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도시 중심에는 현대미술관이 꼭 있습니다. 그것도 역 주변에 있어서 관광객들이 쉽게 들려서 그 나라의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습니다. 그런데 서울은 다릅니다. 서울은 현대미술관이 서울에 없고 과천에 있습니다. 한 강연자는 이런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을 하더군요. 과천은 수장고가 있어야 하고 도시 중심에 현대미술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이 생겨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국립현대미술관 대체미술관이 있었는데 그 곳이 바로 '서울시립미술관'입니다. 물론, 과천현대미술관이나 다른 나라의 현대미술관의 규모에 비한다면 너무 작죠. 그럼에도 이렇게 양질의 공간을 서울 도심에서 만나보기 어려웠습니다. 

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9월1일부터 11월20일까지 2016 미디어시티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습니다.


미디어시티 2016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

미디어시티 2016이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입구에는 무지개가 걸려 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면 DOG DAYS ARE OVER(개같은 날은 끝났다)라는 재미있는 문구가 걸려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작품 중 하나입니다.


입구에는 수장고에 있는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것도 전시 작품입니다. 많은 미술관들이 자신들이 소장한 작품 중 일부만 전시하고 대부분은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시선을 가리는 폭력입니다. 이에 작가는 수장고의 일부 작품을 복도에 꺼내 놓았습니다. 발칙한 개념이지만 유쾌한 생각입니다. 



<일방통행로> 2013, 비디오 8분 40초  신시아 마르셀 & 디아고 마타 마샤두

전시는 1층과 2층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층은 실내 조명이 없어서 무척 어둡습니다. 이렇게 어두운데 작품 설명도 없고 작품명도 어두운 곳에서 봐야 합니다. 게다가 전시회 카달로그에도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없습니다. 그나마 오디오 가이드가 설명을 해주네요. 

제가 흥미롭게 본 작품들 위주로만 소개하겠습니다. 1층에는 눈여겨 볼 작품이 3~4개 정도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 일방통행로입니다. 이 일방통행로는 도로 위를 내려다 보는 시점의 영상이 보여집니다. 한 시위대의 시위 장면을 담은 영상인데 바리케이트 너머를 절대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보통 시위는 바리게이트를 중심으로 시위대와 경찰의 대립을 보여줘야 중립적인데 시위대쪽만 비추면 시위대의 폭력성만 부각시키죠. 전 이 영상을 보면서 한국 언론들이 시위를 담는 태도가 보였습니다. 

왜 시위를 하는지도 적지도 않고 폭력 시위면 그 폭력적인 장면만 비추면서 불법 파업 어쩌고만 나열하죠. 이게 언론인지 공권력의 시녀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제(인간 가면), 2014. 19분, 피에르 위그>

가장 추천하는 작품은 이 작품입니다. 1층 입구 오른쪽 끝방에서 상영하는데 꼭 관람하세요. 이 영상의 배경은 2011년 동일본 지진으로 폐허가 된 후쿠시마 원전 부근 도시입니다. 이 유령도시에서 사람 얼굴 가면을 쓴 원숭이가 등장합니다. 

일본 전통 음식점에서는 원숭이를 이용해서 손님에게 물수건을 주거나 음료수를 가져다 주는 원숭이 종업원이 있습니다. 이를 유튜브에서 본 작가가 인간과 원숭이의 관계를 영상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영상을 보면 원숭이가 우리 같다는 느낌이 많이듭니다. 끊임없이 누군가의 시중을 들어야 하는 반복 동작의 원숭이와 잠시 쉬는 시간에 몸을 다듬는 모습에서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작가는 자연에 대한 우월성과 인간의 필요에 의해 동물이 사용되는 윤리적인 문제를 다루었다고 하는데 전 그것보다 자꾸 원숭이의 행동에서 인간을 보게 되네요.



2층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직진을 하면 커텐이 있습니다. 이를 젖히고 들어가면 작품이 나오는데 거길 지나서 또 긴 복도를 걸어가면 


작은 문이 있습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썰매, 2016, 17분 27초, 김희천>

김희천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나옵니다. 무슨 인디아나 존스도 아니고 작품 보는데 탐험을 해야 하는 수준이네요. 전체적으로 이번 미디어시티 서울은 관람객에 대한 편의를 무시하는 모습이 많네요. 참 세심하지 못합니다. 

