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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동네서점이 살아갈 방법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는 북바이북

by 썬도그 2015.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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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도서정가제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도서계의 단통법이라고 하는 신 도서정가제는 최대 10% 까지만 할인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최대 20%까지였고 구간(출간한 지 18개월이 된 도서)는 할인율을 맘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 도서정가제는 구간이건 신간이건 무조건 10% 이상 할인을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대신 구간은 책 가격을 조절해서 싼 가격에 팔라고 대안을 제시 했습니다.

그러나 이 신 도서정가제는 휴대폰 단통법처럼 책 가격만 올려 놓는 대단한 효과인 전국민을 호갱이로 만드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은 자연스럽게 책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했지만 책 가격이 싸졌다고 느끼는 국민은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책 가격이 싸졌다고 느껴지지도 않고요

이 신도서정가제를 실시한 이유는 동네 서점 때문입니다. 동네 서점이 점점 줄어들자 국회의원들이 알라딘과 예스24같은 온라인 서점이 과도한 할인을 막아내고자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무조건 10% 이상 싸게 팔지 못하게 막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신 도서정가제의 수혜를 받아야 할 동네 서점들이 신 도서정가제 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판매가만 고정 되었지 책을 공급 받은 공급 가격은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더 싸기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은 대형 서점이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만 원 짜리 책을 동네 서점은 8천 원에 공급 받고 대형 서점은 6천 원에 공급 받기 때문에 예전보다 대형 또는 온라인 서점이 판매하는 책의 수는 줄어 들을지 몰라도 1권 당 판매 마진은 크게 늘어서 대형 서점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동네 서점은 도서 정가제 때문에 책을 구입하려는 분들이 줄어서 더 울상이라는 소리도 있네요

저 조차도 올해들어 책을 구입한 적이 딱 한 번 있었습니다. 신해철 유고집 말고는 사고 싶은 책도 안 사보고 있습니다. 대신 동네 도서관에 희망 도서를 신청해서 보거나 작년에 신 도서정가제가 실시 되기 전에 잔뜩 사 놓은 책을 읽을 생각입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신 도서장가제일까요?

동네 서점 살리기 위한다면서 정작 동네 서점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신 도서정가제 보다는 전 동네 서점이 성공할 수 없는 가격과의 경쟁 보다는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신자유주의 경제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대형마트로 소비자들이 쏠리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식료품이나 물건을 마트에서만 사나요? 아닙니다. 물건에 따라서 편의점에서도 사고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사고 동네 슈퍼에서도 삽니다. 대형마트를 찾는 이유가 있다면 반대로 편의점을 찾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격이 비싼데 왜 편의점에서 우리는 물건을 살까요? 그 이유는 가깝고 편의점에서만 먹을 수 있고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에 슬래쉬 하나 먹기 위해서 마트에 가나요? 소주 1병 사려고 마트에 가나요? 편의점은 그 만의 존재 이유를 충실히 채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동네 서점 보세요. 가면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살 이유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파는 책 그대로 팝니다. 하다 못해 책에 비닐 포장도 안 해줍니다. 그렇다고 마일리지 제도 운영하는 곳도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살만 한 것은 잡지 밖에 없습니다. 가격은 비싸지 서비스도 별로인 곳에 왜 우리가 책을 사야할까요? 오히려 중고 서점이라면 몰라도 동네 서점에서 새책을 파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네 서점은 잡지나 학습 참고서만 팔고 있고 그 책에서 수익을 많이 내고 있습니다. 

가끔 동네 서점에 가면서 느끼는 것은 한쪽에 휴게 공간을 만들어서 누구든지 편하게 책을 읽고 마음에 들면 책을 구매하게 유도하는 정책을 쓰면 어떨까 했습니다. 책을 사지 않더라도 자주 찾으면 책을 사게 될 확률이 높지 한 번도 안 온 손님이 들어가자마자 책을 덥석 들고 계산해 주세요!라고 하지 않죠.

가능하다면 독자와의 대화나 저자 사인회를 개최 하는 것도 하나의 생존 방식이기도 합니다. 영화 '비포 선셋'에서 보면 동네 서점에서 낭독회를 하고 저자 사인회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왜 저런 것을 못할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왜 대형 서점에서만 저자 사인회를 하나요? 


