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그림 대작 사건이 결국은 검찰이 나서서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 처리가 되었네요. 전 이 사건을 보면서 한국 대중들의 미술에 대한 시선을 제대로 봤습니다. 그 시선이란 빵덕 모자를 쓰고 캔버스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그린 그림만이 정답이라는 시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조영남을 비난합니다. 그런데 이 조영남 대작 사건은 여러가지 생각해 볼만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 생각할 것들을 친구와의 대화체로 풀어보겠습니다.
친구 : 조영남은 그리 염치도 없냐? 조수 시켜서 그림 그리고 비싼 가격에 팔다니. 미술계의 수치야
나 : 그런데 요즘 미술가나 예술가 심지어 사진가도 자신이 찍지 않고 조수가 그리고 촬영하기도 해
친구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사진가 중에도 있어?
나 : 많지는 않지만 있긴 있지. 특히 규모가 큰 사진이나 연출 사진 촬영할 때 셔터를 꼭 사진가가 눌러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친구 : 이해가 안 가네. 어떻게 그림이나 사진을 조수가 그리고 촬영하게 해
나 : 저 현수막 봐봐. 저 아티스트 누구인지 알어?
친구 : 미스터 브레인워시전? 저게 사람 이름이야?
나 : 이름은 아니고 닉네임인데 세계적인 팝아티스트야. 드디어 한국에서도 전시를 하네. 아 잘됐다 이 사람이 조영남의 대작 사건에 대한 변명의 설명을 해줄 수 있겠다
나 : 이 미스터 브레인워시가 어떤 사람인지를 넘어서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 지를 담은 다큐가 있어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에 자세히 담겨 있어 근 5년 동안 본 다큐 영화 중에 최고의 영화야. 이 다큐는 얼굴을 가닌 낙서 화가인 뱅크시가 나와
친구 : 뱅크시가 누구야?
나 : 영국인인데 쥐 낙서 그림으로 유명해. 길거리 벽에 스텐실 틀을 놓고 락카로 뿌리는 그래피트 화가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워낙 풍자가 뛰어나서 세계적인 거리 화가가 된 사람이야.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는 원래 뱅크시를 담는 다큐를 만들다가 거꾸로 뱅크시를 촬영하던 사람의 다큐가 되어버리는 코믹 다큐야.
아무튼, 뱅크시를 흠모하는 '티에리 구에타'라는 L.A에서 구제 바지 팔던 사람이 있었어. 이 사람은 비디오 광인데 모든 것을 비디오 테이프로 기록해. 특이한 사람이지 그렇게 티에리는 뱅크시와 다른 그래피티 화가들을 쫒아 다니면서 그들이 벽에 그림을 그리는 모든 것을 촬영해. 그렇게 몇 년을 쫒아다니다가 뱅크시가 한 마디해
"너도 그래피티 해봐라"
원래 목적은 뱅크시가 티에리가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를 뒤져서 다큐를 만들 생각이었고 티에리가 방해가 되니까 바람을 넣은 거지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져. '티에리 구에타'는 진짜 그래피트 화가가 된거야. 자신감이 붙었는지 아예 팝아티스트로 변신을 해. 닉네임도 만들었지 '미스터 브레인워시' 보통 MBW로 알려져 있어.
그리고 L.A에서 대규모 전시회까지 기획해. 미술 경력? 절대 없지. 미술학과 나오지도 않고 웃긴 것은 대규모 전시회를 하는데 자기 포장을 아주 능숙하게 해. 뱅크시가 보내준 주례사 같은 전시회 축하 서문을 인용해서 대형 현수막을 걸고 방송국 인터뷰까지 하면서 새로운 아티스트라는 인기를 얻게 되지.
그렇게 전시회 장소와 전시일이 가까워지는데 이 사람 자기 작품 어떻게 만드는 줄 알아? 모든 것을 미술전공 디자인 전공 학생들을 고용해서 막 만들어내. 인터넷에 돌아 다니는 사진이나 이미지를 엔디 워홀처럼 변형 시키고 크게 프린트 한 후에 그 위에 락카를 칠해
팝아티스트 + 그래피티 =미스터 브레인워시라는 개념을 창조하지.
