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소나 기자 하는 세상이라고들 합니다.
정말 포털 메인에 걸리는 낚시성 제목을 달고 오타까지 주렁주렁 달린 기사와 여배우들 뒤태나 별 내용도 없이 눈요기거리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기자 개나 소나 하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분명 기자 개나 소나 하는 시대가 되긴 되었습니다. 언론고시라는 말은 예전의 이야기고 이제는 아주 쉽게 인터넷 언론사를 차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경박단소 해지고 진중하고 깊이 있는 텍스트 보다는 여배우들 홀딱 쇼에 광클릭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기사들의 품질은 저질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도 기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도 도서실에서 콕 박혀 언론사 시험 준비하는 전국의 수많은 20,30대들이 즐비합니다.
기자 좋죠. 기자 좋고 말고요. 10명의 파워블로거 보다 한 명의 기자의 중앙 일간지 기자의 파워가 더 큽니다.
우리가 매일 씹어대는 기자들이 파워블로거 보다 힘이 좋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쓰는 기사 한토막이 블로거가 쓰는 포스팅 10개 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자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몇번 기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아 봤는데 기본적으로 기자들은 강압적이고 자신들이 대단한 권력자인양 갑의 위치에서 말하는 꼬락서니들이 참 맘에 안 듭니다. 물론 모든 기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러 기자들과 이야기를 해 봤지만 그런 뉘앙스가 다분히 많이 보입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왜 기자들은 못이 뻣뻣한 것 일까요?거만해서? 정말 권력자라고 믿고 있어서? 그래야 기사가 써지니까?
건방지다
기자는 취재원과의 만남시 대부분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겸손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마치 자신의 알 권리로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캐내야 하는 기자의 업무상 겸손하기가 쉽지 않다.
책 -기자수업 중 95페이지 발췌-
책 기자 수업은 CBS 노컷뉴스의 11년 차 최철 기자의 기자에 대한 많은 것을 담은 책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만 기자 매뉴얼이라고 할까요? 책은 작은 크기지만 알찬 내용 들고 가득 차 있습니다.
제가 기자에 대해서 좀 관심이 있습니다. 몇번 사건 현장을 기자들과 함께 카메라에 담은 적이 있는데 (대부분 촛불 집회였죠) 기자들의 현장 취재하는 모습 기사 송고하는 모습과 인터뷰 따는 모습을 보면서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왜 저들은 현장을 똑같이 보고 다른 목소리를 담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 진실을 말하지 않고 진실을 왜곡해서 세상에 보도하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이 기자 수업에 그에 대한 말이 살짝 담겨 있습니다.
기자 지망생들이 언론사에 입사를 할때는 조선일보나 한겨레나 따지고 입사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물론 자신의 가치관과 언론사의 가치관이 비슷하면 좋겠지만 취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은 취직을 하기 위해서 좌와 우의 이념을 따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입사 후에 자신의 가치관과 언론사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면 회의를 하게 되고 결국 그걸 못 견디면 퇴사를 한다고 합니다
기억나시나요? 2008년 촛불 시위때 중앙일보 인턴기자로 입사한 중앙일보 인턴기자 이어영이 자신의 블로그에 촛불집회의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언론사에 전달이 되지 않고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과 다른 것에 소주를 먹었다는 글이 일파만파 커졌고 그 글이 중앙일보 데스크에 올라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어영 기자는 인턴기자에서 잘리게 됩니다.
지금은 대학로의 막걸리집 운영해서 대박이 났다는 기사를 얼핏 봤는데요. 이렇게 수습이나 신입기자들은 좌고 우고 생각해서 입사하는 게 아닌 일단 취직이 우선이기에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생각으로 입사를 한다고 하네요.
따라서 신입이 아무리 현장음을 채취해서 보고해도 데스크라는 능구렁이들이 기사를 킬 시키고 편집하거나 하는등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이상 신입기자의 현장음이 제대로 전달이 안된다고 합니다. 어딜 가나 이 윗대가리들이 문제죠
이 책은 기자가 꿈인 언론고시생들을 위한 책입니다.
언론의 입장이나 정의나 제4의 권력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일부분이고 수습기자 생활 체험기나 언론사 입사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 인턴기자이야기 및 기자들의 생태계를 적나라하게 담고 있습니다.
기자와 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며 언론사 내부의 부서별 역활과 서열구조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언론사 내부의 스케치를 꼼꼼하게 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되기까지와 기자가 된 후 해외 특파원의 이야기까지 기자들의 실생활을 스냅사진으로 찍은 듯한 꼼꼼함이 좋은 책입니다.
기자와 정치인의 관계나 왜 기자들이 정치인을 선배라고 부르는지도 담겨 있고 기자 생활의 재미와 묘미와 책임등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인터넷 뉴스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도 잘 다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자들의 연봉까지 담고 있는데요. 전체적으로 하나의 기자 생활 백서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또한 선배 기자가 기자가 될려는 기자 지망생에 촘촘한 첨삭지도를 한 느낌도 듭니다. 뭐 저자인 최철기자가 후배들을 위해서 썼다고 서두에도 밝히듯 이 책은 일반인보다는 기자 지망생들에게 더 유용한 책입니다. 저 같은 일반인들에게도 읽을 만한 내용도 있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날카로움이나 기자세계에 대한 반성은 많지 않네요
전 한국 기자들을 탐탁치 않게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세상의 진실을 왜곡하는데 기자들이 힘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서로 짜웅(부정한 담합)을 하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언론권력과 경제권력이 서로 담합을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언론 플레이라고 하는데 왜 언론이 어떤 사안에 대해서 권력자들의 입맛대로 기사를 쓰고 한 통의 전화로 기자 논조를 획획 바꾸는 등의 행동을 하는지 반대로 어떤 기업의 부정함과 부실함을 세상에 고발하는 제4의 감시 권력기관의 소명의식을 버리고 기업의 파수꾼으로 전락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담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기자가 되기 위한 분들을 위한 책이지 기자가 기자 세계를 비판한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자 생활이 원래 그렇다 식으로 옹호하고 변명하는 내용도 꽤 있어서 좀 읽기가 거북스럽기도 하더군요. 언론사가 자기비판하는 게 참 쉽지 않긴 하지만 스스로 비판기능이 없으니까 언론사가 더 부패하는 것 같습니다. 검찰이나 언론사가 도친개친이죠
책은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게 잘 구성되어 있고 꼼꼼함이 유난히 돋보이는 책입니다. 기자들의 하루 일과를 밀착 취재한 느낌이 들고요. 하지만 제가 예상한 자기 비판에 대한 내용은 많지 않네요. 기자가 되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고 일반인들에게는 기자의 하루 일과나 실제 그들의 기사 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