좀 흥분했네요. 흥분 할 수 밖에요. 정말 세상 꼰대들이 국회에 다 모인건지 아니면 우리가 꼰대여서 대표 꼰대를 국회로 보내는 건지 국회에서 하는 것 치고 잘하는 행동이 거의 없습니다. 

상암동은 제 2의 아지트가 되고 있습니다. 각종 방송국 건물이 모여 있어서는 아닙니다. 오로지 상암동 영상자료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질 좋은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고 가끔 감독과의 대화도 할 수 있는 그곳을 갈 때면 항상 걸어갑니다. 6호선 디지털미디어 시티역에 내려서 한 20분 걸으면 영상자료원이 나옵니다. 그런데 제가 이 길을 걷는 이유는 길이 예뻐서 입니다. 최근에 20,30대 취향의 술집과 음식점과 커피 전문점이 속속 들어오네요. 



그리고 이런 예쁜 동네 서점도 있습니다. 북바이북(Boook by Book)를 본 것은 오래 되었습니다. 그냥 예쁜 동네 서점인가? 안을 기웃거려보니 커피도 파는 것 같고 그럼 북 카페인가? 하고 지나쳤습니다. 요즘 북 카페 꽤 많잖아요



커피가 있는 동네서점. 우리 동네에도 저런 서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북바이북이 최근에 언론에 자주 노출 됩니다. 그래서 이곳에 대한 스토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2014년 9월 포털 다음에서 퇴사한 두 자매가 동네 서점 북바이북 1,2호점을 냈습니다. 

두 사람이 언론에 노출 된 이유는 독특함 때문입니다. 그 독특함이란 서점에서 커피를 지나서 술을 판다는 것입니다. 
술?? 서점에서 술을??? 북 카페는 봤어도 술 서점은 처음입니다. 


1호점은 소설점인데 소설만 파나 보네요. 소설점은 동생이 운영하는데 아주 작습니다. 


2호점은 1호점 바로 옆에 있습니다. 삼거리에서 조금 내려가면 2호점이 나옵니다. 



2호점에 들어가 봤습니다. 


북바이북이 다른 동네 서점과 크게 다른 점은 2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술을 판다. 또 하나는 동네 서점이지만 다양한 저자의 강연과 사인회 등이 준비 되어 있습니다. 이 2개의 차별성을 발굴 할 수 있었던 것은 콘텐츠 회사인 다음을 다녔던 것이 큰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동의를 구하고 서점 구석구석을 매의 눈을 하고 살펴 봤습니다. 먼저 책은 많지 않습니다. 같은 크기의 동네 서점보다도 책 보유량이 적습니다. 보통 동네 서점에 와서 이책 저책 둘러 보다가 사기도 하는데 그런 것을 지향하고 있지 않네요. 그럼 어떤 식으로 책 구입을 유도할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책은 많지 않지만 커피도 팔고 술도 팝니다. 냉장고도 보이네요. 



책도 같은 책이 연속해서 있는 모습이 많네요. 


음료와 드링크 술과 안주까지 파는데 서점에서 술 팔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당연히 팔아도 되겠죠. 그런데 우리는 이런 조합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술 먹으면서 읽은 책의 맛이 참 쫄깃해서 좋습니다.  물론, 과음은 술을 읽는 것이기에 자제해야죠. 



이걸 보니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면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작업을 할 수 있는 술집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드네요. 그런데 부어라 마셔라 해야 매출이 오르기에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주로 커피를 팔지만 생맥주도 과음하지 않는 선에서 먹을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네요. 




곳곳에 앙증 맞은 의자들이 배치 되어 있습니다. 



테이블은 5개 정도가 배치 되어 있고 한쪽은 카페 분위기로 꾸며 놓았네요. 


큰 테이블이 없어서 여기서 독서 토론회나 회의 같은 것은 할 수 없겠네요. 그건 좀 아쉽습니다. 테이블 밑에 전원 콘센트가 있어서 노트북 작업을 할 수 있고 와이파이도 터집니다. 


