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유니버설은 링크가 촘촘한 세계입니다. 때문에 마블에서 제작한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모두 챙겨봐야만 이 거대한 이야기를 오롯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챙겨보지 않아도 항상 평균 이상의 재미를 주는 거대한 액션이 있기 때문에 만인을 만족하게 합니다.
가끔 기대치가 높지 않은 마블표 영화가 나오지만 마블 유니버설을 위해서 보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이제는 마블에서 제작한 영화는 끌리지 않아도 탄력으로 보는 것이 많아지네요. 그런면에서 마블이 참 영리합니다. 슈퍼히어로가 모두 등장하는 어벤져스 시리즈와 개개의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인 영화와 스토리를 공유하면서 영화 관람료를 흡입하고 있습니다.
슈퍼히어로와 드라마가 더 보강 된 어벤져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전편보다 많은 슈퍼히어로들이 나옵니다. 어벤져스1편에서 나온 6명의 슈퍼히어로와 함께 스피드가 빠른 '퀵실버'와 염력과 정신을 조작하는 '스칼렛 위치'가 추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 나온 조연들과 '토르', '아이언맨'시리즈 조연까지 합세해서 어벤져스 파티가 벌어집니다.
이렇게 다양한 주연급 등장하면 관람객들은 눈은 호강하나 스토리가 난잡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스토리가 난잡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너무 단순한 것도 아닙니다. 전작에 비해 드라마는 강해졌고 액션 분량도 더 늘어나 보입니다.
스토리는 <캡틴 아메리카 : 원터솔저>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쉴드라는 어벤져스를 창설한 범국가적 단체가 해체가 되고 토르의 동생인 로키가 가지고 다니던 창을 독일 나치 같은 집단인 히드라가 훔쳐갑니다. 그 창을 회수하기 위해 어벤져스 영웅들이 출동합니다. 가볍게 히드라 군단을 처리했지만 로키의 창을 회수하다가 히드라 군단이 만든 슈퍼히어로인 '스칼렛 위치'에 의해 아이언맨에게 공포감이 심어집니다.
이 공포감은 울트론을 탄생시킵니다. 울트론은 인공지능체입니다.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는 로키의 창이라는 외계의 힘을 빌려서 완벽하게 지구를 방어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보캅 같은 아이언맨을 만드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토니 스타크의 야심은 오작동을 하면서 인류 멸종이 지구의 평화라는 이상한 평화의 개념을 '울트론'이 탄생합니다.
울트론은 하나의 인공지능체이기 때문에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좌처럼 네트워크를 떠돌아 다닐 수 있습니다. 물리적 힘 보다는 여러 분신체로 등장할 수 있고 바퀴벌레처럼 완전히 제거하기가 힘듭니다. 여기에 '스칼렛 위치'와 '퀵실버'의 부하까지 둬서 아주 강력한 악당의 포스를 보여줍니다.
특히 '스칼렛 위치'는 '호크아이'를 제외하고 다른 슈퍼히어로들의 뇌 속에 들어가서 그들에게 떠올리고 싶지 않는 어두운 과거를 끄집어내고 어벤져스 팀을 분열시킵니다. 이런 어두운 과거 회상을 통해서 각각의 슈퍼히어로들의 과거 회상 장면이 나옵니다. 특히 '블랙 위도우'의 과거 장면을 통해 그녀의 어두운 면을 통해서 헐크와의 로맨스가 이어집니다.
전제적인 스토리는 어벤져스3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스토리입니다. 전작에 비해서 팀원간의 불협화음이 좀 더 커지고 각 영웅들의 어두운 면을 좀 더 부각시킵니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드라마일 수 있지만 입놀림이 아주 뛰어난 아이언맨이 처음부터 끝까지 입을 털면서 가벼운 농담을 구사합니다. <어벤져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악랄한 인공지능체를 대적하는 스토리라서 전제적으로는 자동화의 역습으로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자비스라는 뛰어난 인공지능 비서 대신에 구식의 인공지능 비서가 등장하는 것과 아무리 세상이 편리해지고 자동화가 발달해도 '호크아이'의 가족을 통해서 슈퍼히어로들이 가지지 못한 진한 가족애를 한껏 집어 넣습니다.
이런 드마라적인 요소의 강화는 정겹습니다. 도시 해체 액션의 콘크리트 가루 날리는 액션도 2시간 넘게 보면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액션을 강화 시키기 위해서 드라마적인 요소를 좀 더 강화 시켰네요. 다만,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과도한 방어는 오히려 거대한 혼란과 지구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또 하나의 큰 줄거리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와 비슷한 내용이라서 좀 식상합니다.
슈퍼히어로간의 출연 분량은 적절하나 너무 기계적 분량 조절은 아쉽다
어벤져스1편을 보면 6명의 주연이 등장하지만 실제 주연은 '아이언맨'과 '헐크'였습니다. 이 두 슈퍼히어로는 워낙 강력한 슈퍼히어로라서 주연처럼 나올 수 밖에 없지만 다른 슈퍼히어로들의 출연 분량이 적은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있었습니다. 특히 '호크아이'와 '캡틴 아메리카'분량이 적은 것에 대한 지적들이 있었죠
어벤져스2는 이런 지적을 적극 수용해서 2편에서는 무려 8명의 슈퍼히어로가 등장하지만 출연 분량은 거의 비슷합니다. 여기에 전편에서 아쉬웠던 팀원 간의 협동플레이가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토르'가 망치로 내려처서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서 적을 일망 타진하는 모습이나 '블랙 위도우'와 '캡틴 아메리카'가 방패를 주고 받으면서 싸우는 모습은 남매 같이 보일 정도로 협업 플레이가 많이 늘었습니다.
