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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아쉬운 서울 사용법

by 썬도그 201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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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을 혐오합니다. 특히 한국같이 국가가 종교가 된 나라는 민족과 국가가 너무 신성시 되고 있고 이런 국가라는 종교주의자들이 많은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전 민족주의 성향이 아주 강한 사람이 싫습니다. 요즘 유행어로 그런 극단적 민족주의자를 '국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민족주의 성향을 무조껀 까고 보는 '국까'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까'들은 어벤져스2 서울 촬영에 대해서 심한 비판을 했습니다. 서울 여려 곳을 전체 통제를 하면서 어벤져스 촬영에 적급 협조함을 넘어서 촬영비까지 지원합니다.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와 함께 자국 영화 지원에는 인색한 영화진흥위원회가 외국영상물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 활용해서 서울 촬영에 들어가는 어벤져스2 제작팀이 지불해야 할 제작비 30%를 한국 정부가 지원해 줍니다. 총 130억원 중에 30%를 지원했으니 한국 정부가 지원한 지원금이 39억원이고 서울시가 마포대교를 통제하는 등의 시민들의 불편, 불만까지 감수하면서 지원한 것을 따지면 수십 억원이나 지원합니다. 한국 대작 영화 1편을 만들 정도의 돈을 며칠 사이에 훅 써버립니다. 

이렇게 후한 지원을 한 이유는 그놈의 경제효과 때문입니다. 어벤져스2를 보고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 올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죠. 저는 이런 한국 정부의 지원과 서울시의 후한 지원을 그냥 무던하게 봤습니다 흥행이 보장되는 세계적인 영화에 서울이 나온다면 나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내심 아무런 감정없이 영화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봤습니다. 



서울이 맞긴 한데 서울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한글 뿐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 중반부에 서울이 등장합니다. 헬렌 조라는 한국인 의사의 연구소에 울트론이 침입해서 신기술을 탈취하려고 합니다. 이에 어벤져스2에서 인간영역의 슈퍼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와 '호크 아이'가 출동합니다. 

그런데 이 서울 촬영 장면은 좀 어색한 것이 많습니다. 먼저 서울 촬영 장면 대부분이 이상하게 탁하게 느껴집니다. 분명 빛 좋은 날 촬영 했음에도 온통 흐린 날씨로 보입니다. 저 뒤로 보이는 상암동 거리 보세요. 우중충한 표정을 한 서울 하늘이 보이네요. 날씨는 뭐 솔직히 중요한 것은 아니긴 합니다만 여러 곳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먼저 스칼렛 요한슨입니다. 
우리는 스칼렛 요한슨이 임신 중이라서 서울에 오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칼렛 요한슨이 서울 여기저기서 활약을 합니다. 대역이 촬영하고 CG로 합성한 것이겠죠. 그러나 오지도 않은 배우가 마치 서울에서 액션을 하는 자체가 좀 어색합니다. 그렇다고 CG가 이상하다는 것도 장면 자체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서울이라는 배경천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이런 식이면 크리스 에반스도 꼭 올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서울 촬영 팀이 스턴트맨 대동하고 촬영을 한 후에 스튜디오의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면 되니까요. 그게 엄혹한 현실이고 미래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직접 배우가 연기하지 않음에 징징 거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좀 아쉬울 따름이고 영화 자체로는 지적 사항도 아닙니다. 



문제는 이 촬영 공간이 서울이 맞나?라는 의문이 듭니다. 서울 액션의 하이라이트는 지하철입니다. 지하철에서 퀵실버와 캡틴 아메리카와 울트론이 엉켜 붙어서 싸웁니다. 그런데 이 지하철은 한국 지하철이 아닙니다. 위 스틸 이미지에서 보이지만 한국 지하철은 좌석이 양 끝쪽에 7석짜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위 사진 속에서는 서양 지하철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차 좌석 같이 서로 마주 보고 앉는 구조입니다. 

서울 지하철이 아닌 스튜디오에서 세트 촬영을 한 것이죠. 이뿐이 아닙니다. 지하철 외형을 보여주는데 한국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전철 차량입니다. 한국 지하철과 다른 생김새가 인상이 써지더군요. 한국 지하철이 아닌 서양 지하철을 오려 붙여서 서울이라는 배경천에 넣었더군요. 

