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내려서 터벅터벅 광화문을 지나 삼청동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갤러리 거리를 지나자 문득 갤러리온이 생각났습니다. 갤러리 현대 바로 옆에 있는 갤러리온은 사진 전시회를 많이 하는 곳입니다.
원래 이 건물에는 갤러리온말고 갤러리 아트 사간이 3층에 있었습니다. 갤러리 사간은 방명록에 메일링리스트를 적었더니 꼬박꼬박 전시회 소식을 전해주던 고마운 곳입니다.
그러나 작년에 사라졌더군요. 너무도 아쉽습니다. 그리고 1층에 작은 카페 같은 음식점이 생겼는데 그 마저도 사라지고 또 다른 소비재를 파는 가게가 들어설 듯 하네요. 갤러리온은 그대로 있네요
갤러리온에서는 1월 8일부터 1월 16일까지 오윤경 사진작가의 그해... 라는 사진전을 합니다.
눈보라 치는 겨울 외로운 나무 한 그루를 사진으로 담았네요
갤러리온은 지하에 있는 갤러리입니다. 계단을 쭉 따라 내려가면
유리창으로 된 문이 있는데 쓱 밀고 들어가면 됩니다.
갤러리온은 사무공간이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아무도 없다고 의아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구석에 작은 틈으로 사무 공간에서 다 보고 있거든요.
전시장에는 나무가 서 있는 흑백 사진들과 컬러 사진이 전시 되고 있습니다.
사진작가 오윤경은 외로운 존재들을 모았습니다. 어두운 밤, 홀로 서 있는 나무, 처량하게 부는 바람, 하염 없이 흐르는 눈보라, 해뜨기 전의 고요함. 이런 외로움이 묻어 나오는 존재들을 모아서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작가의 인생이 이런 외로움의 연속이었고 그걸 투영할 존재들을 모아서 자신의 아바타 같은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사진들은 밝은 사진들이 많은데 사진 촬영을 해뜨기 전이나 한 밤중에 촬영했다고 하네요. 위 사진 같은 경우 낮에 찍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인데 한 밤 달 빛 아래에서 촬영 했나 봅니다. 아무도 장 노출로 촬영한 듯 하네요. 이런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가 또 있죠. 장태형 사진작가는 산업화의 상징체인 공장들을 한 밤에 장노출로 촬영해서 마치 낮에 촬영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사진 중에는 나무 사진들이 많았는데 특히 한 나무는 여러각도에서 다른 시간에 촬영한 사진이 있습니다. 아마도 작가님이 가장 사랑하는 또는 자신과 닮았다고 느낀 나무 같아 보이네요.
바로 이 나무입니다. 2그루인데 새벽녘에 촬영한 사진이 많네요. 물안개 피어 오르는 호수 앞에 피어난 2그루의 나무는 그윽함을 자아냅니다.
흥미롭게도 프린팅 된 용지가 일반 사진 용지가 아닌 한지 느낌이 나는 프린트 용지네요. 그래서 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나이들수록 사람에게 받는 치유보다 나무 같은 말 없는 생명체에게서 받는 치유가 더 많아집니다. 사람은 마음이라는 것이 변하지만 나무는 항상 거기 그 자리에 그 마음 그대로 있습니다. 무수한 변화 속에서 묵묵히 자라고 서 있는 나무.
전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세상이 변화가 빠른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형태만 변하지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 인간도 그렇습니다. 많이 변하고 놀라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이미 이전에 이 지구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한 번 이상 씩 했던 행동들이죠. 그래서 그런 변화에 휩쓸리지 말고 줏대 있게 살아야 합니다. 줏대라는 뿌리 깊은 나무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오윤경 사진작가님도 쓰러지지 않는 사진, 견디는 사진 꾸준하게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