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교보문고 샘 서비스에서 처음으로 대여한 책 5권이 반납이 되었습니다. 교보문고 샘 서비스는 '전자책 도서 대여 서비스'로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서비스입니다. 대여 기간은 무려 6개월이고 한 달에 5권을 대여하는 sam5로 하면 한 달 1만 5천원에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단말기인 교보문고 샘 단말기까지 함께 할부로 구매하면 1달에 19,000원을 내면 1달에 다섯 권의 책을 대여 할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 샘을 6개월 동안 사용해보니 이 서비스의 장단점이 확연히 드러나네요. 그 체험을 적어보겠습니다.
교보문고 샘 서비스를 6개월 사용해 본 후 쓰는 체험기
호두같이 단단한 샘 전용 단말기
먼저 전용 e-ink 단말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샘 전용 단말기는 아이리버에서 만든 7인치 e-ink 디스플레이의 단말기입니다. 이 단말기는 무척 내구성이 좋습니다. 허리 높이에서 한 2번 떨어뜨렸는데 두번 모두 멀쩡 했습니다. 보통 이 e-ink방식의 단말기들은 떨어트려서 액정이 바사삭 깨지는 제품이 꽤 있는데 내구성은 꽤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버그 투성이였던 펌웨어. 이제는 안정화 되다
초기인 지난 3월,4월에는 엄청나게 버그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페이지를 터치했는데 이전 페이지가 나온다거나 혹은 보다가 홈 버튼을 눌러서 나가거나 껐다가 다시 켜서 책을 터치하면 읽던 부분부터 보여지는 것이 아닌 처음 페이지를 보여준다든가 하는 버그들이 꽤 많았습니다. 이런 버그는 초창기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급하게 내놓은 듯한 인상을 깊게 남게 했습니다.
그러나 교보문고는 계속 이런 불평 불만을 청취했고 바로바로 그 버그를 수정한 펌웨어를 내놓았습니다. 지금은 아주 생생 잘 작동합니다. 책을 보다 끄고 다시 켜서 책을 불러오면 읽던 페이지부터 보이며 로딩 속도나 페이지 넘김 속도도 향상 되었습니다. 또한, 이전에 없던 기능까지 넣어주었는데 그게 바로 열린 서재입니다. 보통 전자책 단말기를 구매하면 루팅을 통해서 다른 회사의 전자책 서비스 앱을 설치해서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교보문고는 이걸 아예 양지로 끌어올렸습니다. 열린 서재에 알라딘, 크레마, 신세계 오도독 같은 타사의 전자책 앱을 설치해서 타사의 전자책을 교보문고에서 읽을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크레마나 예스24가 호환이 되지 않는 최신 버전을 내놓았지만 예전 버전으로 돌리면 잘 돌아갑니다. 교보문고는 개방을 했으나 타사의 서비스들이 개방을 원하지 않으면 자시의 전자책 앱 서비스를 패치하면서 작동이 안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업체에 구애받지 않고 단말기 하나만 사면 여러 전자책 서비스 업체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있으면 하는데 이게 쉽지는 않나보네요. 헤게모니 싸움 같습니다.
아무튼, 교보문고는 활짝 열어 놓았습니다. 반면 크레마 샤인과 크레마는 타사 서비스 전자책에 대해서 비개방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빠른 후속조치나 고객의 불만을 바로 들어줄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살짝 감동할 정도로 빠른 버그 개선 및 성능 개선은 무척 좋았습니다.
샘 서비스의 가장 큰 단점은 읽을 만한 책이 많지 않다는 점
교보문고 샘 서비스는 전자책 대여 서비스입니다. 구매가 아닌 대여이기 때문에 적은 가격으로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소장은 할 수 없는 대여 서비스이기에 싼 것도 있죠. 그러나 무려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대여해주기 떄문에 충분히 읽고 난 후 소장 가치가 있다면 그때 구매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이 샘 서비스의 가장 큰 단점은 대여할 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http://sam.kyobobook.co.kr/sbweb/best/bestMain.ink?selectedLargeCategory=102 에서 직접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읽을만 한 책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가 종이책과 전자책이 동시에 출간 되는 문화도 크지 않고 출판사와 저자들이 종이책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서 종이책 대비 전자책의 권수는 아직도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실제로 종이책 베스트셀러와 전자책 베스트셀러의 차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베스트셀러는 아주 다른데요. 그 이유는 종이책으로만 나오는 베스트셀러가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가격까지 종이책과 비슷하거나 종이책 구간과 비교하면 오히려 전자책이 더 비싼 가격 역전 현상까지 보이니 전자책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지만 고객 만족도는 나아지지를 않고 있습니다.
미국 아마존처럼 아예 전자책으로만 출간하던가 아니면 종이책과 전자책 동시에 출간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들과 대형 메이저 출판사들이 좀 더 전자책 출판에 신경을 써주면 좋겠지만 이게 되지 않으니 한국 전자책 시장은 파이는 커질지언정 만족도는 높지 않습니다. 이렇게 전자책에 대한 불만 즉 읽을만한 책이 없다는 심각한 문제에 그대로 안고 있으면더 그 문제점이 더 심각한 것이 교보문고 샘입니다.
