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가면 쫄쫄이 복 입은 슈퍼히어로들이 점령했습니다. 슈퍼히어로물 영화 재미있고 짜릿하고 좋죠. 무엇보다 선악 구조가 단순해서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쉽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최근에는 선악의 경계가 느슨한 슈퍼히어로가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은 슈퍼히어로물은 선과 악의 구분이 쉽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가지지 못한 초능력을 가졌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우리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 환상으로 가지를 드리우는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궁창 같은 현실을 잊고 환상의 세계에서 기쁨을 섭취합니다. 어쩌면 슈퍼히어로물의 흥행은 현실이 시궁창이라는 현실의 방증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엔 슈퍼히어로는 없습니다. 슈퍼히어로는 없지만 우리가 히어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히어로들을 모시는(?) 전시회가 있습니다.
구 서울역은 문화역서울284로 변신을 꽤 오래전에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화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지 모르는 분도 많네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문화역서울284는 외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주변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인사동 갤러리들처럼 한 번에 다양한 갤러리와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시너지 효과가 나는데 그게 없습니다. 하지만 서울역 고가도로가 인도교로 개통이 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듯합니다.
페스티벌284: 영웅본색英雄本色
10월 20일부터 12월 4일까지 문화서울역 284에서는 페스티벌284의 영웅본색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1호선 서울역에 내리면 거대한 조형물이 보입니다.
<만다라 영웅 -김광수>
이 작품은 김광수 작가의 '만다라 영웅'이라는 작품입니다. 거대한 비계가 있고 그 사이 사이에 사진 액자들이 있습니다.
사진들은 규칙이 있습니다. 먼저 나의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피사체를 촬영합니다. 그 촬영한 사진을 프린팅 한 후에 액자에 넣고 집에서 들거나 거실에 놓고 재촬영을 합니다. 다시 그 사진을 들고 문화역서울 앞 광장에서 촬영을 합니다.
이는 액자 속의 액자라는 사진 프레임 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사진으로 기리고 그 기리는 것을 만인에게 공개하는 프레임 놀이입니다. 산뜩한 아이디어네요
문화역 서울 284, 문화서울역284 항상 헛깔리네요.
영웅본색이라는 전시명은 80년대 히트한 홍콩영화 '영웅본색'에서 따온 이름이네요. 그나저나 영웅본색이라는 영화를 아는 10,20대들이 얼마나 될까요? 또한, 그 영화의 아우라를 알 수 있을까요? 이 전시회를 소구하는 층은 20,30대입니다. 30대들은 모르겠지만 20대에게는 주윤발, 장국영 주연의 영웅본색을 알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데오도란트 타입 - 권오상 작가>
입구에는 사진 조각으로 유명한 권오상 작가의 '데오도란트 타입'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한 3년 전인가 4년 전에 처음 봤습니다. 이 작품은 2D 예술인 사진을 3D로 구현한 작품입니다. 인물을 부분 부분 촬영해서 그 촬영한 사진을 조형물 위에 입혔습니다. 2D를 3D로 변환시킨 작품으로 무척 센세이션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게 영웅이라는 주제와 뭐가 부합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전시회는 사진심리학자로 유명한 '신수진'이 기획한 전시회입니다. 사진심리학자로 사진 관련 서적을 냈고 사진쪽에서는 꽤 유명한 분인데 이분이 언젠가부터 조형예술을 아우르는 예술 총감독이 되었습니다. 변신이라면 큰 변신입니다.
매년 페스티벌284의 총감독이 되는데 전시회 기획력이 썩 나쁘지는 않습니다. 대중영합적인 가벼운 전시회를 잘 엮는 것은 아주 괜찮네요. 사실, 이 공간에서 전시하는 작품들은 너무 순수 예술로만 치우치면 지루하고 인기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중만 생각하고 전시를 하면 너무 가벼워서 깊이가 없고 놀이터 수준이 됩니다. 그런데 그 줄타기를 나름 잘 하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몇몇 작품은 영웅과 무슨 큰 연관이 없어 보이네요.
<파우스트 되기>
1층에는 파우스트 되기라는 전시장소가 있습니다. 여기는 전시장소이지만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 오후 8시 상점이 열리면서 공연을 합니다.
