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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여행서라기 보단 소설집필기 같았던 손미나의 '파리에서 그대가 꽃이다'

by 썬도그 2016.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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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 아나운서를 좋아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경이었네요. 이 당시 손미나 아나운서는 신입 아나운서로 도전! 골든벨이나 가족오락관 9시 뉴스 등 참으로 다양하고 왕성한 활동을 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없지만 당시는 아나운서에 대한 환상도 좀 있었습니다. 

KBS를 대표하는 여자 아나운서인 손미나는 2007년에 결혼을 합니다. KBS에서 퇴사를 해서 자연스럽게 여느 여자 아나운서들처럼 기억에서 잊혀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이혼을 합니다. 이혼 사유는 남편의 직업 때문에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이유 때문이라고 하네요. 

젊은 나이에 돌싱이 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다시 KBS에 입사할 수도 없고요. 뭐 프리랜서 아나운서도 많기에 손미나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좀 안타깝더라고요. 그런데 이 손미나는 여러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놀랍게도 여행 작가가 되어서 돌아옵니다.

2008년에 출간한 '스페인 너는 자유다'는 아직도 기억아네요. 한 편으로는 응원을 하면서 읽었던 스페인 여행기인 '스페인 너는 자유다'는 여행서라고 하기엔 좀 성의 없는 자신의 신변잡기 식의 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여행서라고 하면 여행 정보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에피소드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데 스페인 문화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너무 건성으로 적은 듯 하네요. 그래서 맥아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손미나의 대표적인 여행 서적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 다음에 나온 2번 째 여행서인 '태양의 여행자'가 너무나도 형편 없는 여행서였기 때문입니다. 일본 여행서인데 정말 건성으로 쓴 책 같은 느낌입니다. 여기서 크게 실망을 했습니다. 여행 작가가 된다고 선언을 했는데 정작 필력도 딸리고 재미도 없고 성의도 없는 책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후, 손미나의 책은 읽지 않았습니다. 

삶이 팍팍하고 여행도 자유롭게 가지 못하다 보니 다시 여행서를 찾게 되었는데 마침 손미나의 무료 여행서가 있기에 다시 찾아 읽었습니다. 2008년 이후이니 필력도 구력도 늘었겠지라는 예상을 하고 책장 아니 전자책을 넘겨봤습니다.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라는 책은 2013년에 나온 손미나의 파리 여행서입니다. 그렇게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100페이지 정도 읽다가 여전하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이 책은 파리 여행서라고 하기 애매합니다. 총 4장으로 되어 있는데 3장까지 에펠탑이 보이는 집에서 2년 동안 거주하면서 쓴 거주기입니다. 여행서라면 이곳저곳을 돌아 다니면서 그 장소에 대한 꼼꼼한 묘사와 사진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사연을 잘 녹여내야 질 좋은 여행서가 됩니다. 

그런데 3장까지 파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뭐 그럴 수 있습니다. 파리의 냄새를 잘 느끼게 해준다면야 여행기가 아닌 거주기라고 해도 읽을만한 가치나 재미가 있겠죠. 그런데 아쉽게도 손미나는 자신의 소설 이야기만 합니다. 손미나는 2년 동안 거주하면서 파리에서 만난 이웃들과의 이야기를 잘 풀어냅니다. 손미나 여행서의 장점은 살가운 이웃 또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과의 따뜻한 눈맞춤입니다. 그 따스함이 참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그것 밖에는 없습니다. 

먼저, 파리에 살면서 느끼는 파리 사회와 한국 사회의 비교라든지 전체적인 문화를 통찰하는 통찰이 없는 것은 아닌데 약합니다. 손미나 아나운서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더 이상 읽기가 어려울 정도로 지루합니다. 특히, 소설을 쓰는 과정을 장황하게 씁니다.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는 여행서가 아닌 손미나의 첫 소설을 쓴 소설 집필 후일담을 적은 책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무슨 소설책인가 찾아보니 놀랍게도 2011년에 출간한 소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라는 책입니다. 제가 놀란 이유는 소설이 먼저 나오고 이 책을 2년 후에 썼다는 것입니다. 저는 소설을 쓰고 나서 그냥 그 소설을 쓴 과정을 담는 책을 손미나라는 브랜드 파워로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러다 보니 책은 소설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읽으면 무슨 소설 별책 부록을 읽는 느낌입니다. 

4장에서 프랑스 지방 도시 여행을 하지만 그 여행 과정도 큰 매력이 없습니다. 그냥 프랑스에 살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들을 그러 모아서 급조해서 쓴 듯한 책이네요. 여행작가라고 하기엔 그냥 유명인이 여행가서 쓴 일기 같다는 느낌이네요. 여행팟캐스트도 운영하고 여행에 대한 열정이 많은 손미나. 그 열정을 좀 더 필력에 투자 하면 어떨까 합니다. 사람들이 손미나 책을 읽는 이유가 유명인 손미나 때문이 아닌 책 내용이 좋아서 읽어야 진정한 여행작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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