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가장 듣기 싫었던 단어는 소통과 힐링이었습니다. 2012년에도 이 단어가 듣기 싫었는데 올해는 무슨 유행어인지 접두어인지 무조건 힐링, 소통 어쩌고 저쩌고 합니다. 좀 진득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들이라면 왜 힐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은 다 덮어 놓고 스트레스 받은 상태에서 그 스트레스를 풀 것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행어가 된 힐링과 소통이 한 해 잘 되었습니까? 제가 보기엔 힐링과 소통이 더 크게 울려퍼질수록 힐링도 소통도 안 되는 사회라고 생각됩니다. 소통이 잘 되는 사회라면 소통이라는 단어 써가면서 소통하자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느끼고 공감하면 되지 무슨 소통까지 합니까? 그리고 소통을 꼭 해야 합니까? 안 맞는 사람과 억지로 소통하는 게 더 스트레스입니다. 그냥 마음 맞는 사람끼리 만나고 살아도 부족한 시간인데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소통할 필요는 없죠. 다만, 맞지 않는다고 배척하기 보다는 그냥 풍경처럼 받아들이면 됩니다.
소통은 그렇다치고 이 힐링이라는 단어도 참 무분별하게 씁니다.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행위를 힐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상품과 결합 되면서 무슨 마케팅 도구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진도 보면 '힐링 포토'라는 단어까지 나오더라고요. 뭐 그런 형용사로 사용하는 것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체 모를 사진에 '힐링 포토'라고 정의 하는 것은 좀 무리수로 보이기도 합니다.
뽀샤시하고 아웃포커싱 많이 된 꽃이나 아기 사진이 무조건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것은 아니거든요. 개인마다 다 다르겠지만 전 그런 풍경 같은 사진 보다 다큐 사진에서 마음이 움직이고 세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고 그게 바로 살아 있는 사진으로 느껴집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장르가 다 다를텐데 특정한 사진만 '힐링 포토'라고 하는 것은 시선의 획일화를 가져오는 듯 합니다.
좀 다른 이야기를 했네요. 아래 사진전 소개 하려다가 너무 흥분 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인사아트센터'에서 '시간여행자 사진관' 전시회를 관람했습니다
이 전시회는 두산그룹이 청소년 정서함양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한 사진전입니다. 두산그룹 광고보면 사람이 미래다인가? 그런 광고를 하던데요. 그 사람을 위한 프로젝트의 중 하나인가 봅니다.
이 시간여행자 사진관 전시회는 청소년 97명이 인솔자와 함께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사진 출사를 가서 찍은 사진 400여점을 전시하는 전시회입니다.
청소년들의 기념사진이 게시판에 가득 붙어 있네요. 사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즐거운 나이입니다.
사진들 위에는 이런 작은 문장들이 곳곳에서 선보였습니다.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주목받는 외모가 아니어도 그 누구보다 평범한 너여도 "이 땅에 온 것을 축하해."
정말 별 거 아닌 문장이지만 이 문장에 서글픔이 묻어납니다. 왜냐하면 이 문장이 100% 성립되는 세상이 아니거든요. 특히나 한국 같이 물신주의가 철학이 된 나라에서는 못나고 늙은 것은 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데 사회가 점점 더 저질스러워지고 있습니다. 같은 잘못을 해도 예쁘고 잘난 사람은 용서 받는 모습은 농담처럼 해야 하는데 요즘은 실제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해서 예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더 인기와 돈을 더 많이 법니다.
그래서 그렇게들 젊은 취직자들이 면접을 위해서 성형을 하나 봅니다.
포털 뉴스에는 여자 연예인의 허벅지 사진이나 노출하고 있고 사회 문제는 외면하고 연예인들 이야기만 추종하고 과몰입하는 모습이 심할 정도로 늘고 있습니다.
평범한 것이 양아치보다 더 무의미하게 취급 받는 세상이 아닐까 하네요. 공부를 잘하거나 싸움을 잘하거나 하면 학교에서 눈에 띄는데 평범하면 존재감 없는 존재로 지내게 됩니다. 학교 교육 시스템이 이런 다수의 평범한 학생을 더 대우해주어야 하는데 그냥 없는 듯 방치해버립니다.
사진들은 크지 않았습니다. 전시회장은 큰 공간이었지만 400여 점의 사진을 소개하려면 크게 인화할 수 없었을 듯 하네요. 또한, 프로들의 사진도 아니고 아마츄어라서 이렇게 집단으로 소개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전시회 입구에는 학생들의 사진들이 가득 합니다. 출사가서 서로를 촬영한 사진이네요.
언제부터 우리는 아이들과 자신에게 뛰라고 채근 했을까요?
아마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아닐까요? 모두 천천히 가면 되는데 한 명이 뛰고 두 명이 뛰자 불안해집니다. 선생님은 뛰지말라고 하지 않고 선착순을 외치니 아이들은 혼비백산하며 모두 뛰기 시작합니다.