다큐를 보면 이 MBW가 이리저리 다니면서 즉석에서 작품을 대량 생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마치 공장 같아.
너라면 이런 게 예술이라고 느껴지냐?
친구 : 장난해? 그게 무슨 예술이야. 장난이지
나 : 응 나도 그 부분에서 깔깔거리고 웃었다. 예술은 사기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야. 경력 하나 없는 사람이 대형 전시회를 하고 언론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 사기극이 밝혀지면서 끝나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다큐 마지막은 내가 생각한대로 사기극이 밝혀지면서 끝나지 않아. 오히려 이 다큐 때문에 이 '미스터 브레인워시'는 더 인기스타가 되어서 한국에서도 전시회를 하게 되었어
<Michael Jakson ‑ Life is Wonderful>
나 : 너 '미스터 브레인워시의 위 그림이 얼마 짜리일 것 같아. 마돈나 머리에 마이클 잭슨을 합성한 그림인데 앤디 워홀 풍이야
친구 : 이런게 팔리냐?
나 : 2009년에 영국 필립스 경매하우스에서 3만 5천달러(약 4천만 원)에 팔렸지
<‘Charlie Chaplin Pink, not dated>
나 : 대형 현수막에도 걸린 이 작품은 놀라지마라 122,500달러(1억 4천만 원)에 팔렸어. 이 미스터 브레인워시는 세계적인 팝아티스트야. 전 세계에서 전시하자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그럼 다시 조영남으로 돌아가보자. 우리가 조영남을 욕하는 것은 그가 직접 그리지 않고 조수 시켜서 그렸다는 것 때문이잖아. 그런데 이 '미스터 브레인워시'도 자기가 만드는 것 없어. 다 조수 시키지. 그는 그냥 총 감독 같은 역할을 해. 물론 락카칠 같은 것은 직접 하기도 해. 그런데 이 사람이 무슨 미술적 소양이 있어서 하는 거겠어? 그냥 막 뿌리는 거지.
아무튼. 이 '미스터 브레인워시'는 세계적인 팝아티스트가 되고 왜 조영남은 욕을 먹어야 하지? 조수를 시켰다고 욕 먹는다면 이 사람도 욕 먹어야지. 그런데 봐봐 이 사람에 대해서 언론들이 조수 시켜서 작품 만든다고 물어 뜯지 않잖아. 왜 그런걸까?
친구 ; 에이 그건 니 생각이지 난 이 사람 처음 들어 보는데
나 : 그럼 너 '앤디 워홀'은 알지?
친구 : 응. 이름은 들어봤어.
나 : 그 사람 작품도 대부분이 조수들이 만든거야. 최근 가장 핫한 현대 예술가인 '데미안 허스트'도 그렇고 허스트 같은 경우는 자기가 아이디어도 내지 않고 모든 것을 조수에게 맡긴다는 소리도 있어.
친구 : 다 현대 예술 그것도 팝아티스트 같이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는 예술가나 그렇지 조영남은 화가잖아.
나 : 그럼 전통적인 화가라고 하는 사람의 예를 들어보지. 바로크의 거장 루벤스 알지? 이 루벤스도 조수들이 그림을 그린 그림들이 많아. 워낙 주문이 많다 보니 공장장처럼 조수를 대거 고용해서 그림을 마구 그렸어. 얼굴과 손 같이 중요한 부분은 자기가 그리고 다른 부분은 조수들이 그렸지. 렘브란트도 마찬가지야.
친구 : 진짜야?
나 : 난 대중들에게 각인된 화가라는 이미지가 인상주의 화가들이라고 생각해. 들판에 나가서 해지는 노을을 배경 삼아서 빠른 붓놀림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또는 실내에서 장시간 동안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들을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고 봐. 그런데 현대 미술은 중세나 인상주의 미술과 달리 누가 그리느냐 보다는 누구 아이디어냐가 중요한 미술이야. 그래서 개념 미술이라고도 하지
<마르셀 뒤샹의 샘>
개념 미술의 시작은 1917년 '마르셀 뒤샹의 샘'이 시작이라고 봐. 뒤샹은 남자 소변기를 가게에서 사와서 전시회장에 누워놓고 이걸 샘이라고 명명했지.
