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많은 정책 중에 가장 제가 인정하고 좋아하는 정책 중 하나는 '문화가 있는 날'입니다.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가 있는 날'을 통해서 문화 소외계층과 문화를 향유하려면 사람들에게 문화의 문턱을 낮춰주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아직도 '문화가 있는 날'이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서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영화를 5천원에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전국 주요 박물관이나 고궁은 입장료가 무료이고 미술관도 무료 관람입니다. 따라서 평소에 보고 싶은 영화나 전시회 고궁을 보다 싼 가격이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 좋은 '문화가 있는 날' 덕분에 가뜩이나 문화 생활하기 좋아하는 저에게는 날개를 달아 주었네요.
어제가 5월의 '문화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 '문화가 있는 날'에 덕수구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공연(?)이 있었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이라서 5,000원에 엑스맨 아포칼립스를 관람하고 덕수궁으로 향했습니다. 덕수궁은 다른 고궁과 달리 매일 야간 개장을 하기 때문에 생경스러운 풍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밤이 더 아름다운 고궁입니다.
특히, 보기드문 2층 전각인 석어당에도 불이 들어와 있네요. 석어당은 단청이 없는 건물로 생활 공간이었습니다. 인목대비가 폐위되어서 유폐되었던 곳이자 선종이 승하한 곳이기도 합니다.
바로 옆 침전 건물인 즉조당에서 불이 들어와 있네요. 한옥은 내부에 불이 있어야 더 아름다워요. 유리가 아닌 창호지를 통해서 나오는 은은한 빛이 연등 같이 아름답습니다.
석어당과 즉조당 그리고 높은 고층 건물이 잘 어울리네요. 출사하기도 좋은 곳이죠
8시 20분이 되자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공연은 덕수궁 미디어파사드입니다.
미디어파사드란 미디어와 파사드를 결합한 용어입니다. 미디어는 잘 아실테고 파사드는 생소할 겁니다. 건물 전면을 건축용어인지는 모르겠지만 파사드(Facade)라고 합니다. 건물 전면인 파사드를 스크린 삼아서 빔 프로젝트로 맵핑한 것이 미디어 파사드입니다.
덕수궁 석조전을 스크린 삼아서 하는 이 '미디어파사드'는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많이 활용했습니다. 고풍스러운 르네상스 시절의 고딕 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 외벽의 굴곡을 3D로 측량한 후 그 측량한 굴곡에 따라서 영상을 디자인하고 편집해서 고딕 건물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담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덕수궁 석조전 기둥 하나 하나에 색을 입히고 가상의 공간을 모습이 아주 환상적입니다. 참고로 이 석조전은 서양식 건물이라서 일제가 만든 건물로 아는 아는 분들이 있는데 아닙니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설립한 후에 영국인 하딩과 로벨에게 설계를 의뢰해서 만들어진 대한제국 건물입니다.
석조전은 동관과 서관이 있는데 둘 다 석조전으로 보시면 됩니다. 지금 보고 있는 석조전은 동관입니다. 서관은 덕수궁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건물 예쁨도는 동관이 더 좋죠.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로 로마 시대의 향이 가득 피어나는 건물입니다.
미디어파사드 내용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조명한 영상 같네요. 덕수다방시절인 70년대를 지나 군부정권인 80년대도 지납니다. 그러나 명확하게 시대를 보여주지는 않네요. 덕수다방이 뿌려지자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가 나오더니 탱고 음악이 나오면서 석조전에서 춤꾼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저것도 빔프로젝터로 만든 영상물인가 했는데 놀랍게도 진짜 사람입니다.
전체 공연 길이는 10분에서 15분 길이로 길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느끼고 황홀경으로 만드는데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공연은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단이 함께 만든 공연으로 5월에는 24일부터 26일까지 개최했습니다. 반응이 좋아서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에 공연을 한다고 하네요.
다음달 '문화가 있는 날'에 동글뱅이 쳐 놓고 직접 눈으로 감상해 보세요.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데 선착순 입장이고 서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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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그대로 떠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