보통의 동네 서점은 서점 디자인 보다는 효용성만 생각하는 무채색의 책꽃이에 책을 가득 꼽아서 전시하는데 북바이북은 눈에 보기 좋은 디스플레이 배치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사다리 형태의 책장이 눈을 즐겁게 하네요



아! 북바이북의 차별성이 또  있네요. 북바이북에서 구매한 책을 다시 팔 수 있습니다. 정가의 80%라니 놀랍네요. 알라딘도 이렇게 많은 금액을 페이백으로 제공하지 않거든요. 책 좋아하는 분들은 책 가격이 부담스러워도 후딱 읽고 새책 구입해서 또 읽고 다시 북바이북에 팔고하면 도서 대여 형태로도 즐길 수 있겠네요. 그런데 다시 판 책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알았습니다. 이 북바이북은 모든 책을 쟁여 놓고 파는 것이 아닌 들렸다가 책이 없으면 책을 주문하면 다음 날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은 온라인 서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의 최대 장점은 책을 만져보고 좀 읽어보고 살 수 있는데 책을 주문해서 보게 된다면 온라인 서점과 크게 다를 것이 없죠. 

그럼에도 북바이북에서 주문하게끔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 매력은 책을 구매하게 이끄는 힘이 있습니다. 다른 서점에서 볼 수 없는 손 글씨의 추천 글이 있습니다. 


뻔하고 흔하고 지루한 추천 글이나 온라인 서평보다 따뜻한 느낌의 손 글씨가 적극적으로 책을 펼쳐 보라고 유도합니다. 



또한, 저자 싸인본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같은 책도 저자의 싸인이 들어가 있는 책이 더 가치가 있겠죠. 이런 마케팅도 독특하네요


책들은 비닐이 씌워져 있는 책들이 꽤 많은데 이런 것은 동네 서점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이기도 하죠. 책에 둘러 있는 종이띠 같은 쓰레기들은 버리고 차라리 비닐 포장을 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즐겨듣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으로 알게 된 김중혁 작가도 보이네요


요즘 위플래쉬 때문에 째즈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데 이 만화로 된 Jazz it up을 추천합니다. 만화로 째즈 역사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아요. 3월 26일에 작가 번개가 있네요. 이런 것이 북바이북의 매력 아닐까요? 저자가 동네 서점에 온다? 그것도 근거리에서 마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게 엄청난 매력이죠. 

영화 '비포선셋'의 그 모습입니다. 



그리고 매력을 또 찾았습니다. 도서는 정가 판매를 합니다. 대신 책 가격의 5%를 적립해 줍니다. 회원 가입은 할 필요 없이 이름과 핸드폰 번호만 알려주면 노트북에 저장해 놓고 구입할 때 마다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말하면 적립이 늘어갑니다.

흥미로운 것은 비올 때 눈올 때 책을 구매하면 커피가 공짜입니다. 흥미롭네요.



더 특이한 것은 독서 카드입니다. 독서 카드를 만들어서 10권의 책을 읽으면 커피를 제공합니다.  놀라운 것은 북바이북에서 책을 구입한 책 10권을 읽고 독서 카드를 써도 되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나 다른 서점에서 구입한 책을 읽고 간단하게 독서카드를 만들어도 커피를 줍니다. 이는 독서를 유도하는 전략이네요. 영민합니다. 

 정가에 팔기에 이익이 남을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면 수익이 많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뉴스 기사를 보니 실제로도 큰 이익은 나지 않다고 하네요. 그러나 콘텐츠가 쌓이면 저 같이 지나가는 사람도 일부러 들리게 되지 않을까 하네요





셀카봉도 마련해 놓아서 적극적으로 어서 오시라고 하고 있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북바이북의 특장점 

1. 술을 먹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2. 저자 싸인 본과 손 글씨 추천 메뉴로 책 구입을 유도한다

3. 비나 눈이 올 때 책을 구입하면 커피가 무료

4. 독서카드를 통해서 다독을 권유한다

5. 저자와의 대화를 제공한다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는 공간은 아닙니다. 생각보다 작은 공간이기에 다수의 사람들이 몰려와서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서점에 없는 다양한 끌림을 배치해서 한 번 오게 되면 계속 오게 만드는 콘텐츠가 풍부합니다. 책 가격만 생각한다면 추천하기 힘들지만 우리가 책을 가격으로만 생각하나요? 구입하게 되는 과정의 즐거움도 즐거움이죠. 그 즐거움이 책을 정가로 팔아도 찾게 만드는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북바이북은 동네서점이 살아갈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게 정답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가격만 보고 달려가는 동네 서점들의 색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도 있습니다. http://www.bookbybook.co.kr/가 홈페이지인데 다양한 이벤트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포털 다음 출신이라면서 네이버 블로그에 정착 했네요. 티스토리도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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