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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한국 대형 가전업체의 뛰어난 A/S에 외국기업들이 숨막혀 하다

by 썬도그 2011.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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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중고로 7만원에 산 싸구려 55~200mm 니콘 렌즈가 고장났습니다.
참 신기한게 55~200mm까지 줌으로 밀땅을 하면 한 10미터 정도까지는 AF가 잘 됩니다. 그런데 10미터 정도가 넘어가면 초점이 맞지 않습니다. 모터가 움직이다가 그냥 멈추네요. 강제로 살짝 렌즈를 비틀면 초첨지 맞았다고 띠리릭~~~ 소리가 나면서 셔터가 눌러집니다.

흠.. 싸게 산 렌즈라서 그냥 쓸까 했습니다. 정 안되면 수동초점 모드로 하고서 찍으면 되기도 하고 잘 쓰는 렌즈도 아니였습니다. 뭐 10미터 거리 측정기로 활용해도 되고요. 그래도 혹시나 하고 수리를 문의 했습니다.

 
니콘에 문의 해보니 가까운 A/S센터를 알려주더군요.  콜센터에 문의를 해 봤죠
이거 싸구려 렌즈다 7만원 주고 샀는데 수리비가 3만원 정도 나오면 고칠 생각 없다.. 수리할때  수리비를 받는지 여부를 
물어 봤습니다. 

상담원은 수리비는 받지 않고 만약 렌즈를 열어서 원인을 파악하고 부품 교체가 들어가면 부품비와 함께 수리비인 공임이 들어 간다고 하네요. 

그러면 수리비를 보고 수리하지 않겠다고 해도 되냐고 했더니 그러셔도 된다고 합니다.
이 답변은 가까운 A/S센터에 문의했는데 그곳도 똑 같은 대답을 합니다.  수리여부는 고객님이 판단하시고 수리 원하지 않으면 그냥 다시 드린다고 합니다. 


니콘 A/S센터에 갔습니다. 좀 설명을 하고 수리접수증 받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3일 후 전화가 왔습니다

수리가 끝났습니다. 부품교체는 없었고 초점모드가 약간 헐거워져 있었다고 합니다.
수리비가 얼마냐고 물으니 2만5천원이라고 부릅니다.  

흠.. 고민을 했습니다. 아니 7만원 주고 2년전에 산 렌즈, 큰 고장도 아니고 좀 불편해도 수동으로 써도 되고 안되면 좀 힘을 주면 초점은 맞기에 그냥 쓸까 했습니다. 또 잘 쓰는 렌즈도 아닙니다. 무슨 행사때나 요긴하지 보통 풍경 사진을 찍을때는 필요도 없는 렌즈입니다.  

그냥 주세요! 라고 했습니다.
A/S센터 직원은 절 설득하더군요.  이왕 다 해체했는데 수리하시죠. 
저는 제 사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이러저러해서  수리비가 그 정도면 렌즈도 싼건데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얘기 했지만 계속 설득을 하더군요.  2만5천원이 비싼 가격도 아니고  해서 그냥 그럼 수리해 주세요라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캐논에 문의를 했습니다. 캐논도  A/S방식은 비슷하더군요
A/S기간이 지난 제품이 수리요청이 들어오면 먼저 원인 파악을 하고  수리결정 유무를 고객이 판단해주면  수리를 원하는 경우는 수리공임비 + 부품비를 받고  수리를 원하지 않으면 고장난 그대로 다시 드린다고 합니다.

제가 수리를 결정한 것은 니콘 A/S센터 직원분이 40분동안 분해하고 다시 조립했다는 말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A/S 담당 직원인적이 있었습니다. 그 엔지니어의 심정을 잘 알기 때문이죠

솔직히 한국에서 A/S에 대한 인식은 공짜아닙니까?
특히 가전제품이나 PC쪽은 공임비 받기 힘들죠. 대부분 부품교체비만 받는게 현실입니다.   보통 정상적인 A/S라면
수리공임비와 함께 부품비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린 그러나요?  공임비는 아웃오브안중이고 부품비만 받죠

외국은 한국과 영 다릅니다. 
한번은 외산 네트워크 장비가 고장나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했더니 전화 응대하는 기간이 지났다고 끊어 버리네요. 장비 구입한지 2년이 지나서 A/S 무상 수리기간도 지났는데  전화 문의도 돈내고 하라고 하네요.  잘은 모르겠지만 미국은 A/S연장 쿠폰인가 하는 것을 보험처럼 돈주고 사나 보더라구요.   그래서 외국에서 가전제품을 사면 A/S기간에 따라서 혹은 A/S를 받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A/S기간과 유무에 따라서 제품가격이 다르다고 합니다.

