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예술가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백남준'입니다. 백남준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84년 새해가 되자 한국을 대표하는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퍼포먼스를 생중계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도 이 방송을 생중게인지는 모르겠지만 1984년 1월 1일 아침 방영을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일어나서 뭔가 모를 뱅뱅 거리는 듯한 영상물을 수 시간 동안 틀어주는 모습에 세상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했습니다.
뭐 어른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백남준이라는 아티스트의 퍼포먼스가 뭔 소리인지는 몰라도 국위선양이라는 것은 알아서 한국에서도 방영을 한 듯하네요. 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오웰은 TV라는 매체가 통제 수단이 되어버린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 1984의 작가인 '조지 오웰'을 말합니다.
조지 오웰이 소설에서 말한 그 1984년이 되었고 TV 보급이 증가 했지만 오웰이 예상한 통제 사회가 아닌 오히려 TV를 통해서 전 세계가 하나가 된 세상을 표현한 것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입니다. 어떻게 보면 '조지 오웰' 디스라고 할 수 있죠. 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유럽과 미국을 인공위성을 통해서 연결한 TV를 이용한 퍼포먼스로 지금까지도 회자 되고 있는 규모가 큰 국제 퍼포먼스였습니다. 덕분에 백남준의 인지도는 올라갔지만 동시에 퍼포먼스 비용으로 백남준은 빚에 시달렸습니다.
백남준은 행위예술가로 시작했다가 세계 최초 '비디오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TV를 매체로 다양한 작품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예술을 구축했습니다. 요즘 10,20대들이 백남준을 잘 알까요? 요즘은 학교에서 미술도 안 배운다고 하는데 관심이 없으면 더 모르겠네요.
뭐 그렇다고 미술 배웠던 세대인 저도 미술 시간에 배운 유명 아티스트는 많지 않고 닥치고 그리만 드립다 그렸던 것 같네요. 그림 그리는 기초도 안 배우고 스케치북에 물감 풀어서 그림만 줄 창 그렸던.. 그런 미술 시간이라면 없애는 게 낫긴 하죠.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6월 14일부터 7월 31일까지 백남준 10주기 추모전인 <백남준 , 플럭서스> 전시회를 합니다. 이 전시회는 백남준 작품을 담은 공간과 백남준의 친구들이 모여 있었던 플럭서스라는 예술가 집단의 전시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백남준 작품들만 소개하겠습니다. 백남준이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백남준을 한국이 키운 예술가라고 물으면 단언컨대 백남준은 한국이 키워낸 예술가는 아닙니다. 그는 철저하게 외국에서 키워진 예술가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을 뿐 그를 키워낸 그릇은 외국이죠.
따라서 우리가 그를 자랑스러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요? 한국 태생으로 해외에서 성공하면 무등 태우고 카퍼레이드 해주는 나라인데요. 미식축구 스타인 '하인스 워드' 광풍을 보면서 전 많이 울쩍해졌습니다. 이 나라는 성공한 한국 태생 이방인들만 좋아한다는 것을요.
전 한국인 백남준으로 인기를 얻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작품은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백남준 작품은 독창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TV가 일상재가 되어가던 1960년대에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이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명성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이지라이더, 1995년>
해외에서 큰 명성을 끌던 백남준은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으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현대미술관 과천관 입구에 있는 다다익선이라는 작품을 보면 그의 작품의 기이함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대중 매체인 TV를 예술의 소재로 활용하는 백남준 작품은 꽤 다양합니다. 이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이 작은 규모의 작품들입니다.
이지라이더라는 TV모니터를 이용해서 오토바이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오래된 브라운관이 가득 붙어 있습니다.
백남준 작품은 이렇게 브라운관을 이용하기 때문에 유지가 꽤 어렵습니다. 저 브라운관 고장나면 새로운 브라운관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요즘 브라운관 구하기 어렵잖아요. 그렇다고 디지털TV로 바꾸면 작품의 뉘앙스가 확 바뀌기에 그러지도 못하죠.
<암페어, 1992년>
백남준은 1996년 뇌졸증으로 왼쪽 신경이 마비되어서 휠체어를 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남준은 이후에도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합니다.
TV를 이용한 아티스트 백남준, 저도 한 때 TV 중독자였고 TV 브라운관에 묻혀서 산 적도 많습니다. 아마 TV 싫어하는 현대인들이 거의 없죠. 제가 느끼는 TV의 매력은 현실이라는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시각적 마약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TV에서 하는 드라마 예능 그거 다 판타지잖아요. 현실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 뉴스요? 뉴스도 판타지 요소가 많죠. 특히나 요즘 같이 자극적 요소가 흥행과 돈이 되는 시대에서는 현실을 왜곡하거나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판타지를 만들기 쉽습니다.
삶이라는 것이 현실이 팍팍하면 자꾸 판타지를 찾게 됩니다. 요즘의 저는 TV 중독에서 벗어나서 책 중독과 영화 중독에 빠졌습니다. 평생 현실 잊기 중독에 살 것 같네요. 술도 일종의 부분 마취제 아닐까 하네요. 단기 기억 상실, 단기 판타지 극장
<백남준, 금붕어를 위한 소나타>
이 작품은 TV 수상기 안에 물고기가 있습니다.
백남준 작품인지 아니면 제목에 백남준이 들어간 것인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재미있는 작품이네요
<백남준, 시집 온 부처>
이 작품을 보니 알겠네요. 둘 다 백남준 작품인데 미술관이 아닌 다른 분들이 소장한 작품을 잠시 대여 전시를 하는 작품 같네요. 백남준은 참 재미있는 작품 제목들이 많습니다. 세상을 비트는 위트가 아주 좋은 작가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백남준 작품명 중에 <달은 가장 오래된 TV>를 보고 고개를 바고 끄덕였네요. 밤마다 상영하는 달이라는 모노 드라마
<TV 부처, 1992>
인터뷰 하는 부처님? 이 얼마나 빠릿빠릿한 발상이에요. 어쩌면 백남준은 TV라는 허상을 이용해서 현대 문화 비판을 적극적으로 한 작가입니다.
백남준 전시회 꽤 흥미로운 전시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습니다. 위트가 있는 백남준 전시회. 꼭 제목을 챙겨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