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인사동에서 사진전을 하는 대학 동아리를 봅니다. 체계가 잘 갖추어진 동아리가 있는가 하면 어떤 동아리는 먹고놀자 사진동아리도 있죠. 고백하자면 제가 있었던 사진동아리는 먹고 놀자판이였습니다. 뭐 사진동아리에 사진만 배울려고 오는 사람도 있고 놀기 위해 이성을 사귀기 위해서 오는 것도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먹고 놀기 위해 좀 부드럽게 말하자면 친목을 위해 오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회원의 8할이 그런 목적이면 그 사진동아리는 잘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제가 다닌 사진동아리가 그랬습니다. 또 자학모드이고 자기비판의 모습인데요. 제가 제 동아리 친구들에게 이 블로그 운영한다고 한마디도 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헤가 되지는 않을 것 입니다. 아니 안다고 해도 뭐 제가 틀린말도 아니고 다 공감하는 모습이죠
제가 긴 서두를 쓴 이유는 아래 사진 때문입니다.
이 사진 보고 아~~~~ 하고 탄식이 나오네요. 이거 내가 살짝 생각했던건데...
이 사진은 얼핏 보면 잉크를 뿌려서 그린 것 같은 그림 같아 보입니다. 잉크를 흘리는데 어떻게 저렇게 흘리지 하고 봤다가 자세히 보니 이 그림은 그림이 아닌 사진입니다. 사진작가 Timothy Pakron은 암실에서 인화지에 인화액을 붓으로 붙혀서 뿌렸습니다.
잘 모르시겠지만 암실에서 인화하는 과정에서 인화지위에 인화액을 푹 담궈서 사진을 맺히게 합니다.
제가 사진의 마술에 빠진 이유는 바로 그 장면 때문입니다. 인화기에서 노광을 준 인화지를 인화액에 담그면 스물스물 사진이 떠오릅니다. 그 떠오르는 장면은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장관입니다.
지금은 포토프린터로 찍찍 거리면서 나오는 멋대가리 없는 모습이지만 인화액과 인화지의 예술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위 사진은 인화액을 담그는게 아닌 인화액을 붓에 뭍혀서 인화기에서 노광이 된 사진 위에 뿌렸습니다.
캬~~~ 이 사진 대박이네요. 눈 코 잎 부분만 뿌렸네요. 흘러내려가는 모습이 마치 눈물 같습니다.
이 생각을 제가 했지만 실현하지는 못했습니다. 제 생각과는 조금 다른게 저는 붓으로 칠하는 정도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뿌릴 생각은 못했죠.
세상에는 비슷한 생각들이 참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보다 먼저 그 생각을 발현시키고 실현시키는 것이죠. 먼저 한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똑 같은 생각을 조금 늦게 하면 대번에 따라했냐? 라고 묻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IT업계 처럼 고소 고발하는 것 보다는 어느정도는 따라하기도 허용하는게 예술계입니다. 솔직히 모든 것들이 남의 것을 배끼고 그걸 변형시키면서 새로움을 찾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그 변형물이 새로움을 느끼느냐 아니면 아류냐의 차이인데 기존의 오리지널을 참고만 했다면 새로움이 나올 것이고 배꼈다면 아류가 되는 것 입니다.
출처 http://timothypakron.com/section/230613_Silver_Print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