이 썰매는 독특한 영상입니다. 인터넷에 개인 정보가 유출된 사람과 유명한 게임 방송 BJ, 신종 자살클럽을 추적하는 방송사의  이야기가 뒤섞여 있습니다. 영상은 서울 어딘가를 질주하는 영상에 VR영상도 섞여서 시종일관 난잡한 영상이 난무합니다. 여기에 욕도 엄청 많이 나오네요. 

가끔 역하고 가끔 놀랍지만 현시대를 제대로 반영한 모습이라서 꽤 흥미로웠습니다. 인터넷 용어가 난무하고 욕과 질주하는 모습. 이게 우리의 현실아닌 현실로 느껴지네요.


2층에는 1층보다 밝습니다. 사진과 영상 매체가 가득합니다.


<여러 개의 버전 (미사일 변주), 2010. 올리버 라릭>

살찍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 거에요. 수년 전에 이란이 미사일 발사를 하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이 사진이 포토샵으로 합성한 사진임이 들통이 납니다. 1개의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았는데 그걸 발사된 미사일로 붙여 넣기 합니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이 합성 놀이에 동참해서 조롱을 했습니다. 

이란과 북한이 이런 이미지 장난질을 아주 잘하죠. 올리버 라릭은 이 이란 마사일 합성 사진을 예술작품으로 또 한 번 가지고 놉니다.



<12. 2015. 차재민>

사회 비판적인 작품도 꽤 있었습니다. 차재민 작가의 12라는 작품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재현합니다. 매년 최저임금이 결정이 되는데 이게 어떤 사람들이 어떤 회의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비공개이기 때문이죠.

이에 작가는 이 최저임금위원회의 12명의 위원들을 상상으로 만들어냅니다. 참 서글프죠. 누군가에게는 생계비에 대한 논의인데 이걸 비공개로 하다니요. 


이외에도 히로시마 원전 인근 마을의 폐허를 담은 사진과 


거대한 설치작품과 


비디오 아트 작품도 있었습니다.



<의상을 입어라. 2016. 주황>

전시회는 3층으로 이어집니다. 갑은 유니폼을 입지 않습니다. 을들이 유니폼을 입죠. 유니폼은 행동을 제약 받고 신분을 표시하는 옷입니다. 현재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유니폼을 입은 노동자들이 학생들이 꽤 많습니다. 자신의 신분을 옷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황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촬영한 후 라이트박스에 넣었습니다. 





<I came for 행복/항복. 함양아>

네온 싸인을 이용한 함양아 작가의 I came for 행복/항복은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깜박이는 네온 싸인에 따라서 행복이 되었다가 항복이 되었다가 합니다. 행복을 포기하면 항복이 되나요?  전 이 작품을 보면서 과연 우리 삶의 목표가 행복뿐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우리 인류의 궁국적인 목표였다면 고대어부터 행복이라는 단어가 있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만들어진지 200년도 안된 단어입니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단어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즉 공리주의자인 벤담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이게 일본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것이 일제시대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인 80년대만 해도 우리 삶의 목표를 행복에 두지 않았습니다. 그냥 행복은 하나의 감정 상태 정도였는데 요즘은 10명중 8명은 추구하는 목적이 행복입니다. 

행복지상주의인가요? 함양아 작가의 작품의 의도는 별개로 전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래서 저에게 물어봤습니다. 넌 삶의 목표가 뭐니? 딱히 대답할 말이 없네요. 

전시회는 낙엽이 지는 11월 20일까지 합니다. 가을 내내 하네요. 좋은 전시회입니다. 어려운 작품도 있고 무성의한 부분도 많지만 그럼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네요. 다 볼려고 할 필요 없고 꽂히는 작품만 보고 나오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가 무슨 뜻이냐고요? 뭐 일본 작가의 소설 <20억 광년의 고독)에서 상상속 화성인들이 하는 말이라고 하네요.  

전시된 작품들의 텍스트 설명은   http://mediacityseoul.kr/2016/ko/exhibition/seosomun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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