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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일본의 한 사람을 위한 기차역에 투영된 천민 자본주의 한국

by 썬도그 2016.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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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장의 사진이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허름한 간이역에 한 여학생이 서 있고 저 멀리 작은 전철이 들어오고 있는 사진입니다. 흔한 풍경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사진에 사람들이 감동한 이유는 이 사진에 담긴 이야기 때문입니다. 

일본 JR 훗가이도의 카미시라타키 역은 1932년에 만들어진 역사가 꽤 오래된 역입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이용객도 줄었습니다. 철도 회사는 승객이 줄자 이 역을 폐쇄에 대한 검토를 합니다. 

그러나 폐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여학생 때문입니다. 이 여고생은 이 카미시라타키 역에서 기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에 등하교를 합니다. 이 여학생이 카미시라타키 역의 유일한 승객입니다. 이 여학생의 등하교 시간에 맞춰서 열차는 하루 2회 운행됩니다.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배려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 시켰습니다. 


그러면서 긴 한숨이 나왔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단언컨데, 한국 같은 천민 자본주의 나라에서는 경제 논리를 내밀면서 효율적이지 않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 여학생을 위해서 손해를 보면서도 열차를 운행하는 모습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자본주의로만 구성된 나라가 아닌 온정주의도 가득한 나라인 것을 알 게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한 학생을 키우기 위해서 많은 어른들과 기업이 희생을 하는 모습은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자본주의가 괴물이 되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저 여학생 자신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수고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절대로 삐뚤어지지 않을 것 같네요. 저런 관심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바르게 자라죠.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시간이 많이 필요로 합니다.



제가 저 일본의 훈훈한 풍경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이유는 광명역 때문입니다. KTX의 시발역으로 만들어진 광명역은 지역 이기주의 싸움의 결과로 서울역으로 시발역이 바뀌게 됩니다. 그럼 애초부터 서울역으로 시발역을 지정하고 진행을 해야 하는데  서울시민의 강력한 요구와 불만 때문에 시발역이 서울역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시발역이 바뀌다 보니 광명역은 2003년 준공 이후 최근까지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이케아와 코스트코 등이 들어서면서 그나마 온기가 스며들었지 이전에는 간이역 수준으로 유동인구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유동 인구를 더 떨어트리는 일이 몇년 전에 벌어졌습니다. 


KTX 광명역에 가려면 1호천 금천구청역에서 1시간에 1~2대가 있는 광명셔틀 전철로 갈아 타야 합니다. 광명역에서 영등포역까지만 운행하는 4량짜리 셔틀 전철입니다. 이 셔틀 전철은 금천구청역에서 KTX 선로를 따라서 KTX 광명역까지 갑니다. 금천구청역에서 KTX광명역까지 단 5분 만에 도착을 합니다. 아주 편리하죠. 

그런데 이 광명 셔틀 전철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운행을 하지 않습니다. 즉 낮 시간에 운행을 중단 시켜버렸습니다. 코레일은 낮 시간대 광명 셔틀 전철을 중단한 이유로 수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그 이유 때문에 낮에 운행을 중단한 줄 알았습니다. 광명 셔틀 전철이 낮에 운행하지 않자 낮에 금천구에서 광명역을 가려면 버스를 타고 30분 이상 가야 합니다. 전철이면 5분만에 도착하는 곳을 버스를 타고 30분 이상 걸려서 도착해야 합니다. 

불편하죠. 무척 불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전철을 타고 광명역에 가려다가 금천구청역에서 낮에 광명 셔틀 전철이 다니지 않는 것을 알게 되고 황망해 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런 분들 화를 내면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갑니다. 

광명역은 낮에는 외딴 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분노케 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 뉴스 기사를 보니 광명역이 낮에 셔틀 전철을 운행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KTX를 더 많이 운행 시켜야 하는데 느린 셔틀 전철이 방해가 되어서 낮 시간대에 광명 셔틀 전철 운행을 중단 시켰다는 것입니다.

광역철도본부의 한 관계자는 “셔틀전철이 영등포역에서 금천구청역 구간까지는 KTX의 고속전용선을 함께 사용하는데 고속열차가 다니는 시간에 상대적으로 느린 전철을 운행하기 힘들어 그렇다”고 해명했다. 

출처 :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newsview?newsid=20151025192215805

쉽게 말해서 돈을 더 벌기 위해서 시민들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돈 안되는 광명 셔틀 전철 운행을 중지 시켰습니다.
한국이 이런 나라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공공성이고 나발이고 그냥 걷어 차버리는 회사입니다. 그것도 사기업도 아닌 공공성이 중요한 공기업 코레일이 한 행동입니다. 

용산 개발 투자해서 날려 먹은 것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돈 벌 궁리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일본의 저 아름다운 풍경이 피어날 수 있겠습니까? 뭐든 돈으로 계산하는 나라,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천민 자본주의 나라인 한국에서는 일본 같은 풍경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사고도 그렇죠. 선박 사용 기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려주어서 돈 더 쉽게 벌 수 있게 해주는 이명박 정부 정책이 사고의 한 역할을 했습니다. 안전과 공공의 이익을 뒤로하고 돈 되는 것만 하는 공기업이 있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국가로부터 보호 받는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 것입니다. 
저 일본 기차 회사가 공기업인지 민간기업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손해 볼 것을 감수하고 운행을 결정한 것은 기계가 결정한 게 아닙니다. 사람이 결정한 것이죠. 한국에는 그런 결정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세상 모든 것을 돈의 논리로 해석이 가능한 한국. 돈으로 해석이 안되는 일이 더 많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세상에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대부분은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잖아요. 
고교생 56%가 10억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자라는 나라입니다. 그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이 그렇게 키운 것입니다.

카미시라타키역과 광명역의 차이가 일본 사회와 한국 사회의 차이같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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