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꾸준히 나오는 사진 관련 서적을 보고 있습니다.
직접 사서 보는 책도 있지만 근처 도서관에서 희망도서를 신청해서 보곤 합니다. 꾸준하게 몇 년을 보다 보니 사진 관련 책들도 이제 좀 식상합니다.
뭐 제가 더 이상 초보사진가가 아닌데 초보들의 입문서를 계속 보고 있어서 오는 권태감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서점에 나가면 사진 관련 책들은 대부분 초보자들의 입문서가 많지 초보에서 중급자가 볼만한 사진 책이 거의 없습니다. 아무래도 수요가 없고 대부분의 생활사진가들이 카메라를 사고 의욕적으로 초보사진가를 위한 길라잡이 책을 사서 한몇 달 그렇게 열심히 촬영하다가 나중에는 시큰둥 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서겠죠
하지만 생활사진가로 시작해서 프로사진작가 뺨치는 사진작가들이 있습니다.
ZAKO(자코)라고 들어 보셨나요?
아니면 심은식, 김주원, 조경국, 유호종, 권오철, 이상현, 이윤환 이라는 이름은 들어 보셨나요?
전 김주원과 유호종은 잘 압니다. 제가 이 블로그를 운영하기 전에도 사진에 무척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때 네이버의 자잡토라는 닉네임을 가진 분의 해외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동공이 커졌습니다.
사진작가도 아닌데 사진작가 뺨치게 잘 빚은 여행사진에서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여행사진의 대가라고 할까요?
그러나 학력, 간판문화인 한국에 있어 그는 하나의 생활사진가 혹은 아마츄어 사진가일 뿐입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엄청났죠. 한국의 유명 사진작가 한 명도 몰라도 자잡토라는 이름을 아는 분들은 많을 걸요
그와 비슷한 생활사진가 출신의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이 책을 쓴 저자 김주원입니다.
http://blog.naver.com/joowon77 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사진작가입니다. 아직도 쑥스러운지 사진작가가 아닌 사진가라는 명함을 내미는 김주원이지만 그의 지난 행적들을 수년간 지켜본 저로써는 그의 이름이 아로새겨진 책이 나왔다는데 데 냉큼 찾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가움이었죠.
김주원은 생활사진가였습니다. 2천년도 초만 해도 똑딱이 카메라 하나 가지고 동네를 찍던 그가 지난 십 년의 시간 동안 사진작가 조수, 광고사진촬영과 돌사진 사진 등을 찍으면서 사진실력을 키웠고 그 한우물을 파는 정성을 통해서 사진작가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작년의 포토이미징쇼와 함께 포토페어가 열렸는데 어디서 많이 본 작가 이름에 유심히 봤는데 김주원이라는 이름이 있더군요. 한 갤러리의 든든한 후원을 두고 화이트라는 시리즈를 선보이는 모습에 샘나고 부럽고 대견스러웠습니다.
저 또한 생활사진가이고 사진을 좋아하지만 사진작가 꿈을 꾸지도 못하는데 김주원은 자신의 꿈에 계속 다가가고 있습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책 이야기를 하죠.
이 책은 사진입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중에 널려 있는 수많은 사진입문서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쨍한 사진 찍는 법과 여러 가지 테크닉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살짝 다릅니다. 같으면서도 이 책만의 다른 점이 있습니다. 먼저 달걀을 가지고 하루종일 관찰하라는 조련법은 이전의 비슷한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입니다. 대부분의 책이 빛을 느껴보라고 뜬구름식 말을 하지 이 책에서 처럼 달걀을 가지고 하루종일 빛 관찰을 하라는 보다 유용한 팁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이런 저자만의 팁이나 숙련법등은 나오지 않습니다. 좀 실망스럽긴 하지만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청량감을 줍니다.
이 책은 라이트, 컬러, 프레임, 필링, 스토리, 포토폴리오, 포토샵이란 색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라이트,컬러, 프레임은 기존의 수많은 사진입문서에서 마르고 닳도록 다루어서 이 책만의 매력은 아니고 저자가 꼼꼼하게 다루고 있지도 않아서 사진입문서를 찾는다면 이 책을 권하기는 힘듭니다. 특히 카메라 테크닉을 위한 서적이라면 더더욱 권하지 않죠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필링, 스토리, 포트폴리오에 있습니다.
필링 부분에서는 저자만의 숙련법과 사진 보는 팁과 주제를 고르는 방법들이 잘 녹여져 있습니다.
다만 생활사진가로서 출발해서 프로가 되는 과정의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 많지 않은 것은 너무 아쉽네요
저자의 매력점이 뭘까요? 똑딱이로 시작해서 프로사진작가가 된 지금까지의 고군분투기, 사진계의 패거리 문화등이나 사진을 하려면 사진학과에 입학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독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단 한마디로 노력하면 길이 열린다는 선문답 같은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은 그게 작가의 솔직한 심정이긴 하지만 수많은 사진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크게 와닿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저자만의 매력점, ZAKO만의 매력이 이 책에 많이 묻어났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좋은 이유는 테크닉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사진을 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가 그래도 많이 담겨 있다는 게 큰 매력입니다.
즉 테크닉과 함께 사진을 보는 인문학적인 접근법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뭐 짬짜면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된 것 같지만 카메라 테크닉을 키움과 동시에 사진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하는 사진가들의 생리를 그나마 잘 담은 책 같습니다.
김주원 작가의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고 이 책은 유난히 사진이 참 많이 나옵니다. 책은 어렵지 않고 술술 읽혀 나갑니다.
약간 건조하면서도 담백한 책 김주원의 DSLR사진강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