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옆 갤러리 거리에는 몇개의 사진 전문 갤러리가 있습니다. 갤러리 아트 사간과 갤러리 온이 사진만 전문으로 하는 갤러리입니다. 갤러리 온은 자세히는 모르겠네요. 묘하게도 제가 들릴 때 마다 사진전을 해서 그런지 사진 전시회만 하는 곳 같더라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갤러리 아트 사간은 사라진 듯 합니다. 유일하게 저에게 전시회 소식을 메일링으로 보내주던 갤러리였는데 언젠가부터 보내지 않더라고요.
갤러리 ON이 있는 건물에 같이 있었는데 이 건물 3층에 있던 '갤러리 아트 사간'은 불이 꺼져 있었고 간판도 사라졌습니다.
대신 1층에 파스타 햄버거 가게가 들어 왔습니다. 좀 씁쓸하네요. 인기가 있고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돈 안 되는 갤러리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음식점이나 악세사리 점이 생깁니다.
삼청동이 특별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이런 갤러리들이 있기 때문인데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이 몰릴수록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 갤러리들이 먼저 그 빛을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인사동에서 삼청동으로 삼청동에서 부암동으로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갤러리 ON은 지하에 있습니다. 지금 현재 서영걸 사진작가의 '하얀사막_그 피안공간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사진전은 개인적으로는 좀 남다릅니다. 왜냐하면 서영걸 작가님과 저는 페이스북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진전 소식도 페이스북으로 알았고 사진전에서 눈물 흘리신 것도 페이스북으로 알았습니다. 언제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못갔는데 지난 주말에 살짝 들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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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제목은 '하얀사막 _그 피안공간입니다. 올해 초였던가요?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서영걸 사진작가는 남극으로 간다면서 남극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생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남극의 두번 째 장보고 과학기지 공사를 촬영하러 아라온을 타고 갔습니다. 그 남극을 촬영한 사진전이 이 하얀사막_그 피안 공간 사진전입니다.
갤러리ON은 크기 않은 갤러리이지만 깔끔한 갤러리입니다. 조용한 곳이라서 작품 감상하기 딱 좋습니다. 작품은 한 30여 작품이 전시 되어 있었습니다.
전시 제목이 너무나 와 닿습니다. 사진들을 보면 거친 파도의 모습도 있지만 아무런 사건 사고가 없는 그냥 정지 된 듯한 풍경들이 가득 했습니다.
가끔 나는 새가 정지 화면이 아니라고 각성 시켜 주는 듯 하네요. 눈과 빙하로 덮힌 남극은 말 그대로 하얀 사막 그 자체였습니다. 생물체들이 견디기 힘든 자연의 조건은 모든 것을 한 가지 색으로 통일 시키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수직의 세계가 아닌 자연이 만든 수평의 세계. 모든 것은 수평으로 수렴하는 듯한 이 강력한 원초적 힘을 서영걸 사진작가는 그 뜻을 거스르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사진들이 마치 한지에 그림을 그려 넣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가까이서 보니 인화지가 특이합니다. 무슨 인화지인지 몰라도 사진이 사진 보다는 수묵화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프린팅을 잉크젯으로 하신 듯 합니다. 요즘은 잉크젯으로도 사진 출력 많이 하더라고요.
하얀색과 시리도록 푸른 바다. 그 자체로 마음이 정화가 되네요.
20살에 시작한 사진을 지난 10여년 동안 하지 않았다고 하시네요. 무엇이 다시 사진의 길로 이끌었을까요?
다시 사진을 하게 한 열정 식지 않고 평생 사진을 하셨으면 합니다. 서영걸 사진작가님을 영원히 응원합니다.
전시회는 연장해서 12월 20일까지 전시합니다. 인기가 좋아서 연장을 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