실소가 터진 것은 강변을 따라 달리는 지하철입니다. 서울 지하철에는 한강변을 따라 달리는 전철이 있긴 합니다. 용산역에서 왕십리까지 전철이 한강변을 따라 달립니다. 그러나 어벤져스2에서는 아예 노선을 하나 만들어서 우격다짐으로 한강변을 달리게 만들었더군요. 즉 CG로 지하철을 창조했습니다. 전철이 탈선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탈선 장소가 문래동 철공소입니다. 

즉 한국이라는 공간을 활용하긴 하는데 어벤져스2 제작팀이 서울을 창조한 것이 상당히 많습니다. 서울에서 나오는 액션 동선이 아닌 여러가지 이미지를 짜집기해서 액션을 만들어냅니다. 반포 세빛 둥둥섬에서 시작해서 마포대교를 거쳐서 상암동을 거쳐서 평촌을 거쳐 탄천 주차장을 지나서 문래동 철공소까지 이어지는 동선입니다. 물리적 거리는 의미가 없이 그냥 서울의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후에 이어 붙여서 액션을 만들었더군요. 

문제는 액션이 상당히 빨라서 영화 촬영 장소가 서울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그냥 흔한 좀 사는 나라의 도심을 배경으로 한 느낌만 있네요. 물론, 우리야 거기가 서울인지 압니다만 영화를 보면 그곳이 서울인지 잘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이 영화에 수십 억원을 지원한 이유가 외국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아! 서울에서 촬영 했구나, 서울 멋진 도시네라고 느끼게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하고 지원을 한 것이죠. 


그러나 영화 전체를 보면 서울 장면은 솔직히 좀 그냥 그렇습니다. 상암동 MBC건물이나 누리꿈스케어라는 멋진 건물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 건물들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물도 아닙니다. 오히려 남산이나 63빌딩을 배경으로 했으면 또 달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2개의 서울의 랜드마크는 나오지 않거나 저 멀리 보일 뿐입니다. 


서울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라곤 과점유 상태인 현대차들이 거리에 많다는 것과 아우성 같은 먹자 골목의 한글 간판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캡틴 아메리카가 "아 여기가 아름다운 서울이군"이라고 어색한 대사나 장면을 넣으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다만 이런식으로 가공한 이미지를 잔뜩 넣을 것이면 굳이 서울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죠. 

또한, 서울이 근사하게 그려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쟃빛 도시로 그려지느니 아예 나오지 않은 게 더 나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돈 39억원이 솔직히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벤져스2 제작진이 서울을 촬영 장소로 택한 이유는 한국시장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클 것입니다. 어벤져스2의 흥행 대박이 일어난 성스러운 나라니까요.  그래서 킹스맨도 2편 촬영한다면 서울에서 촬영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러나 이런 식으로 무성의하게 서울에서 촬영할 거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 하나의 한국 팬 서비스는 수현이라는 배우가 연기한 닥터 헬렌 조입니다. 헬렌 조는 뛰어난 생명공학 박사이자 의사로 어벤져스의 치료를 담당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은데 촬영 분량은 예상대로 살짝 나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비중은 있긴 하네요. 

앞으로도 서울에서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촬영할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서울시민들은 국익을 위해서 불편을 감수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가공의 이미지를 잔뜩 넣어서 촬영하거나 서울의 느낌이 전혀 없는 촬영이라면 전 반대합니다.  한편으로는 서울이 정말 무미건조하고 특색도 없고 차별성도 없는 잿빛 도시라는 것을 영화를 통해서 새삼 느끼게 되네요.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다른 도시는 그곳이 어디인지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면에서 서울을 적극적으로 삽입한 예의는 좋네요. 하지만 특별히 큰 홍보 효과도 없고 시민 불편만 초래하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의 서울 촬영을 추천하기 힘들겠네요. 이미 몇몇 영화들이 서울에서 촬영했지만 홍보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았습니다. 

차라리 잘 만든 한국 영화를 외국에 널리 소개하는 것이 한국에 대한 홍보 효과가 더 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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