교보문고 샘에서 대여할 수 있는 책은 기존의 전자책에서도 일부만 대여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판매가 아닌 대여이기 때문에 각각의 책을 대여 계약을 해야 하는데 출판사들이 아직 못 미더워하는 눈치가 있는지 전자책으로는 판매할지언정 대여 서비스인 교보문고 샘 서비스로는 제공을 안하는 책들이 많습니다. 이러다보니 가뜩이나 읽을만 한 책이 없는 전자책 시장에서 더 읽을 것이 없는 것이 교보문고 샘입니다.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일 수 있는데 교보문고가 이 문제를 터주지 않으면 교보문고 샘 서비스는 지금보다 더 초라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것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지켜만 보고 있는 많은 출판사들이 샘 서비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 그때서야 움직이려고 했는데 지금은 만족하지 못하는 성적표를 들고 있으니 그냥 쳐다만 보고 있는 것도 있겠죠. 그래서 티핑 포인트가 생기는 회원 가입 숫자를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한 10만 명 정도가 샘 서비스를 이용하면 그때서야 폭발적인 책의 증가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되네요. 그나마 위안인 것은 점진적으로 회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읽을만한 책이 없어서 소비자는 샘 서비스를 외면하고
출판사는 샘 서비스 이용자가 적어서 공급 안하고 이런 고착 상태가 계속되면 교보문고 샘의 미래는 어두울 수 있습니다
전자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고마운 샘
읽을만한 책이 많지 않을 뿐이지 읽을만한 책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꽤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꽤 있습니다.
사물의 민낯, 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가.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어떻게 살것인가. 꾸뻬 씨의 인생 여행 등등 꽤 좋았던 책은 있습니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전자책 애호가가 되어 버렸습니다.
먼저 전자책의 장점은 다양한 책을 손바닥 만한 단말기에 넣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꺼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짬나는 시간마다 스마트폰 대신 전자책을 읽으니 책 읽는 재미도 책 읽는 권수도 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동시간과 짬나는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입니다. 이렇게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 샘입니다.
또한, 6개월의 긴 대여시간은 안심하고 읽을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다 읽지도 않았는데 대여가 끝나간다고 알려오면 오히려 스트레스 쌓이죠. 그러나 6개월은 2개의 계절이 지나가는 시간으로 아주 길기 때문에 충분히 천천히 읽으시면 됩니다.
다만 6개월에 2권이 아닌 약정을 하시면 매달 5권씩 빌려야 하기 때문에 매달 5권을 읽어야 합니다. 이번 달은 4권 대여하고 다음달에 6권 대여할 수 없고 무조건 1달 5권 이하로 대여해야하고 대여 안 한 권 수는 이월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처음 시작은 천천히 시작하지만 한번 속도를 내면 계속 고삐를 쥐고 달려야 합니다.
직장인들에게는 이 5권도 버거울 수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보문고는 월정액 서비스와 함께 티켓 서비스를 통해서 5권을 다 읽고 다시 1만 5천원을 내고 5권을 읽는 서비스도 동시에 하면 어떨까 합니다. 즉 1만 5천원을 내고 5권을 다 읽고 난 후 2개월이던 3개월 후던 다 읽은 시점에 다시 1만 5천원으로 티켓을 구매해서 5권을 대여하게 하면 어떨까 합니다.
또한, 기존의 전자책도 대여 서비스 개념을 도입해서 구입하면 1만원 짜리인 전자책을 1달 혹은 2,3달 대여를 하는 조건으로 5천원에 대여하면 어떨까 합니다. 다 읽고 소장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소비자가 구매를 하면 5천원으로 대여자에게만 싸게 구매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네요. 좀 복잡해 보이고 워낙 이 시장이 혼탁하고 정리가 잘 안되어 있어서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런 그림까지 그려봤으면 합니다.
교보문고 샘은 읽을 만한 책이 많지 않다는 단점을 개선하면 지금보다 많은 회원을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쉽게 해결되려면 출판사들이 많이 협력해 줘야 합니다.
특히나 메이저 출판사들이 전자책 시장을 외면하거나 고전 소설류만 집중하는데요. 그런 모습 말고 신간서적을 전자책으로도 같이 출판해 주셨으면 합니다. 가뜩이나 책 안 읽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저 또한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정보나 공감 혹은 지혜나 혜안을 책에서만 얻는 것이 아니거든요. 가장 좋은 것은 좋은 사람을 주변에 많이두고 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 사람들의 삶을 배우고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좋은 사람만을 주변에 두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고 때문에 책이 그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책만이 대체제가 아닙니다. TV, 영화, 드라마, 공연, 예술 등 책을 대신할 것이 많습니다 이러니 점점 도서 인구는 줄어들고 있죠. 출판계는 이러다 공멸하겠다는 위기의식만 있고 책 안 읽는 니들은 미개인이라고 삿대질만 하고 있습니다. 그 삿대질을 하기 전에 자신들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봤으면 하네요
이 샘 서비스건 전자책 서비스의 키는 교보문고 같은 유통사가 아닌 출판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출판사와 그 출판사에 소속된 저자들의 고루한 생각도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베스트셀러 작가 책이 나왔다고 무조건 사는 시대도 지났고 언제까지 자신의 이름의 권위로만 연명할 것입니까? 유통, 출판, 저자 이 트라이앵글 모두 반성을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