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지나가는 길에 작은 식당이 있습니다. 저녁만 되면 맛있는 김치찌개 냄새가 사람의 고개를 저절로 돌리게 합니다. 그런데 그 냄새라는 것이 많이 맡아본 냄새입니다. 바로 msg 잔뜩 넣은 흔한 김치찌개 냄새. 맛집의 비결이라는 마법의 가루 msg. msg만 넣으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 맛이 말이 나올 정도로 msg는 어떤 찌개든 다 맛있게 만들어줍니다.
영화 히말라야는 딱 그 msg가 잔뜩 들어간 영화입니다.
딱 봐도 윤제균 감독이 만든 영화사인 JK필름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따라서 감독이 누구인지 관심이 가져지지도 않습니다. 감독만의 시선이나 특징 같은 것은 없고 오로지 윤제균 감독 스타일의 영상만 가득하니까요. 윤제균 감독 스타일은 그겁니다. 맛있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요리를 잘해서도 재료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msg처럼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만 모아서 패키지해서 만든 영화 같습니다.
그 좋아할만한 요소를 넣은 패키지란 화려한CG, 신파극, 그리고 코믹 캐릭터의 투입입니다. 뭐 이렇게 비판을 하지만 사실 요즘 한국 영화들이 거의다가 그렇습니다. 초반에는 웃기다가 후반에는 감동 코드로 전환해서 훌쩍이게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요즘도 아닙니다. 90년대 후반부터 쭉 그랬던 것 같습니다. 두사부일체가 그런 트랜드를 이끈 영화이기도 하죠. 그러고보니 2001년 작 두사부일체도 윤제균 감독 영화였네요
윤제균 감독은 영화를 맛있게 잘 만듭니다. 그러나 그 맛있게 만드는 방법이 어떤 재료를 넣어도 똑같은 맛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이러니 영화를 보지 않고도 기승전결이 다 떠오릅니다. 그러겠지. 그렇게 진행되겠지 어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예상대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히말아야 한봤습니다. 그러나 혹시나 하고 SKT 이용자에게 옥수수라는 모바일 TV 영화 서비스를 통해서 무료로 풀었기에 약간의 기대를 하고 봤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JK필름 영화네요. 보다가 3번이나 한 숨을 쉬면서 오글거리는 손을 겨우 펴서 껐습니다.
국제시장의 등산편 같은 히말라야
국제시장과 쌍둥이 같은 영화입니다. 배우는 주인공만 같고 대부분이 다르지만 스토리 진행 과정이나 스타일은 같은 영화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도덕 교과서에서 튀어나온 듯한 엄홍길(황정민 분) 대장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미화 시켜서 역한 느낌도 듭니다. 물론, 그분의 업적이나 위대함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도덕성과 책임감을 보여줍니까?
인간미가 강 같이 흐르는 캐릭터를 그리는 자체가 인간미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하게 성인군자 모습만 보입니다. 정이 조금도 안 가는 주인공입니다. 80년대 반공 드라마 분대장인줄 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스타일이 딱 반공 영화 국정 홍보 영화 스타일입니다.
주인공 자체가 매력이 떨어지니 영화는 축축 쳐집니다. 여기에 박무택(정우 분)이라는 캐릭터를 넣어서 엄홍길을 빛나게 하는 역할로 투입합니다.
철저하게 엄홍길을 비추는 조명 같은 조연이죠. 다만, 영화 후반에 기울기가 박무택으로 가는 모습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크게 보면 엄홍길 만만세 영화의 조연일 뿐입니다.
예상대로 코믹으로 시작해서 후반에서는 배우들이 먼저 눈물을 흘립니다. 나도 우는데 관객 너는 안 우니? 식으로 울음을 강요합니다. 그런 모습까지 보이니 역한 느낌은 더 강해지고 수시로 보다 말다 보다 말다 했네요. 그래도 이 눈이 참 간사해서 msg라는 맛에 홀려서 또 보고 또 보게 되네요. 그나마 좋아하는 배우 정유미가 나올 때만 편하게 봤네요.
때깔 참 좋습니다. CG력도 좋고요. 다만, 실내에서 촬영한 듯한 몇몇 장면에서 과도하게 옷에 뿌린 눈가루나 실제 영상과 다르게 별 고생한 흔적도 안 보이는 배우들의 분장은 별로네요. 많은 사람들이 히말라야 등산대원들의 수염에 달린 고드름도 봤고 '휴먼원정대'의 활약도 봤습니다. 적어도 한 번 이상 히말라야 산맥 등반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다큐라기 보다는 예능 프로그램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장감은 높지 않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분장도 의상도 좀 어색합니다. 그럼에도 보기에는 아주 좋습니다.
스토리는 어디까지가 실제고 어디까지가 각색을 통한 포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 자체가 큰 감동을 주지 않습니다. 히말라야에서 싸늘하게 죽은 박무택 대원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히말라야'는 원래 이야기 자체가 묵직한 맛이 있는데 반해 이 영화는 초반에 오도방정에 가깝게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나중에 울라고 강요를 하니 울어지지가 않습니다.
톤 다운으로 가던지 해야 하는데 1부는 코미디 영화로 2부는 감동 휴먼 드라마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 낙폭의 크기도 크고 장르가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잘 와닿지가 않네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아주 재미있게 봤을 것입니다. 저 같이 영화를 까칠하게 또는 크게 보지 않고 1주일의 피로를 풀려고 보는 대부분의 관객들에게는 볼만한 영화이죠. 그럼에도 몇몇 지인과 친구나 식구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은 볼만하다 그러나 깔끔하지 않다라는 평이 많네요.
앞으로도 전 윤제균 영화사에서 만든 영화는 피해갈 생각입니다. 그냥 잘만든 TV드라마 볼 시간에 다른 영화 보는게 낫겠네요. 혹시나 하고 봤고 공짜라서 봤지 이런 식의 영화는 영 땡기지가 않네요
40자평 : 국제시장2
별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