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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올해를 한 단어로 정의하면 2015년은 구강기 시대

by 썬도그 2015.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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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딱 이틀 남았네요. 2015년을 되돌아보면 다사다난이라는 말 대신 한 해 내내 우울했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네요. 좋은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정치, 경제가 1년 내내 잿빛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노래하자고 할 수도 없습니다. 2016년은 먹구름이 더 짙어지고 강한 폭풍이 올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늘 보다 더 어두운 내일이 있다는 것조차 강한 우울은 없을 것입니다. 
매년 한 해를 사자성어로 정리하는 교수신문은 올해 2015년을 혼용무도라는 사자성어로 정리했습니다.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세상이 어지럽다'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하면 무능한 대통령과 정부 때문에 세상이 어지럽다라는 뜻입니다. 

정말 1년 내내 무능 정권 때문에 쓸데 없는 곳에 국력을 소비했죠. 봄에는 메르스 가을에는 국정교과서 그리고 이 겨울에는 군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인 할머니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10엑엔을 받고 타결했습니다. 한 마디로 군 위안부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천민 자본주의 시선으로 해결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정부를 비판하기 이전에 이 정부를 누가 만들었줬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바로 우리가 박근혜 정부를 만들어줬습니다. 대선 때 내가 찍지 않았다는 것은 변명일 뿐 우리가 이런 세상을 만드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안의 무엇이 박근혜를 지지했을까요? 전 과감하게 단정하면 바로 먹고사니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먹고사니즘이 유일한 철학인 나라

한국은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나라입니다. 아시아 선진국 중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로 홍콩과 미국 일본에 2배 이상 부패했습니다. 꽌시라는 부패의 고리가 있는 중국보다 약간 나은 정도입니다. 이렇게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부패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의와 부정을 보고도 눈을 감고 살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부정 부패를 보고 들불처럼 일어나서 세상을 뒤집어버리지 현실 세계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죠. 수 많은 사람들이 부정과 부패에 눈을 감고 삽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나에게 먹을 것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불의에 눈을 감고 삽니다. 그래서 이명박, 박근혜 같은 부정 부패가 일상인 사람을 대통령으로 지지 한 것 아닌가요? 박근혜 이명박의 무능과 부패를 모르고 지지한 분들도 있지만 알고도 지지한 분들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항상 주장하는 먹고 살게 해주겠다의 구호 때문입니다. 경제 살려 놓겠다. 아파트 값 오르게 해주겠다 식의 공허한 말에 혹해서 지지한 분들 많을 것입니다. 이명박의 전과 13범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대중공업 사장이라는 후광에 기대서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나요?

그렇게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서 부정과 부패를 눈감아주고 살고 있습니다. 삶은 약간만 비겁하게 살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하잖아요. 전 이런 한국에서의 삶의 룰을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로부터 배웠습니다. 참고서 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참고서를 강매하는 선생님들도 봤고 스승의 날에 돈 입금하라는 선생님도 봤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옳지 않은 일을 보고도 눈감고 옳지 않은 일을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뭐든지 입으로 가져가는 구강기 시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지 먹을 것으로 환산하고 먹을 것을 사기 위한 돈으로 환산하는 배금주의 세상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었습니다. 


먹방 전성 시대의 어두운 뒷면

지난 가을 서울대학교 잠시 들렸다가 서울대 교지를 봤습니다. 여기서 한 컬럼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한국의 먹방 전성 시대를 비판한 글이였습니다. 글 내용은 간단히 설명하며 한국의 방송을 보면 드라마에서는 꼭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고 먹는 방송이라고 하는 먹방이 꽤 많이 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인간의 5대 욕구 중에 가장 하위에 있는 욕구가 생리적 욕구인 수면욕, 성욕, 식욕인데 이중에서 성욕은 방송에 사용하기 힘드니까 식욕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예능 방송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인간의 5대 욕구 중에 가장 낮은 하위 욕구에 머무르고 있는 사회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남 먹는 것 쳐다 보는 것이 가장 추잡한 행동이라고 하는 말까지 있었는데 요즘은 남 먹는 걸 쳐다 보는 것을 낙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BJ가 음식을 먹는 것을 방송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게 무슨 재미일까? 물론 남의 재미를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왜 그런 것에서 쾌락을 느낄까? 하는 의문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긴 합니다. 전 세계에서 먹방 열풍이니까요. 다만 한국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느낌입니다.

먹는 것에 대한 쾌락은 가장 하위의 쾌락이자 공통적이기에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의견 교환할 것도 없는 비정치적인 소재이기도 하죠. 먹는 것에 몰두하게 되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둔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냥꾼들이 동물을 포획할 때 직접 쏴서 죽이기 보다는 먹이로 유인해서 잡습니다. 식욕이 가장 강력한 욕망인 것을 이용하는 것이죠. 먹는 것에 집착하게 되면 자신의 주변 상황이나 세상에 대한 상황 판단력이 느슨하게 됩니다.

사회에 대한 관심, 정치에 대한 관심,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관심이 희미해지죠. 왜냐하면 식욕은 가장 낮은 단계의 욕망이니까요. 식욕은 그 상위 단계의 욕망으로 전이되지 못합니다. 반대로 한국 사회는 먹는 낙 밖에 없는 생리 욕구만 남은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에서는 가장 낮은 욕구를 생리욕구, 그 상위에 안전 욕구, 그 상위에 애정,소속 욕구, 그 상위에 존경 욕구, 가장 상위에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습니다

생리 욕구의 상위 욕구인 안전 욕구도 세월호, 메르스 사태로 사라졌고 애정, 소속 욕구는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서 집단이 지목하는 사람을 집단 구타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 존경 욕구도 많이 허물어졌죠. 요즘 혼자 밥먹고 혼자 영화보고 혼자 다니는 젊은 분들이 엄청나게 많아진 것도 하나의 방증이 아닐까 하네요. 여기에 자아실현은 꿈도 못꾸는 세상입니다. 

오로지 우리가 실현할 수 있는 욕구는 생리 욕구인 식욕, 성욕, 수면욕 밖에 이룰 수 없네요. 
이 셋중에서 수면욕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결혼도 점점 늦어지면서 성욕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로지 먹는 것만 남은 세상. 이런 한국을 전 구강기 시대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전 2015년을 한 마디로 한다면 구강기 시대라고 하고 싶네요. 식욕만 남은 사회. 이게 한국의 현주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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