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나쁜 짓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단은 그런 도덕성 마져도 무너트렸습니다.
그렇게 한 친구가 길가에 새워둔 과일 노점을 하는 리어커 속의 포도를 하나 먹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도 그 행동에 합류 했습니다. 무슨 집단의 통과의례가 되는 듯 너도나도 그 리어커 속에 있는 포도를 먹기 시작 했고 저 또한 그 행동에 합류 했습니다. 그 다음날 그 행상을 하는 과일장사 아저씨가 동네에 와서 포도를 먹은 아이들 집에 다 찾아가서 배상을 요구했고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았던 나이의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 엄청나게 맞았다는 것과 함께 평생의 죄책감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 누군가가 하지마! 이건 나쁜 짓이야 라고 했다면 결과는 또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쁜 것인 줄 알면서도 그 행동에 합류한 이유는 그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함이 큽니다. 요즘 아이들이 무례한 행동을 넘어 범죄 행위에 근접한 행동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사이코패스적인 성향까지 보이면서 하는 몰상식한 행동들은 모두 무리짓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분명, 그게 나쁜 행동인지는 어렴풋이 압니다. 알면서도 나쁜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나에게 가해지는 불이익 때문입니다. 10대에게 가장 큰 불이익은 어떤 무리에도 속하지 않는 왕따입니다.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가해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면 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모습이 10대를 넘어 20대 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고 더더욱 심각한 것은 그 행동이 나쁜 것인지 인지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강원도의 모 대학교 학생들이 신입생 환영회인지 모임을 가진 후에 도심 거리를 막고 강강수월래를 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이 몸만 20대인 대학생들의 사고 수준에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분명 저 강강수월래를 한 모든 학생이 저런 행동이 나쁜 행동인지 모르고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못된 선배 못난 선배의 강압에 의해서 한 것도 있겠죠. 이렇게 어떤 무리에 속하게 되고 그 무리가 또래 들로만 구성되면 그 무리는 몰상식이 상식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주택 골목에서 초인종 벨을 누르고 튀는 놀이를 하는 또래들 사이에서는 그 행동이 스릴 있는 놀이이지 잘못된 행동인지 인지를 잘 하지 못합니다. 당하는 입장에 대한 생각을 하는 사려깊은 사고력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 모습을 어른이 지나가다가 보면 아이들을 불러서는 혼지검을 내주곤 하죠.
그런데요. 요즘 이런 어른들이 사라졌습니다. 길거리에서 담배 펴도 혼내는 어른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과 어른 혹은 청년과 장년 사이의 교류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냥 그들 끼리 놉니다. 동갑끼리 놀고 마음 많은 사람 끼리 만 놉니다. 역사를 또래에게서 배우고 세상을 또래에게서 배웁니다. 나이 많은 어른이 아닌 비슷한 연배의 선배와의 관계도 느슨해지고 있어서 세상 모든 이야기를 또래에게서 듣습니다.
이런 또래 문화의 문제점은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이성이 쉽게 마비 될 수 있습니다. 제 어렸을 때 그 무리에서 누군가가 이건! 도둑질이야라고 바른 판단의 말을 했다고 해도 다수가 괜찮아! 라고 하면 괜찮아 쪽으로 흐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또래 문화는 바르고 정직하고 사실을 말해도 다수의 의견에 밀려서 거짓이 진실로 탈바꿈 할 수 있습니다.
2011년 연대 앞에는 연고전을 앞두고 "오오미 슨상님 시방 고대라 하셨소?"라는 현수막을 달았다가 연대 동문 선배들의 질타와 여론의 따가운 비판 속에 현수막을 내렸습니다.
당시 연대생들의 변명은 이랬습니다
"이게 지역 비하 발언인지 몰랐다" 네 이해는 합니다. 자기가 쓰는 말이 어떤 말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알고 말을 하는 20대 많지 않습니다. 아니 30대 아니 40대도 자기가 하는 말이나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그저 유행하니까 그냥 주워 쓰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얼마 전 시크릿의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기가 쓰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채 씁니다. 이런 문제가 20대 전반적으로 퍼져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 또한 그런 20대를 보냈습니다. 따라서 이런 모습이 망국의 전조라고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나이 들면 저 처럼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나이만 든다고 모두가 그런 모습이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또래 문화 아지트가 바로 일베입니다.
일베가 우익성향의 젊은이들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 10,20대들이 우익이 뭔지 좌익이 뭔지 개념조차 모릅니다. 서울대생이 빨갱이라는 단어가 뭔지도 모르고 쓰는 시대이기 때문이죠. 보수가 뭔지 진보가 뭔지 제대로 아는 그들이 아닙니다. 물론 일베가 나이든 중장년도 있긴 하지만 회원들의 구성은 절대적으로 10,20대 남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이 일베에 몰리는 까닭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일베에 가서 보면 가학적인 글과 쌍욕이 인삿말로 주고 받는 쓰레기 집합장소 같지만 이 쓰레기들이 가끔은 웃긴다는 것입니다. 아니 웃김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마치 이런 모습은 20대의 여러 문화 중 한 부분이라고 까지도 느껴집니다. 과격한 10,20대의 인증 장소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독특한 언어를 쓰면서 자신들만의 인증을 하고 다니죠. 그래서 일베에서 가장 흔한 행동이 인증 놀이입니다. 나! 일베인이다라고 인증 받고 싶어 안달이 났고 그래서 제가 어렸을 때 포도를 훔쳐 먹었던 것처럼 그게 나쁜 행동인지를 인지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그 무리에서 인기 혹은 인증을 받고 싶어서 무리한 행동 혹은 반 사회적 행동을 서슴치 않게 합니다.
