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스탠리 큐브릭'전시회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어제도 지하철에서 한 20대 연인이 '스탠리 큐브릭'전시회 보러가자고 하더군요. '스탠리 큐브릭' 영화를 대부분 봤지만 전 전시회를 돈 내고 볼만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해서 안 봤고 앞으로도 보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입니다. 영화는 영화로 끝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이 '스탠리 큐브릭'전시회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학교도 아닌데.."휴대폰 소지땐 해고·화장실 가도 벌점" 라는 글이 어제 하루 종일 논란이었습니다. 이 글은 현대카드 '스탠리 큐브릭'전 근무자 벌점제도 공고문을 사진으로 찍은 사진인데 공고문 내용이 좀 살벌합니다.
복장불량은 벌점 1점, 근무태도 불량(벽에 기대거나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거나 할 경우)벌점 1점
근무 중 휴대폰 소지 (벌점 1점), 근무 중 자리 이탈(화장실 포함 벌점 1점)등 벌점이 5점 이상 누적되면 퇴사 조치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가혹한 벌점 제도 때문에 중고등학교에서 운영되는 학칙과 비교하면서 SNS에서는 현대카드 갑질 논란이라고 많은 비판이 일었습니다. 이에 현대카드는 사과를 하고 행사현장 운영과 인력 관리를 맡고 있는 지앤씨미디어는 실제로 시행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꼬리를 내렸습니다.
흔한 갑질 논란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갑질 논란 이면을 우리는 잘 보지 못합니다. 과한 벌점 제도에 대한 비판을 쉽게 할 수 있어도 왜 저런 벌점 제도가 나오게 되었는 지에 대한 생각을 잘 하지 못합니다. 먼저, 저 벌점 제도는 좀 과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오죽했으면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전시회 관람은 그 공간까지 체험하는 것
전시회를 참 많이 갑니다. 제가 미술 전시회나 사진 전시회를 자주 가는 이유는 책과 영화가 주지 못하는 강렬함과 다양함 때문입니다. 책과 영화가 많은 간접 경험을 해주게 하지만 강렬함은 전시회만 못합니다. 특히 현대 미술은 다의성이 아주 중요시 되기 때문에 혐오부터 기쁨까지 온갖 감정을 다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어려워하고 있어 보이기 위해서 관람한다고 하는데 이건 전시회 관람을 거의 해보지 못한 사람들의 못난 소리죠. 예술은 우리가 느끼지 못한 감정이나 이야기나 새로운 시간을 잠시 동안 느끼게 해줍니다. 전시회는 전시 작품만 보는 것이 아닌 전시 공간까지 관람을 합니다. 그래서 어디보다 조용 조용 다녀야 합니다. 그게 다른 관람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시회 관람 방해를 근무자가 한다면?
전시회장에 가면 많은 근무자가 있습니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서 전시회 안내를 하고 관람자를 감시합니다. 왜냐하면 관람자가 고가의 미술품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합니다. 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늦은 밤에 갔었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이라서 오후 9시까지 개방 했지만 관람자가 저 밖에 없어서 편하게 전시회를 관람했습니다.
그 큰 전시장을 저 혼자 다니다 보니 근무자 분이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각 전시실에 들어갈 때 마다 근무하시는 분이 저를 감시하는 눈길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전시회 중간에 있는 벽 뒤로 움직이자 제가 불편해 하지 않을 거리에서 서 계시더군요. 인간 CCTV였습니다. 이렇게 근무자들의 주된 역할은 관람자 감시입니다.
불쾌하냐고요? 전혀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고가의 미술품을 훔치거나 훼손할 수 있기에 감시를 하는 것이 전시회 근무자의 주된 업무입니다. 이 관리 감시는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비정규직인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합니다. 특히 상설 전시가 아닌 기획전시회 같은 경우는 더더욱 알바생을 고용하죠
잘은 모르겠지만 현대카드 '스탠리 큐브릭'전도 알바생을 고용해서 전시회 안내 및 관리 감시 역할을 맡겼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알바생들이 전시회 관람을 방해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한 번은 한 미술관에서 유료 사진전을 전시했는데 알바생이 관리 감시는 안하고 친구와 카톡하기 바쁘더군요. 이런 모습을 보면 썩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염연한 근무태만이죠.