이 공간은 희곡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의 상점입니다. 공연을 참가한 참가자는 스마트폰 주소록에 있는 친구를 팔아서 돈을 얻습니다. 그 돈으로 희곡 파우스트에 있는 문장을 삽니다. 이 문장을 다른 참가자와 교환을 하는 등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서 게임 형태로 진행되는 이 공연은 관객 참여형이라서 신청만 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습니다.
공연 예약은 전화나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지우맨 : 영웅되기 프로젝트 - 장지우>
영웅본색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은 '지우맨 : 영웅되기 프로젝트'입니다. 상당히 키치적이고 대중적인 이 작품은 장지우 작가의 작품입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슈퍼히어로 덕후의 향이 가득 느껴집니다.
슈퍼히어로 아바타 같은 피규어가 가득하네요.
흥미로운 것은 벽에 붙어 있는 책장을 밀면 비밀기지가 나옵니다.
들어가니 비밀기지의 대형 관제센터가 나오네요. 어린시절 누구나 한 번은 꿈꾸었던 그 비밀기지입니다. 아이들은 항상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죠. 그래서 항상 특별 지령을 받고 출동해서 악당을 특별한 방법으로 무찔러서 지구를 구하는 꿈을 꿉니다. 이런 꿈을 그대로 시각화 했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2층에 올라가면 <우리들의 작고도 큰 영웅>이 펼쳐집니다.
<초인을 위한 세례 - 신건우>
신건우 작가의 작품은 그림 위에 부조식으로 입체감 있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성경이나 고대 소설에 등장하는 유명인들입니다.
이 작품은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네요. 금빛 찰랑거리는 머리결을 가진 분이 오이디푸스고 날개 달린 애완동물 같은 스핑크스가 있네요.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가 낸 수수께기를 풀었는데 그 일화를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오이디푸스로 재현했네요.
<가상극장 -장 웨이>
한국 작가들의 작품 속에 유일하게 외국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그냥 유명인들이 초상을 전시한 작품 같아 보입니다. 살아 있는 히어로들이죠.
그런데 이 사진들은 일반인들의 얼굴에서 부분 부분을 뜯어내서 유명인의 얼굴을 만든 작품입니다. 가까이가도 그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리터칭입니다. 작가는 무명인인 우리들의 얼굴들을 조합해서 유명인을 재현하면서 유명과 무명의 경계를 없애 버렸습니다.
2층 쪽방에는 지우맨 슈트가 있네요. ㅋㅋㅋㅋ
<한국의 비틀즈 - 이기일>
2층 가장 큰 공간에서는 비틀즈라는 뮤직 히어로에 관한 작품이 있습니다. 큰 테이블에는 딱정벌레라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수집한 비틀즈 관련 음반, 서적, LP판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고 10대가 되어서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 과거에 히트한 노래들도 듣기 시작합니다. 이때 가장 크게 놀라는 밴드가 '비틀즈'입니다. 비틀즈 음악은 세대와 연도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습니다.
제가 '비틀즈'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가 80년대였는데 60년대 만들어진 비틀즈 음악을 듣고 최신곡인줄 알 정도로 노래들이 상당히 세련되었습니다. 물론 연주하는 악기들은 60년대 70년대 티가 나지만 선율은 귀를 살살 녹게 만듭니다. 이런 밴드가 또 있는데 퀸도 노래들이 주옥같았죠. 아바, 퀸, 비틀즈는 영원불멸의 노래들입니다.
비틀즈 열풍은 국내에 1세대 밴드인 히식스(He6)를 탄생시킵니다. 비틀즈에게 엄청난 영향을 받았네요. 얼핏보면 카피밴드인줄 알겠어요. 정말 촌스러운 그러나 당시는 최선의 패션으로 치장하고 건물 옥상에서 촬영했습니다. 저 뒤로 명동성당이 있는 걸 보니 미도파 부근에서 촬영한 듯 하네요
영화 상영도 합니다. 하루에 5편 정도의 영화를 작은 방에서 상영을 합니다. 영화들은 70년대 이전 영화들이 대부분입니다. 클래식 영화들이네요. 이건 좀 생뚱 맞네요. 차라리 히어로물만 틀어주던지 하지 히어로물도 아닌 그냥 과거 영화를 무료 상영하네요.
전체적으로 엉성한 면도 있고 재미있는 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가벼운 내용이 많아서 지나가다가 잠시 들려서 볼만 합니다. 12월 4일까지이고 수시로 다양한 공연도 하니 홈페이지에서 공연 정보 챙겨서 관람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