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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방글라데시 봉제공장 붕괴로 돌아보는 배금주의 세상

by 썬도그 2013.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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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때문에 찾아 봤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건물 붕괴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를 듣긴 했는데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 보고 이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구나 하는 생각에 뉴스를 찾아 봤습니다. 

위 사진은 허밍턴포스트에 게재된 사진으로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5개가 있던 라나플라자 붕괴사고 때 숨진 사람의 모습입니다. 이 사진은 타슬리마 아크흐테르씨가 촬영한 사진으로 죽은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죽음의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 하려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23일에 일어난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 사고로 방금 뉴스를 보니 사망자만 900명이 넘는 대 참사였습니다. 삼풍 백화점 붕괴로 건물 붕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 사고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는 원래 상업 용도의 건물이었습니다. 5층짜리 상업 용도의 건물이었지만 건물주가 3층을 더 올려서 8층짜리 건물로 만들었고 그 8층짜리 건물에 저층은 상업공간 고층은 공장으로 만들었습니다. 건물 붕괴는 옥상에 올라간 발전기 때문이었습니다. 발전기의 진동이 건물에 큰 영향을 주었고 방글라데시 당국은 이 건물을 안전 진단이 있을 때 까지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공장주는 이 지시를 거부한 채 건물 붕괴의 공포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안심시키고 공장을 다시 돌리다가 다음 날 붕괴되었습니다. 

왜 공장주가 공장을 돌리게 했을까요? 사업 해보시면 잘 아실 것입니다. 납기일은 다가오는데 이런 뜻하지 않는 리스크가 생기면 모험을 하게 됩니다. 납기일을 넘기면 큰 손해이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공장을 돌렸고 그 욕심에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정말 탐욕스러운 공장주이고 건물주입니다. 건물주는 이 사고 후에 해외도 도망갈려다가 방글라데시 경찰에 의해 국경에서 체포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공장주와 건물주를 손가락질 하면서 후진국에서나 일어나는 사고라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사장인 전동수는 지난 8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사장단회의 직 후에 기자들이 불산 누출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자 "난 돈만 벌면 되잖아"라는 소리를 했습니다.

저 방글라데시 공장주와 건물주와 한국의 아니 세계적인 대기업인 삼성전자 사장의 마인드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백혈병으로 많은 노동자가 죽어도 인정하지 않는 삼성전자와 저 방글라데시 봉제 하청업체의  사장 혹은 공장장 마인드가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 목숨이나 인권보다 돈이 우선시 되는 배금주의 마인드에 쩔어 있는 사람들이죠. 

남양유업은 또 어떻습니까? 왜 사람들이 공분을 터트리는지에 대한 반성은 없고  현 위기만 어떻게든 넘길려는 식의 얼렁뚱땅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이 봉제공장 붕괴 사고를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의 80년대 모습이고 미국의 1910년대 모습이라는 것을요.  


방글라데시 봉제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매주 60시간씩 일하면서 월급으로 37달러를 받았습니다. 한화로 4만원도 안 되는 돈을 벌려고 60시간을 일해야 했습니다. 방글라데시 1억 5천만 인구 중에 400만명이 봉제 산업에서 근무를 한다고 하죠

그런데 이런 모습은 한국에서도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80년대 한국 미술 회고전을 할 때 봤던 그림입니다.
김인숙 작가의 '그린힐 화재에서 22명의 딸들이 죽다'라는 제목입니다. 

이 화재사고는 1988년 3월 25일 안양시 비산1동 그린힐 봉제공장에서 화재가 나서 여성 노동자 28명 중 22명이 사망한 사고입니다. 분명 저는 그 시대를 지나왔음에도 이런 사건이 있었는지도 몰랐네요. 이 화재에서 많은 사람이 죽은 이유는 돈 때문이었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은 3.7평 방에서 5~8명씩 새우잠을 잤습니다.  공장주는 폭력배들이 들어올지 모른다면 관리 차원에서 쇠창살을 내리고 문을 잠갔습니다. 아침에 경비원이 쇠창살 문을 따 주기 전에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었습니다. 1911년 3월 뉴욕 최대의 섬유직물회사인 트라이앵글 블라우스사는 빌딩 8,9,10층을 공장으로 사용했습니다. 이곳에서 많은 옷들을 생산했습니다. 여기서 근무한 여공들은 13살 부터 23살의 여성들로 대부분 이민자 출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공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8층에서 난 불은 윗층까지 번졌습니다. 그러나 평소에 여공들이 제품을 훔친다는 이유로 문을 걸어 잠궈놓았고  여공들은 질식을 피하기 위해서 그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총 14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뉴욕을 경악해 했습니다. 이후 노동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현재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작년 9월 파키스탄의 한 봉제공장에서 불이나서 300명 이상의 근로자가 사망을 했습니다. 2011년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스포츠 브랜드 퓨마 하청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화학물질에 노출되기도 했고요.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 가해자 중에 우리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싼 가격만 요구하고 그게 우리의 욕망이기에 싼 가격에 맞추다보니 노동인권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저임금만을 외치게 되었던 것이죠. 제품을 싸게 만들려면 가장 손 쉬운 방법은 임금을 깎거나 혹은 노동인권이나 노동 환경에 신경을 아예 쓰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 혹은 알바생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고요.