뭐 그래도 그걸 지적하는 오지랖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관리 감독 책임은 미술관에 있으니까요. 따라서 미술관에 대한 인식은 나빠질 뿐이죠.
그렇게 전시회를 보다 보니 오후 5시가 가까워졌고 미술관 폐장 시간을 물어 봤습니다.
그런데 직원의 대답이 황당했습니다. 자기는 알바생이라서 잘 모른다고요.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황당하더군요. 내가 알바생이라는 것은 알 필요가 없습니다. 알바생이 폐장 시간을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르면 정직원에게 물어보고 알려 줄 수 있습니다. 이는 기본 매너입니다. 그런데 자신은 알바생이라서 모른다고 끝입니다.
이 경험은 상당히 불쾌하더군요. 그래도 참았습니다. 알바생의 저렴한 행동을 지적해봐야 알바생 짜를게 뻔하니까요.
그래서 불쾌해도 참습니다. 그런데 못 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시회 근무자가 수다 떨고 카톡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 불쾌해서 전시회 입구에서 항의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탠리 큐브릭'전시회는 근무자가 휴대 전화 사용 등으로 관람객 응대에 대한 불만이 자주 접수 되어서 상벌점 제도를 만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죽 했으면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이겁니다. 근무자들이 전시회 관람을 방해하는 것은 근무태만을 넘어서 기본 개념이 없는 행동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영화관에서 근무자가 사적인 통화를 하거나 스마트폰을 켜서 만지작 거리는 것을 용납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똑같은 행동입니다. 전시회는 그 공간 전체를 관람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카톡하고 전화 통화하는 근무자를 관람객이 좋게 볼리가 없습니다.
물론, 극히 일부 근무자의 행동이고 대부분의 근무자들은 자신의 역할을 잘 하십니다. 따라서 모든 알바 근무자를 싸잡아서 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극히 일부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개념 없는 근무자가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무슨 행동인지 인지도 못합니다. 그런 근무자를 방치해야 할까요?
물론, 저도 압니다. 숙련 노동자가 아닌 비숙련 노동자에게 뭔 큰 걸 바라냐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리 감시일이 무슨 대단한 스킬을 요구하는 일입니까? 아니 오히려 너무 단순한 업무라서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술관 근무자는 그 근무자의 시간에 대한 비용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문제도 분명 한 몫합니다. 정규직이었다면 그런 행동 안 했겠죠. 그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국공립 미술관처럼 흥행에 크게 신경 안 쓰는 전시회라면 좀 더 비싼 임금으로 제대로 소양을 갖춘 분을 고용할 수 있겠죠. 그러나 한 상업회사의 기획전시이고 비용 절감 때문에 알바생을 고용한 것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알바생 정규직을 떠나서 기본 소양이 없는 알바생들까지 감싸줄 수는 없습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영화관에서 스마트폰 보는 것은 몰상식입니다. 하물며 미술전시회나 전시회에서 근무자가 스마트폰 보는 것은 관람자를 불쾌하게 하는 행동입니다.
그런 직원들 관리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상벌제를 했다가 욕을 먹고 있지만 그 취지는 공감합니다.
알바생들의 근무 태만까지 우리가 옹호해 줄 수는 없습니다. 현대카드의 갑질논란 이면에 있는 알바생들의 흔한 근무태만을 우리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알바생들의 근무 태만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전시회 관리 감시 알바를 하는 분들은 자신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람객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근무자도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근무해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혹독한 근무 환경에 대한 지적은 현대카드도 따끔하게 들어야 할 것입니다.
덮어 놓고 갑질 논란으로 몰아 부치지 않았으면 합니다.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 지에 대한 원인을 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