하는 공동체 의식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점점 솔로잉을 하는 늑대와 호랑이처럼 변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행동입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깨진 공동체 의식, 소속감을 느끼려고 하지만 허한 마음을 채울 수가 없습니다. 혼술, 혼밥 등 혼자 행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가 사람들의 정신병을 증가시키고 마음을 병들게 한다고 강력한 어조로 말하는 책이 <트라이브, 각자도생을 거부하라>입니다. 이번 100만 시위에서 10,20대들은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을 제대로 느꼈을 것입니다. 2002년 응원을 경험하지 못하거나 기억에서 희미한 10대들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거대한 공동체를 제대로 느꼈을 것입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 이 흔한 말이 우리 사회를 해독 시켜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책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는 연재가 알라딘과 한겨례21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베가북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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