하지만, 소비자는 이런 모습을 잘 알지 못합니다. 손에 든 저가의 상품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나에게 왔는지를 잘 모릅니다. 
아니 알수가 없죠. 하지만, 이제는 좀 알아야 합니다. 어떤 노동자가 얼마나 돈을 받고 이 제품을 만드는지 이제는 좀 알아야 합니다. 그게 비록 불편하더라도 그럼에도 구매를 하더라도 알고 구매하는 것과 모르고 구매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이입니다. 

공정무역 커피라고 하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고 구입해서 먹는 커피는 맛은 모르겠지만 마음은 편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쓰고 입고 먹는 모든 것에 대한 과정이 어떤지를 좀 알아야 합니다. 물론, 모든 제품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몇몇개만 알게 되면 대충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내가 운동장에서 찬 축구공이 저 동남아시아 초등학생이 직접 바늘로 꿰서 만든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완제품만 보지만 그 완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관심과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키워야 합니다. 따라서 무조건 싼 제품이 좋다고 할 수 없죠. 그 싼 이유에는 수 많은 아동 노동과 저임금 노동자의 피눈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방글라데시 사태 이후 그 라나플라자에서 의류를 납품 받았던 유럽과 미국 의류기업들이 사과를 하고 다른 기업들은 우리와 상관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구사회에서 각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방글라데시 봉제공장 붕괴의 가장 큰 원인과 책임은 건물주와 공장주에게 있지만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 배경에는 서구의 의류업체들의 납품 독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동인권은 현재 같은 배금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는 쉽게 발로 차버려집니다. 
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다보니 노동자들이 수단이라는 도구가 되어버린 모습입니다.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핵심은 같아서 소개합니다. 
우리가 육식을 즐겨하는 이유는 그 고기가 어떤 동물의 어떤 부위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즐겨먹고 맛있게 먹습니다. 

아이를 키워보면 꼭 물어보는 것이 있죠.
순대를 보고 아이는 이거 뭐야? "응 돼지 창자에 당면을 넣어서 만든거야"라고 하면 기겁을 합니다. 또는 어른이라고 해도 살아 있는 소를 직접 잡고 어떤 부위인지 적나라하게 담겨서 포장해서 팔면 지금 같이 아무런 느낌없이 마치 고기가 공장에서 나온 공산품 마냥 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 고기가 얼마나 많은 항생제를 먹고 어떤 도살 과정을 거치고 어떻게 포장되는지 전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면 육식을 끊지는 못하더라도 육식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은 가질 것입니다. 

전 본질은 비슷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쓰는 공산품과 의류, 식료품들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소비자가 알아야 하고 정당한 대가를 주고 산다면 비록 그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우리는 그 양심적인 제품을 구매할 것입니다. 물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워낙 사람이라는 동물이 돈에 쉽게 현혹되기 때문에 조금만 싸도 그 제품을 사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공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면 조금 비싸더라도 그 바른 가치를 구매하지 않을까요?
보호무역을 하던 지난 80년은 그나마 어렴풋이 어떤 공장에서 누가 만드는지 대충은 알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글로벌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다보니 저 이억만리 이름도 모르는 곳에서 어린 아이가 제품을 생산하는지 조차도 우리는 잘 모르고 있네요. 

어떻게 보면 이번 방글라데시 봉제공장 사고는 우리 모두의 욕심이 불러온 참극이 아닐까 하네요. 노동자도 행복하고 소비자도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만 행복하고 소비자와 노동자는 우울한 모습이 되어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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