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경인 아라뱃길 자전거를 타면서 이런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야 저거봐 저거"
"뭐"
"저 유람선 말야"
"우리에게 손 흔들잖아"
자전거를 세우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카메라로 담으면서 이런 생각이 드네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구경꾼일까? 아님 저 배에 탄 사람이 구경꾼일까?
보통은 비싼 돈 내고 유람선을 탄 사람이 강이나 바다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면서 구경을 하는데 어찌된게 자전거 라이더가 주인이고 유람선은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하나의 구경꺼리가 된 느낌입니다.
그 이유는 아라뱃길의 뱃길을 동동떠서 달리는 저 유람선에서 볼꺼리가 거의 없다는 것 입니다. 특히나 봄 초입이라서 푸릇한 것도 없고 봄이 지나 여름이 오고 가을이 와도 볼게 없습니다. 그냥 물길 낼려고 깎은 애먼 산의 속살만 보입니다.
"저거 돈 내고 누가 타겠냐"
라는 말에 친구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겨레신문에 의하면 경인아라뱃길 유람선 승선객 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에는 2만 7654명에서
올해 2월에는 4795명으로 급감했습니다. 뭐 겨울에 안언다고 호언장담한 경인 아라뱃길이 얼어서 운행 못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승객이 감소했네요. 지지난주 토요일인데도 유람선을 보니 100명도 안 되어 보이는 승객이 있었습니다.
말들어보면 저 안에서 춤판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강을 달리는 거대한 관광버스네요
날이 풀린 3월 승객도 1만명 미만이라면 이 아라뱃길 유람선 사업은 망했다고 봅니다. 솔직히 정말 거짓말 하나 안하고 볼게 딱 하나 있습니다
이거 딱 하나입니다. 이 인공폭포가 그나마 볼만한데 ㅋㅋ 여름이 아니면 안트나 봅니다. 주변풍광이 멋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멋진 나무도 없고 사방공사나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라뱃길과 함께 달리는 자전거도로는 최고입니다. 곡선도 없고 오로지 직선만 있는 이 쭉 벋은 도로는 상쾌를 넘어 통쾌합니다. 이런 자전거도로가 있다니 할 정도로 연신 감탄했습니다. 운이 좋으면 유람선을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건 마치 아라뱃길이 아닌 아라자전거길인듯 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 아라자전거길 만들려고 2조 6759억을 쏟아 부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 나중에 화물선도 왔다 갔다고 하면 배를 더 많이 볼 수 있고 물자 운송량도 늘겠죠. 그런데 근처에 인천항도 있고 평택항도 있고 항구가 많은데 굳이 김포까지 배가 들어와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경인고속도로가 3개나 있는데요 꼭 김포까지 배가 들어와야 하나요?
옛 우스개 소리로.
김포공항에 배 들어올때라는 말이 있었는데 공항은 아니지만 공항 근처에 배가 들어오게 되었네요. 상상력의 대가들이 행정을 하고 있으니 삶 자체가 코미디가 되었습니다.
비판을 다 떠나서 단순하게 생각해서 자전거라이더들 입장에서는 꼭 한번 타봐야 할 코스일 정도로 잘 꾸며져 있고 시설도 좋습니다. 심지어 올레 와이파이까지 터집니다. 자전거길에서 와이파이라 안양천에서도 못 본 시설입니다.
솔직히 전국4대강 공사한 거 4대 강변에 설치한 국토종주 자전거길 만들려고 공사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치 아라뱃길 처럼요. 전국 4대 강변 자전거도로 이어서 702km 국토종주자전거길 완성했다고 신문에 떴던데요
이명박 대통령 퇴임하면 전국 자전거연합회나 동호회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이명박 자전거 빅탑 하나 세워져야 합니다.
앞으로는 전국 702km를 텐트 메고 자전거 타고 돌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이 바로 4대 강 사업을 빙자한 전국 레저용 자전거도로 설치입니다.
이거 너무나 훌륭한 업적이라서 교과서에 올려줘야 합니다. 또한 퇴임할 때 논현동 사저까지 황금자전거에 태워서 모셔야 할 정도입니다.
감사합니다 가카~~~~
왕복 40km 되었는데 좋긴 한데 주변에 볼 게 없어서 다시 가고 싶지는 않네요. 그렇다고 아라뱃길 근처에 유명한 출사지나 볼 것도 없습니다. 검단 신도시인가 신도시만 있고요
저 다리들이 유일한 볼거리이자 이정표입니다
이런 휴식공간은 꽤 있었습니다. 2층 전망대까지 있어서 반대편에 뭐가 볼 게 있나 해서 올라가 봤습니다
공장 같은 건물이 보이네요. ㅠ.ㅠ 공장 보려고 2층 전망대? 철새도 없고 배도 하루에 몇 대 안 지나가고 그렇다고 석양 노을이라도 멋지게 볼 줄 알았는데 해는 강 쪽으로 떨어지지 않고 다른 쪽으로 집니다. 뭐 여름이 되면 해 위치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정말 볼품없는 아라뱃길입니다
자전거 타기에는 아주 좋습니다. 제주도 자전거여행을 하기 위한 체력연습을 하기에는 딱 좋습니다.
한번 가볼 만은 한데 두 번 가기에는 차라리 한강 하트코스를 돌겠습니다.
뭐 볼 게 있어야 지루하지 않죠.
다음에 간다면 김포공항 활주로 뒤쪽에서 카메라 설치하고 야간에 착륙하는 비행기나 좀 찍어야겠습니다. 그것 말고는 두 번 갈만한 코스는 아닙니다.
2조억 원짜리 자전거도로 탄 기분입니다. 나머지 7천억은 뱃길에 투자한 돈이라고 보면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