다만, 너무 분량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모습은 오히려 집중도를 떨어트립니다. 8명의 주연이 한 영화에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 두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이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끌어 올릴 수 있는데 이런 것이 잘 보이지 않네요
액션은 더 강력해지고 분량도 늘었지만 강력한 한 방이 없다
액션은 크게 시작하자마자 히드라 군단과 싸우는 장면과 울트론이 탄생한 후에 아프리카 해안과 도심에서 헐크와 거대한 아이언맨과의 대결을 지나서 서울 도심 액션과 마지만 동유럽 도시에서의 마지막 싸움이 있습니다. 총 4개의 액션 시퀀스가 배치 되어 있습니다.
초반 액션은 꽤 흥미롭습니다. 설원을 배경으로 싸우는 어벤져스의 전투를 롱테이크로 담으면서 각 영웅들의 재능을 한 장면으로 다 보여줍니다. 가장 눈요기꺼리는 폭주하는 헐크와 이 헐크를 막기 위해 장갑 슈트 같은 헐크버스터를 입은 아이언맨의 액션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두 거대한 액션 괴물의 대결은 어벤져스2의 가장 강력한 액션입니다.
그러나 서울 액션 장면은 생각보다 흥미롭지 못합니다. 먼저 서울이라는 도심을 질주하는 액션은 서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그냥 흔한 도시 같을 뿐입니다. 이는 우리가 원하던 서울 홍보효과가 거의 없음에 실망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서울 액션 장면이 흥미로운 것도 아닙니다. 그냥 나뒹구는 차량들이 좀 만이 보일 뿐 긴장감도 흥미도도 떨어지네요.
메인 액션은 마지막 동유럽 도시에서의 전투입니다.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지구인들을 궤멸시키려는 울트론과 어벤져스 8명이 함께 협업하는 모습은 가장 볼만한 액션을 담습니다. 그러나 전 이 마지막 액션 시퀀스가 전편인 뉴욕 액션 시퀀스보다 흥미도가 떨어지네요. 그 이유는 악당 때문입니다.
무시무시한 외모와 달리 허약 체질인 울트론
울트론은 무시무시한 존재인 줄 알았습니다.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강력한 적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아이언맨 혼자 감당할 정도로 전투력도 떨어지고 몸도 쉽게 부셔집니다. 스타크래프트의 프로토스인 줄 알았더니 저그족처럼 물량 공세로 싸우는 악당입니다.
네트워크를 장악한 울트론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부하들을 불러 모아서 어벤져스와 대결을 합니다. 이런 모습이 마치 저그족 같아 보입니다. 울트론이 슈퍼히어로 1,2명 정도는 쉽게 물리치는 강력한 피지컬을 가지고 있어야 무서움을 느끼고 관객들이 공포감을 가지는데 인간형 슈퍼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와 대등한 전투를 하다보니 울트론 자체에 대한 공포감은 거의 없습니다.
유일한 강점은 네트워크를 장악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어벤져스를 괴롭힐 줄 알았는데 그런 영민함도 없고 어벤져스 영웅들의 알려진 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전투기술도 없습니다. 이 마블표 슈퍼히어로 악당 중에서 가장 멍청한 악당이 울트론이 아닐까요? 어둠이 강할수록 빛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되는데 울트론이 너무 허약체질이다보니 서울 장면부터 맥이 탁 풀려 버립니다.
여기에 액션은 많은데 뭔가 짜릿한 한 방이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잔주먹은 꽤 많은데 카운터펀치가 없네요. 이런 아쉬움 때문인지 어벤져스 1편보다 볼꺼리는 많아졌지만 1편보다 더 재미있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재미있으면 2번 볼 생각이었는데 1번으로 끝내야겠습니다.
천상 초강력 악당인 타노스가 등장해야 좀 더 긴장감 있는 스토리가 나올 듯 하네요.
한국에 대한 우대는 좋으나 성의 없는 묘사는 아쉽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하면 전 서울 장면은 싹 도려냈으면 합니다. 꼭 필요한 장면도 아니고 액션이 아주 흥미로운 것도 아닙니다. 세빛둥둥섬의 멋진 외형은 볼만 했으나 한글 간판만 아니면 서울 액션 장면이 서울이라는 느낌이 없습니다. 그냥 흔한 좀 사는 도시로 그려질 뿐입니다. 어벤져스 제작팀들이 한국인들의 어벤져스 사랑에 보답으로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장면을 넣고 이에 한국 정부와 서울시가 교통통제 및 제작비 지원까지 하면서 지원해줬지만 무려 2조원이라고 떠벌렸던 홍고효과는 없었습니다.
한국인 캐릭터인 '헬렌 조'박사를 연기한 수현이라는 배우의 영어 발음은 좋았으나 딱히 연기가 뛰어나다고 할 수도 없고 출연 분량도 많지 않습니다. 전제적으로 한국과의 로맨스는 세드엔딩이 되었네요
깔끔하게 통제된 세상보다 시끄러운 인간미 넘치는 세상이 완벽한 세상이다
<어벤져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로>은 공포가 멸균 된 완벽하게 통제 된 세상보다 조금 시끄러워도 느리게 가더라도 악당이 조금 있더라도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 옳은 세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 영화가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한국 정부나 중국 정부가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비슷해서 많이 씁쓸하더군요.
볼만한 영화이고 보지 말라고 해도 많은 분들이 볼 영화입니다. 관람한 사람마다 호오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돈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기대치가 높을수록 실망감도 클 것입니다.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2시간 20분의 긴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40자평 : 몸이 약한 울트론이 차려놓은 진수성찬을 발로 차버리다
별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