친구 : 저게 작품이야?
나 : 응. 기성품을 오브제로 이용한 작품이지. 이 작품 이후로 미술은 크게 변하게 돼. 화가들은 사진이라는 그림보다 더 뛰어난 재현성을 가진 재현 매체가 등장하자 사람의 머리 속을 표현한다는 표현주의를 지나서 추상주의로 넘어가 버렸어. 그리고 이 샘이라는 작품 때문에 기성품을 이용하거나 화가나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제작하는 것이 아닌 개념 즉 아이디어만 있으면 그걸 재현할 조수나 테크니컬 어시스트를 고용해서 작품을 만들곤 해.
친구 : 이게 관행이라는 소리네.
나 : 조영남이 미술계 관행이라는 소리가 헛소리는 아니지.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야. 다만, 조수가 그린 그림이라고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아쉽지. 그런데 미술평론가들은 또 다른 말을 해. 전 세계 미술가 중에 조수 고용해서 작품한다고 떳떳하게 밝히고 하는 사람 많지 않다고 해. 다들 그렇게 미술을 하는데 조영남만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지
나는 분명히 대중의 시선과 미술전문가와 관계자의 시선의 차이가 크다고 봐. 솔직히, 일반 대중들은 현대 미술을 잘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그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관심이 없어. 그래서 현대미술전보다 인상주의 화가 미술전 같이 누가 봐도 알기 쉽고 보기 좋은 미술전만 줄기차게 하잖아. 대중이 현대 미술을 외면한 사이 현대 미술, 또는 현재 미술은 크게 변화했어.
친구 : 그럼 나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예술가겠네
나 : 그렇지. 무슨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친구 : 개나소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구나
나 : 비아냥으로 들리는데? 하지만 그게 현실이야. 그런데 아이디어만 있다고 예술할 수는 없고 돈이 있어야지. 내가 보기엔 미술계를 움직이는 것은 콜렉터 같은 돈 주고 사는 사람들 즉 자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친구 : 그래서 넌 조영남의 관행 소리를 옹호한다는 소리야?
나 : 그 말은 맞는 말이지. 다만 그 관행을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그 관행을 모르고 샀다면 사기 당한 느낌이 들겠지. 이 부분은 또 다른 논란이고 이야기 하자면 길어. 다만, 조용남의 대작은 관행이라는 소리는 맞다고 생각해. 직접 그리던 테크니컬 어시스턴트를 쓰던 그건 화가 맘이지.
니가 즐겨 보던 허영만 만화가 허영만이 다 그린 것도 아니잖아
친구 : 아! 그렇긴 하지. 그래도 허영만이 감수를 하잖아
나 : 내말이.. 현대 미술은 점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작품을 감수하는 감수자 또는 감독자가 되어가고 있어. 특히, 인기 많고 잘 팔리는 미술가들은 많은 수요를 혼자서 공급하지 못해. 그러다 보니 공장 형태로 조수들을 고용하는 것이고. 예술이 수요라는 자본을 만나면 공산품으로 변하가는 모습도 보여.
다시 미스터 브레인워시로 가볼까? 미스터 브레인워시는 미술적 소양이 전혀 없고 교육도 못 받았지만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었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창의성이야. 기존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흔한 팝아티스트인 것 같지만 팝아트와 그래피티를 섞은 융합을 만들었지. 이 융합의 아이디엉의 가치를 보고 그를 단박에 예술가로 인정해주고 있어.
아이디어가 중요한 미술계야.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누가 그렸냐만 따지잖아. 이는 사진 쪽도 마찬가지야. 뭘 찍었는지, 무슨 주제를 담았는지가 더 중요한 가치인데 무슨 카메라로 무슨 액자로 무슨 필름으로 무슨 렌즈로 촬영했는지만 궁금해 하잖아. 너무 나갔나? 아무튼..
친구 : 흠. 현대 미술의 흐름이 그렇다는 걸 처음 알았네. 그래도 난 현대 미술도 싫고 조영남도 싫어
나 : 뭐 솔직히 현대 미술 챙겨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 그거 몰라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 다만, 흐름은 이렇다는 것만 알아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