뛸 수 있습니다. 속도는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뛰지 못하거나 뛰다가 넘어지는 친구가 생기면 손을 내밀어서 일으켜서 같이 뛰는 배려가 요즘 점점 더 사라지고 있네요. 다친 친구를 어깨동무하며 늦게 들어오면 감안을 해줘야 하는데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법대로 수치대로 대합니다.
"친구 부축하다가 늦었는데요"
"그래? 그래도 원리원칙대로 해야해. 여기봐봐 친구 부축하다 늦으면 배려하라는 규정이 없잖니? 그럼 늦게 온 대가로 화장실 청소해"
뭐 이런 식의 풍경이 요즘 만연해있네요.
학생들의 사진들은 차분하고 일상적이었습니다. 흔한 시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보는 그런 사진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마츄어의 시선 그대로인데요. 이 사진전은 사진 결과물을 평가하는 사진전이라고 보다는 그 행위 즉, 출사를 나가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뒷풀이를 하는 그 과정을 전시하는 전시회입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서로의 사진을 평가하고 좋아하는 그 과정이 사진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저도 대학교 때 출사 나가면 사진 찍는 재미도 재미지만 그 출사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또한,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좀 더 쉽게 친해질 수도 있고요.
그러나 이런 재미를 사람들이 점점 더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을 보지 않고 장비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진 어떻게 어떤 의도로 찍으신 거예요?가 아닌 그 카메라 얼마예요? 잘 찍혀요? 좋아요? 라고 묻는 인삿말이 더 많습니다. 이건 마치! 나도 저 카메라가 있으면 적어도 너처럼은 찍을 수 있지라는 오만입니다. 또한, 카메라 종속적인 출사는 결국은 자기 파괴적이고 소모적인 출사입니다.
사진전은 제목만 있는 사진이 있는가하면 위 사진처럼 작은 문장이 있는 사진도 있었습니다.
저는 요즘 사진전의 사진들을 보면 오로지 사진으로만 승부하려는 모습이 있고 이게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정보를 생각보다 많이 담지 못합니다. 그래서 캡션이나 위 사진처럼 사진 촬영자의 당시 느낌을 진중한 문장과 함께 소개하면 어떨까 합니다. 음.. 시화전 같은 사진전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게 더 머리에 오래 기억되는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분명, 이런 스타일은 페이스북 사진 스타일이라서 프로 사진가들에게는 힘들지만 아마츄어들은 이런 방식도 좋아 보이네요.
사진 출사지를 표시한 지도입니다. 유명한 서울 출사지는 다 있네요. 파주 헤이리와 인천 차이나타운, 소래생태공원, 장흥 예술공원도 보이네요.
이 글은 공감이 안 갑니다.
그 이유는 편지가 진정한 소통이고 문자 메시지는 소통이 아니라고 하지만 시대에 따라서 전달하는 매개체는 변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봉화에서 편지 그리고 전보에서 전화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내 생각과 말을 전달하는 매개체는 항상 변화했지만 그 말과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단, 변한 것이 있다면 그리움이죠. 편지 보내고 받기 까지의 기다림에서 피어나는 그리움이 요즘은 사라졌습니다.
카톡 문자 보내고 한 참 답장이 없으면 그리움이 아닌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내 카톡을 씹어 이게!"라고 하죠. 이 그리움의 부재가 현대인들이 점점 더 불안해하고 외로워하는 것 아닐까요? 너무 마음이 출렁 출렁 줏대없이 움직이고 변화가 심하니 중심없이 흔들리는 부초 같아 보입니다.
모니터 세상도 진짜고 문자 메시지도 진짜입니다. 다만, 실제가 아닌 하나의 막을 통해서 전달 될 뿐, 그것도 진짜입니다. 뭐 그러건 있죠. 모니터 뒤에서 익명으로 만나는 관계가 진짜 만남의 관계보다는 느슨하다는 것이 있는 동시에 느슨하기 때문에 구속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도구를 탓하지 말고 그 도구를 활용하는 나를 돌아보고 생각해봐야 합니다.
시간여행자 사진관에서는 사진도 촬영해 주었는데요. 이 좋은 전시회를 우연히 본 행운이 지난 주말 내내 기분을 좋게 했습니다.
사진 찍기를 통해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즐거워 하는 모습, 사진 찍기를 핑계로 시원한 바람을 마음 속에 담은 수 많은 웃음을 만들었다면 사진은 자기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 됩니다.
사진은 결과로만 말하지만 사진의 즐거움은 사진의 결과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여행을 가고 사람을 만나고 사진을 찍으면서 일어나는 그 많은 일들이 즐거움입니다. 사진을 하면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해지고 어르신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취미가 사진입니다.
사진 찍기, 그 행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