우리같이 일방적이고 보편적으로 A/S 1년이 아닙니다. 보험처럼 1년권 2년권을 사는건데요. 어떻게 보면 이게 더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무조건 1년 A/S인데 이 A/S 비용이 제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전화에 되고 제가 그랬습니다
아니 그러면  수리 맡기기 전에 대충의 수리비용을 말씀해 주셨으면 아예 맡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더니
니콘 A/S센터 직원분은 약간의 하소연을했습니다.
이 렌즈고장은 안을 뜯어봐야 하는데 뜯지도 않고 대충 수리비용을 말해버리면 그 가격보다 더 나오면 날강도놈들이라고 화내는 고객이 있기 때문에 미리 말을 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렌즈를 찾으러 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A/S센터 방문경험이 주마등처럼 스치더군요

1년전에 제 휴대폰이 고장났습니다. 물론 A/S기간은 지났죠.
 케이블핀 부분이 부러졌는지 케이블로 충전이 안된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분해를 하더니 일일이 설명을 해주더군요. 그리고 기판을 갈아야 한다고 하네요.  기판비용이 10만원이 넘어서 그냥 수리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직원은 다시 조립해 주웠습니다.  니콘 직원은 아쉬운 소리 즉  이왕이면 고치시죠. 라는 말을 했지만 LG전자 A/S센터 직원분은  제가 그냥 달라고 하기전에 기판이 비싸서 불편하더라도 그냥 쓰시는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이 차이. 즉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LG전자와  아쉬운 하는 소리를 한 니콘직원 이 작은 차이가 왜 생기나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서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한국의 가전업체들이 왜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나 하는 단적인 예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LG전자 삼성전자 제품이 세계 최고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외산 제품이 더 싸고 성능좋은 것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A/S부분입니다.  만약 제가 쓰던 제품중에  외산 제품이 고장나면 머리가 지끈 거립니다.  수리비용도 비용이고 많지도 않는 A/S센터, 거기에 여유가 없는 모습들(예를 들어 니콘 직원처럼 권유성 말이라든지)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삼성과 LG전자 제품이면 고장나도 쿨합니다. 도처에 있는 A/S센터며 가면 정말 친절하게 맞아줍니다.
어른들이 더하죠.  삼성제품 꼭 좋은 건 아니지만 A/S가 좋아서 산다고요.  저도 그렇습니다. LG전자 삼성전자가 세계 1,2위 가전업체가 되기 이전부터 이 A/S지상주의가 먹혀들어갔고 거기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외산제품들의 A/S가 좀 떨어져 보입니다


실제로 애플 아이폰이나 소니제품등 외국기업들의 제품들의 A/S에 대한 불만이 참 많습니다.

뭐 삼성전자와 LG전자 A/S에 분통터져하는 분들도 계시고 제 주변에도 다 똑같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국내 대형 가전업체들의 A/S가 외국기업들 보다 좋다고들 인식하고 있습니다.


삼성과 LG전자가 A/S가 좋은 것의 부작용도 있기도 할것입니다.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가 한국은 아주 열악하죠.

특히 PC 고장나서 동네 PC수리센터에 맡겨서 고쳐주면 교체부품비 외에 수리공임을 적으면 이건 무슨 돈이냐고 물어보고 화내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래서 부품비를 부풀려서 적으면 암 소리 안하잖아요.  부품사면 꽂아주고 설치까지 해주는 친절한 모습에 익숙해서 이지 A/S는 공짜라는 인식이 참 많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니 근무환경이 아주 열악한 것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리공임비는 꼭꼭 제대로 받고 부품비를 부풀리지 않게 한다면 보다 정상적인 A/S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부품교체비를 부풀려 그 안에 공임비까지 넣는 방식 말고
부품교체비용은 제값을 받고  공임비를 따로 받는 방식이 좋을듯 합니다.  그래봐야 가격은 똑같죠.  하지만 우리는 부품비외에 수리비용이 많이 나오면 화를 냅니다. 조삼모사 같기도 하네요

렌즈를 찾으면서 저 A/S직원이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당당하게 
"고객님 고장 수리비에 대한 여부는 렌즈를 까봐야 정확한데 렌즈를 까는 공임비가 얼마입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더 좋아 보입니다.  물론 이 문화가 익숙할려면 쉽지는 않을 것 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뛰어난 A/S정책에 정작 엔지니어들이 제 값을 받고 있는지가 궁금하네요
얘길 들어보니 LG전자나 삼성전자 고객센터에서 수리하는 분들 비정규직이라고 하던데요.  최상의 A/S를 하기 위해서 A/S직원들이 혹사당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30~40분동안 시간을 들여서 렌즈를 깠는데 고객이 고치지 말고 그냥 주세요라고 하면 좀 황당하겠죠.
이게 LG나 삼성전자였다면  '사랑합니다 고객님'하면서 다시 그대로 주겠지만  외국기업들이나 중소기업들은 그게 힘들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외국가전업체나 기업들이 한국식 A/S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고요.

글이 장광설이 되었네요. 결론은 이겁니다.
LG 삼성전자의 A/S가 아주 좋긴 하지만 그 좋은 A/S속에서 엔지니어들이 혹사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한국에서 엔지니어들이 제 목소리를 낼수 있나 즉  고객님! 수리공임비 얼마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나 하는 것 입니다

니콘 A/S센터 직원을 탓하고 나무라는게 아닌 그 부탁조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별 생각이 다 드네요
저 A/S센터도 니콘과 계약해서 운영하는건데 LG전자나 삼성전자보다는 영세하다 보니 부탁조로 수리해주십사 하는 모습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리는 잘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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