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떤 구경보다 책 구경이 참 좋습니다. 책을 사지 않아도 가지런한 치아처럼 또박또박 한 활자들이 종이 위에 박혀 있는 그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습니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다 보니 지난 6년간 모은 책이 방 한가득 채우고 있고 내년에는 디지털TV 전환을 계기로 방에서 TV를 내보낼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TV를 아예 안 보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TV를 없애면 TV 보는 시간이 크게 줄어 줄 것이며 그 시간을 책 읽는 시간으로 바꿀까 합니다. 제가 책을 좋아 하는 이유는 책에는 많은 정보가 있고 여러 사람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책만큼 잘 정리된 지식들이 없죠. 그런데 요즘 서점가를 보면 이상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갸우뚱하게 만드는 풍경들을 적어보겠습니다.
1.새책이 헌책보다 더 싸다?
아이엠피터님의 책 놈놈놈을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하면서 다른 책도 함께 구매했습니다. 안 읽은 책이 수북한데 책 욕심만 많아서 또 책을 사고 있네요.
상단의 여름 정기 SALE이 눈에 들어왔고 글쓰기에 좀 더 집중하고자 글쓰기에 관한 책을 뒤적여봤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했습니다. 글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책은 중고 책 보다 더 쌉니다. 아니 세상에 중고품이 새제품보다 비싼 물건이 있나요? 희귀품이나 오래된 골동품이 아닌 책이 그것도 소장가치도 희소가치도 저자 싸인 본도 아닌 책도 아닌데 중고 책이 새책보다 비싸다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습니까?
이게 가능한 이유는 저 '글쓰기의 모든 것'이 행사라면서 13,000원 짜리 책을 50% 할인해서 새책으로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뭐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주 솔깃한 이야기지만 이건 건전한 가격정책이 아닙니다. 이 모습은 알라딘, 예스24 두 업체 모두 똑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신간(판매한 지 18개월이 지나지 않는 책)은 10% 이상 할인할 수 없고 18개월이 지난 구간도 보통 30% 정도 할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예스24나 알라딘은 신간 10% 할인과 함께 10%의 마일리지 거기다 무료배송이라는 꼼수를 부려서 실질적으로는 약 30%의 할인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출처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newsview?newsid=20120620031207506
이러다보니 동네 서점은 거의 다 사라졌고 대형서점들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반면 인터넷서점은 점점 점유율을 늘어가고 있습니다.
2. 화제의 신간 소개는 광고
한 5년 전인가?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이런 것을 고발한 적이 있습니다.
한 책의 저자가 자신의 책이 대형서점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 둘러보더군요. 자신의 책을 명당자리가 아닌 구석진 자리에서 발견하고는 아주 씁쓸해하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거기에 배치하라고 지시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기자는 명당자리인 목 좋은 곳에 놓으려면 저자나 출판사가 돈을 내야 한다고요. 대형서점에 가보면 목 좋은 곳에 매대위에 펼쳐진 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책장에 꽂혀 있죠. 이 차이가 뭘까요?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그러겠죠! 아마? 이건 수십 년간의 서점의 병폐니) 서점 중앙통로 매대나 예쁘고 보기 좋은 곳에 꽂혀 있는 책들은 돈을 낸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뭐 목 좋은 곳의 배치가 바로 광고고 출판사나 저자가 광고비를 좀 쥐여줘야 서점에서는 목 좋은 곳에 책을 배치합니다.
뭐 요즘은 대부분이 오프라인 서점 보다는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지 예전보다는 덜 하겠지만 여전히 이런 모습은 유지될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은 인터넷 서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의 책, 화제의 신간 등은 광고비를 받고 노출시켜주는 책들입니다.
오프라인 서점이나 인테넛 서점이나 노출되는 책들은 광고비를 쥐어주는 책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고 저런 책들이 질 나쁜 책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다만 책 구매할 때 이런 이면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시고 구매 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3. 영화의 원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영화, 드라마에 종속되어 가는 출판계
올 상반기 출판계와 영화계를 강타한 작품은 박범신 작가의 '은교'입니다.
그런데 전 이 은교 열풍이 좀 씁쓸합니다. 2010년 서점가에 나왔을 때는 큰 인기가 없던 책이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서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게 됩니다.
영화의 인기로 원작이 인기를 끄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화차', 드라마 '해를 품은 달'등 인기 드마라에 힘입어서 원작 소설이 인기를 끄는 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워낙 요즘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력, 특히 드라마의 영향력이 커져서 드라마가 대박이 나면 원작 소설이 히트를 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고 이런 트랜드는 내년에는 더 심해질 듯 합니다. 인터파크 도서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독자 구성비 1위가 30대 여성이 30.9%로 가장 높았다고 하는데요.
여자분들의 드라마 광풍과도 연결되어 있어 보이기도 하네요.
출판계가 예전과 같은 무게감이 없습니다. 출판계에서 그러더라고요. 작년과 올해 특별한 베스트셀러 책이 없다고요. 수십년 전에 나온 책이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며 드라마 원작과 영화 원작이 최근 이슈가 되면서 쉽게 베스트셀러에 오릅니다.
예전에도 이런 모습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나의 이슈가 쉽게 베스트셀러에 올라오는 것은 그만큼 최근 서점가의 베스트셀러의 진입장벽이 종잇장처럼 얇아졌기 때문입니다.
3번째 항목은 불편한 진실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트랜드라고 볼 수 있는데 예전 만큼 책을 많이 읽지 않고 다양한 책들이 쏟아지다 보니 롱테일 법칙이 점령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출판계가 하나의 이슈를 끌고 가지 못하고 다른 분야에 종속되어가는 모습은 좀 아쉽네요.
출판계와 서점가와 저자의 관계가 너무 혼탁합니다. 과도기적인 열병 정도로 끝이 났으면 좋겠지만 지금 같이 가다가는 감기처럼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중병에 걸려서 모두 공멸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기준점 효과라고 하죠. 책의 정가를 일부러 비싸게 책정하고 20% 할인해서 팔면 싼 가격이라고 착각하고 사람들이 구매를 하죠. 그러나 원래 정가는 20% 할인된 가격이 적정가격이라면 소비자는 뒤통수 맞는 느낌일 것 입니다.
책 가격을 적정 가격에 내놓고 할인은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가면 어떨까요? 또한 택배비용도 제대로 받게 한다면 동네서점도 먹고 살만하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