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좋은 이유는 일상의 시선을 비틀어서 새로운 가치와 시선을 담아서 새로운 생각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런 일탈의 경험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큰 미덕입니다. 뒤샹이 소변기를 눕혀 놓고 '샘'이라고 하듯 한 방향으로만 보던 피사체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오늘 제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사진입니다.
위 사진은 작가 이동연의 몽유-이황의 망중한이라는 작품입니다. 퇴계 이황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인물입니다. 왜냐하면 1천원 권 지폐의 주인공이기 때문이죠. 성리학자 퇴계 이황이 고급진 헤드셋을 쓰고 있습니다.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BJ 이황이라고 올렸더니 별풍선을 쏘겠다는 분도 계시고 주식 방송 하면 대박 날 것이라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빵 터졌죠. 진짜 퇴계 이황이 주식 방송하면 대박 났을 것입니다. 이황보다 BJ 세종 아니 5만원 권의 주인공인 신사임당이 주식 방송을 하면 더 대박이 나왔겠네요.
오늘 인사동에 갔다가 참새 방앗간인 '인사아트센터'에 들렸습니다. 인사아트센터는 전층에서 흥미로운 전시회가 많이 열립니다
이 전시회는 <지폐 속 인물들 "화려한 외출" -쇼미더 머니 전>입니다
12월 24일 시작해서 다음 주 월요일인 29일 끝나는 전시회입니다.
동영화와 한국화를 전공한 6인의 작가인 김현정, 박미진, 박용창. 신영훈, 이동연, 홍성용)작가가 모여서 한 기획전시회입니다.
이 동영화 또는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들이 수 많은 동양화 소재 중에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을 재창조 했습니다.
그래서 '쇼 미더 머니'라고 했네요. 돈 싫어 하는 사람 거의 없죠. 특히나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는 기승전돈의 국가에서는 더더욱 그렇고요.
올해 많은 미술 전시회를 본 것은 아니지만 올해의 발견이라고 할 만큼 보자마자 이 작가 누구지? 재미있다! 라는 느낌이 뙇 전달 된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김현정 작가입니다. 올해로 27살의 김현정 작가는 감히 올해의 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작품을 보자마자 반해 버린 작가입니다.
김현정 작가를 알 게 된 것은 SNS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숭'시리즈라는 작품을 누군가가 공유 했는데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한복을 입고 맥도날드 버거 배달을 하거나
비츠의 닥터 드레라는 고급진 헤드폰을 끼고 요즘 유행하는 컬러플한 로드 바이크를 탑니다. 그런데 복장이 특이합니다. 그녀의 모든 작품에서 등장하는 한복입니다.
한복은 참 불편한 옷입니다. 운동을 하기에는 적합한 옷이 아니죠. 그래서 한복을 입으면 자연스럽게 단아한 표정과 행동을 합니다. 이런 한복의 다소곳함과 달리 그림 속 주인공은 다양한 일상적인 행동을 합니다.
작가는 이런 이율배반적인 것을 내숭으로 명명합니다.
여자 분들이 소개팅 나가서 칼질을 하면서 입을 가리고 웃는 내숭을 떨다가 집에서는 전기 밥솥채 끊어 안고 비빔밥을 먹는 설정은 수 많은 드라마에서 패러디 할 정도로 흔하죠. 한복이라는 옷을 통한 가식적인 이미지와 실제의 이미지를 그림 속에서 녹여 내고 있습니다. 한복 입고 당구치고, 라면을 먹으며 역기를 듭니다. 옷만 한복이지 그녀가 하는 행동과 소품은 다 현대입니다.
(이곳이야 말로 우리가 꿈꾸던 곳이 아닌가. 작가 김현정.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주)
여기에 한국화는 농담만 조정해서 그리는 것을 탈피해서 과감하게 색을 집어 넣습니다.
(내숭 : 나를 들다 작가 김현정)
김현정 작가는 5만 원권의 주인공인 신사임당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5만 원 병풍 앞에서 책을 읽고 있네요. 내숭이라면 저 책은 누구나의 집에 있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세계명작소설전집 중 한 권일 듯 하네요. 이게 다 내숭이자 허세입니다.
김현정 작가는 실용적이지 못하고 과시적인 삶을 내숭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듯 하네요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블랙 코메디 같다고 할까요? 재미는 흥미를 이끌고 흥미는 클릭을 유도합니다. 발랄한 작가입니다.
이동연 작가의 그림은 블랙 코메디는 아니지만 한국화와 서양화의 화려한 색을 섞은 조화로운 그림을 선보였습니다
어쩜 색이 저리 고운지요. 한국화 또는 동양화가라고 하지만 묘사력은 서양화와 비슷하네요. 그렇다고 동양화가 묘사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자를 이용한 음영처리 기법 등은 서양화와 닮았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동양화는 그림자를 허용하지 않거든요. 동양화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리는 재현이 아닌 실제를 그대로 담기 때문에 그림자를 허용하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박미진 작가는 화폐의 두 주인공인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가 만나 장기를 두시네요. 항상 헛깔려요. 퇴계 이황이 5천원 화폐 주인공 같고 1천원 화폐 주인공이 율곡 이이 같기고 하거든요. 얼굴을 기억하기 보다는 저 머리에 쓴 망건이라고 하나요? 저것으로 구분합니다.
박미진 작가의 이 그림도 한 대기업의 갤러리에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눈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박용창 작가는 21세기 세종대왕을 신세대 감각으로 표현 했습니다.
5만원 권이 나오기 전에는 배춧잎이라는 만원 권 지폐의 모델로 가장 사랑을 받았습니다.
신영훈 작가는 다른 나라 화폐에 새겨진 인물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그러고보니 한국 화폐와 다른 나라 화폐의 주인공들은 닮은 듯 다른 인물들이 새겨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슷한 것도 있는데 그건 바로 돈의 색깔입니다. 푸르스름하거나 붉으스름 하거나 하죠. 그런 화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폐중에 흑백 화폐나 노란 화폐는 보지 못한 듯 하네요
자본주의의 상징인 돈. 그리고 그 돈을 형상화 한 화폐. 화폐는 사람의 욕망을 담고 있습니다. 이 욕망을 한국화에 녹여 낸 아주 흥미로운 전시회였습니다. 우리 화폐는 동양화였네요 이 전시회는 한국조폐공사가 후원하고 있는 전시회입니다. 이점도 유쾌하네요.딱딱한 돈, 냉혹한 돈의 아이콘 화폐에 살던 인물들이 화폐를 뚫고 나와서 외출을 한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