그래서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한 사진을 올린 대구 칠곡점 홈플러스 이통사 매장 직원은 당당하게 스스로 일베인임을 인증했다가 자신은 물론 홈플러스에 막대한 피해를 줬습니다. 이게 일베 안에서는 일상이고 보편적인 상식이지만 이게 또래 문화를 넘어서 세상에 나오게 되면 많은 가치관과 사회의 정의라는 잣대가 그 또래 문화와 행동을 판단하게 되고 그게 범법행위이면 감옥에 가는 것이고 경범죄라고 하면 큰 꾸중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일베를 하는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커밍아웃을 하면 사회적인 왕따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이는 일베를 운영하는 사람이 전공의가 되어야 한다면서 일베 운영 경력을 지울려는 모습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상식을 가진 일베라면 그게 나쁜 행동인지 알면서도 분노심에 몰상식한 행동을 하지만 문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10,20대들입니다.
이들은 일베에서 세상을 배우고 역사를 배우고 한국사를 배웁니다. 거기가 똥밭인지도 자기 몸에서 똥냄새가 나는지도 모릅니다. 그냥 하나의 유머 커뮤니티 사이트로 인식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런 모습을 어른이 나서서 지적해줘야 합니다.
니들이 하는 행동은 몰상식하고 비이성적이며 범법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을 하고 니들이 알고 있는 현대사나 역사는 잘못 된 것이라고 어른이 나서서 지적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어른이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격적 소양이 제대로 갖추어진 어른들이 적다는 것입니다.
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런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뉴스에서 보면 추수철에 농민과 함께 논뚜렁에서 막걸리를 자시면서 껄껄 웃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에 좋은 대통령이구 했고 부모님도 동네 어른들도 박정희 칭찬을 연일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 장교였다는 사실, 매일 같이 술을 먹고 연예인 불러서 요정 같은 곳에서 술먹고 여자랑 노는 모습, 자신의 말에 토다는 국민과 앞을 막는 국민은 총으로 위협하고 고문하는 독재자인지를 몰랐습니다. 어느 어른도 박정희의 실체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한 고등학교 형으로 부터 박정희가 핵 개발을 하려고 했다는 것과 독재자라는 것 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네 어른들도 모르니까 박정희를 좋아했겠지만 독재자라고 해도 먹고 살게 해준 은인이 그 정도 독재는 해도 괜찮다고들 생각 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끼리끼리 모이는 민족답게 또래 끼리 놀고 먹고 마시는 문화는 한 사회가 섞이지 못하고 기름 처럼 층을 이루어서 둥둥 떠다니는 느낌입니다.
10대는 10대끼리, 20대는 20대끼리 30대는 30대 끼리 노는 이런 수평적인 문화에서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나쁜 행동인지 잘못된 행동인지 알지도 못합니다. 이때 다른 세대의 어른이 내가 너 나이 때 그런거 해봤는데 좋지 않더라. 옳지 않더라 식으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조곤조곤 부드럽게 해줘야 하는데 대부분의 어른들이 "내가 왕년에 말이지"로 시작해서
"내가 너 만할 때는 안 그랬다" 식으로 훈계조로 합니다. 그러나 더더욱 세대간의 갈등이 수구러들지 않죠
이런 또래 문화는 세대간의 갈등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상입니다.
꾸짖는 어른이 없는 요즘, 있어도 인격 수양이 덜 된 어른들이 많은 요즘에는 10,20대들의 무식과 방종에 가까운 행동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그런 방종에 가끔씩 경악해 할 것입니다. 10,20대들의 이런 모습은 현재 그들의 부모인 40~60대들이 만든 모습이기도 합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많고 어른이 어른다워야 아이가 아이다워집니다.
이런 세상 이치를 모르고 오늘도 어른은 방관하고 아이들은 몰상식을 상식으로 알고 하루 하루를 살아갈 것입니다. 가끔 몇몇 방종과 일탈이 뉴스라는 그물에 걸려서 건져올려지면 여론이라는 집단 구타가 가해지고 세상 한탄을 하면서 혀를 차겠죠. 이건 무한 반복 코스가 되었고 그렇게 세상은 흘러 갈 것입니다.
뭐 이런 모습이 어제 오늘의 모습도 아니고 저 어렸을 때 부터 있던 사이클이라서 걱정은 안합니다. 다만, 한국의 미래가 결코 밝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인들은 노인들 끼리 탑골 공원이나 노인정에서 놀고 20대들은 자기들 끼리 노는 모습. 한 외국인이 "왜 한국에서는 노인과 청년이 대화를 하지 않냐고" 하는 말을 새겨 들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