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좋아하고 사진작가를 여기에 많이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사진계를 틈틈이 어깨너머로 담 넘어로 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좋은 사진작가님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소명의식을 가진 거룩한 분이 계시기에 사진이 고귀하다는 생각도 드는 경우도 꽤 있었지만 반대의 경험도 꽤 있었습니다.
이 사진계도 미술계 아니 예술계와 마찬가지로 학연 지연이 가득한 생태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적잖이 실망도 했습니다.
사진계는 순수하고 고귀한 생태계가 흐를 것이라는 제 순진한 생각은 이제는 많이 사라졌습니다. 사진계도 대한민국 사회의 일부이고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그럼에도 사진계가 다른 예술계나 다른 대한민국 사회와 맑다고 느낀 이유는 혼자 작업하는 사진작가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류가 많지 않으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편하기도 하지만 외부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덜 때가 탄다고 할까요?
금강송을 찍겠다고 금강송을 잘라버린 사진작가가 아닌 사진진상
한 유명 사진작가가 금강송을 찍겠다면서 앵글에 방해가 되는 다른 금강송 11그루와 활엽수 14그루를 불법으로 잘라 버렸다가 들통이 나서 500만원의 벌금을 냈다는 뉴스가 절 우울하게 하네요.
이 뉴스는 오늘 '배철수의 음악캠프' 시작멘트에서도 소개했는데 들으면서 한국 사진작가들 얼굴에 x칠을 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충격적인 뉴스는 페이스북에서도 많이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이 작가는 금강송 같은 소나무 사진을 판매해서 1점에 4~500만원을 주고 팔 정도로 꽤 인기 있는 사진작가입니다. 사진 1점에 400~500만원에 판매한다는 것은 꽤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림처럼 유일체가 아닌 무한 복제가 가능한 매체라서 사진 판매가격이 낮을 수 밖에 없는데 꽤 비싼 가격에 판매가 되네요
이 작가의 사진들을 검색해서 보니 사진들은 꽤 잘 찍긴 합니다. 그러니 잘 팔리겠죠. 전국의 기이한 모습 또는 우람한 소나무 사진을 찍고 판매를 하고 있는데 그 사진들이 그 소나무를 방해하는 주변 나무들을 가차없이 잘라 버렸다는 모습에 분노가 끌어 오르네요
이런 모습은 이미 익숙한 풍경입니다
그 유명한 주산지에서 자신들의 앵글에 방해가 되는 나뭇가지가 있으면 톱으로 잘라 버리는 사진진상들이나 예쁜 야생화를 찍고 다른 사람이 못 찍게 꺾어 버리는 행동들은 한국에서는 아주 흔한 풍경입니다
이런 사진진상들은 능력은 안 되고 욕심만 많은 일부 생활 사진가들의 행동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츄어도 아니고 프로가 저런 행동을 아주 자연스럽게 했다는 것은 이 사진작가가 도덕성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한 인터뷰를 보면 자신의 잘못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돈 때문에 쉽게 그런 파렴치한 행동을 한 것 같기도 하네요
보통 이런 행동을 하면 사진작가협회에서 큰 제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진작가들의 명예에 큰 훼손이 일어나지 않지만 한국은 사진작가협회가 있긴 하지만 그냥 독립된 그들만의 리그라서 제재를 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소나무 찍는 작가가 그 협회 소속회원이 아니면 더더욱 불가능하죠. 그렇다면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그 작가의 작품을 안 사주면 됩니다. 한국에서 법보다 명예보다 더 무서운 것이 돈이니까요
그러나 장담하는데 이번 사건은 하나의 헤프닝으로 끝나고 소나무 작가의 사진은 계속 고가로 팔려 나갈 것입니다. 소나무 사진 찍기 위해서 주변 나무를 베어 버렸다는 뉴스 기사를 봐도 "자르면 어때? 그게 무슨 큰 잘못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진을 꾸준하게 사줄 것입니다.
소나무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소나무를 잘라도 괜찮다고 여기는 분들이 사진을 사가겠죠.
사진작가라고 부르기에 창피한 사진작가들
대한민국 사진작가협회는 사진관 하는 분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사진작가라고 말하면 생각하는 예술 사진을 하는 사진작가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가 아닌 상업 사진가들이 만든 단체입니다.
따라서 정확하게는 대한민국 사진가협회라고 해야 함에도 작가라는 이름을 쉽게 붙여 버립니다.
그렇게 모인 사진작가협회는 수 많은 구설수에 오르게 됩니다. 대한민국 사진대전의 대상 작품이 뇌물을 받고 뽑아줬다가 걸리기도 하고 포토샵을 이용한 합성 사진을 풍경 사진인 양 당당하게 전시를 하는 등 눈꼴시려운 모습이 꽤 많았습니다.
사진가 유일한 단체가 이렇게 허술하게 운영되니 사진계에는 정화 능력이 없습니다.
작년에는 한 사진작가라는 분이 멋진 새 사진을 찍겠다면서 새의 다리에 접착제를 붙여서 나뭇가지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고 사진을 찍는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그 뉴스가 크게 화제가 되었고 손가락질을 했지만 그 작가분 서울포토페어에 사진을 들고 나와서 판매를 하더군요. 정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 하는 한국 사진계입니다. 이런 사진가가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부정한 행동 또는 몰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걸리면 어! 미안이라고 하고 끝난다면 이런 사진작가들은 또 생길 것입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사진작가들이 이럴진데 아마츄어 사진가들은 어떻겠습니까? 유명한 출사지에 가서 진을 치고 있다가 찍고자 하는 피사체 앞에 나뭇가지가 있으면 톱으로 잘라 버리고 수십 명이 몰려서 사진 찍는 진상극을 펼치고 있습니다. 야생 동물이 움직이지 않은다면서 돌맹이를 던지는 사람들 앵글 가린다면서 반말로 비키라고 하는 사람들 이런 사진진상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사진 찍다보면 보기 드문 현상이나 동물을 보면 흥분을 하게 됩니다. 사진을 찍기도 전에 결과물을 생각하면서 그 아름다운 풍경과 피사체 홀려서 욕심을 내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선을 넘어서지는 않습니다. 상식을 어기면서 까지 찍을 사진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사진 촬영 과정도 사진에 담기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결과물만 볼 것 같지만 어떻게 찍게 되었는지 꼭 물어봅니다. 그럴 때 상식을 넘어선 행동 또는 불법을 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다면 상식과 법을 넘지 말아야 합니다. 단, 사회 고발 목적이나 세상을 환기 시키기 위한 행동이고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면서 당당하게 한 행동이면 몰라도 그런 행동이 아니라면 선을 넘어서지 마십시요.
자신이 사진 진상인지 아닌지 항상 자기검열을 했으면 합니다. 사진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기도 하지만 나를 담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사진에는 다른 사람의 얼굴과 풍경이 담기지만 사진가의 시선도 담깁니다.
덧붙임 : 1960년대에 생긴 한국사진작가협회는 사진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입했습니다. 당시는 사진작가 개념도 없던 시절이라서 주로 사진관 하던 분들이 주축이 되어서 가입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풍경사진과 같은 구상사진이나 예술사진을 하는 (그러나 정작 예술 사진작가들은 거의 가입을 하지 않는) 단체로 변했습니다. 현재 사진관하는 분들이 모여 있는 단체는 한국프로사진협회가 따로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혹시나 오해할까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