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병장님의 전입을 축하드립니다"
복도에서의 간단 전역식을 끝낸 후 동기들은 한숨을 쉬더군요. 넌 왜 그러냐 한두번도 아니고
지난번에 훈련소에서도 실수하더니
지난번 훈련소에서 퇴소할때도 공군 제 ooo차 교육 전입을 신고 합니다 라고 해서 사람들 난감하게 해 놓고 혀를 차던 동기 얼굴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전 군대에서 군번을 잘타고산 선임병이었습니다. 수천명의 동기중에서도 군번이 아주 빠른 편이였죠.
그래서 혜택도 받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반장과 같은 역활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에 나서서 보고를 많이 해야 했고 내성적 성격이라서 앞에 나서서 발표도 잘 하지 않고 질문도 하지 않았던 저는 그 자리가 너무 떨렸습니다. 수백명 앞에서 나선다는게 쉽지 않는 일이죠
지금이야 수백명 앞에서 강의도 해보고 강의를 또한 즐기기도 하는 성격으로 바뀌었지만 군시절의 저는 그런 소심쟁이였습니다. 아마도 자신감 결여가 가장 컷던것 같네요. 수백명 앞에서 강의를 하면서도 전혀 떨리지 않았던 것은 자신감의 충만이었습니다.
아버지인 조지5세가 돌아가신 후 형인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계승하지만 이혼경력이 2번이나 있는 심슨부인과 사랑에 빠져서 왕위를 내놓게 됩니다. 성공회에서 허락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이전에는 사랑을 위해서 왕위를 버린 위대한 세기의 사랑이라고 포장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좀 다르게 다룹니다
사랑때문에 왕위를 과감하게 버린 모습보다는 사랑에 미쳐서 왕위까지 버린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모습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심슨부인이 나치 장교와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형이 갑자기 왕위를 벗어버리자 그 왕위는 동생인 조지6세가 떠 안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은 걱정을 했습니다. 조지6세의 말더듬 증상이 심하다는 것을 선험적으로 알고 있기에 과연 1차대전 후 다시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왕의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을 합니다.
독일에게의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서 약 9분 가량의 라디오 연설을 해야 하는 조지6세 그는 자신의 언어치료사 로그를 호출 합니다.
왕족의 무게에 말더듬이 생기다
제가 큰 말 실수를 했던 이유는 너무 긴장을 했기 때문입니다. 수십번을 연습했지만 막상 그 시간이 되자 머리속이 백지상태가 되면서 하지 말아야할 단어가 흘러 나왔습니다.
ooo병장님의 전역을 축하드립니다. ㅠ.ㅠ 웃기자고 하는 말이였다면 대박이었지만 말 한번 섞어보지 못한 병장의 전역하는
뒤통수에 전역을 축하하는 군대 2번가라는 악담 비슷한 말을 해버렸네요
조지6세는 평소에는 말을 심하게 더듬지는 않습니다. 약간의 더듬이 있지만 연설을 하면 더 심해집니다.
말더듬이 왕? 예전의 왕이라면 환한 미소 한번 지어주거나 갑옷입은 모습만 보여주는 이미지만 보여주면 되었지만
라디오가 발명된 후에는 직접 육성으로 국민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그런데 라디오 연설에서 영국 왕이 말을 심하게 더듬으면 그 국민들은 그걸 어떻게 생각할까요?
조지6세는 왕이 되기전부터 언어치료사 로그를 찾아갑니다.
로그는 아주 까칠한 언어치료사입니다. 왕이건 황태자건 원칙이 있습니다. 환자가 찾아올 것
참 대단한 평등주의죠. 거기에 황태자에게 버티라는 애칭도 붙여줍니다. 황태자는 황태자라고 불러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무시해버립니다.
'내 동네에선 내 방식대로' 이렇게 황태자를 황태자로 보지 않고 환자로 보는 로그의 언어치료기가 시작됩니다
아버지 조지5세가 서거하던날 조지6세는 로그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말해 줍니다. 왕족으로의 삶의 무게를 로그 앞에서 살짝 내려 놓습니다
왕의 무게를 로그와 함께 이겨 나가다
이후 이 둘의 티격태격하는 치료과정이 나옵니다.
그리고 왕이 된 조지6세는 9분 가량의 라디오연설을 하게 됩니다. 전세계의 4분의 1을 차지한 대영제국 국민들을 위한 위대한 연설을 하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은 말더듬이 왕 조지6세를 걱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연설을 훌륭하게 치루어냅니다.
이 영화는 헨렌 켈러와 같은 폭풍 감동이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한 장애인을 훌륭한 조력자가 목발이 되어서 세상을 이겨 나간다는 식의 깊은 감정의 골짜기를 울리는 힘은 없습니다.
언어치료사와 조지6세의 갈등은 곳곳에서 들어나고 충돌하지만 기발한 치료법으로 언어치료를 하는 모습등을 담은 것은 아닙니다. 너무나 현실적이라고 할까요? 단박에 어느날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까 말더듬는 현상이 사라졌다 식으로 깜짝 갈등해소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실제 치료하듯 서서히 서서히 치료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폭풍감동이나 눈물을 주루륵 흐르게 하는 장면은 없습니다
다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입가에 부처님 같은 얇은 미소가 흐르는 것을 발견 하실 것 입니다.
아카데미 4관왕 괜히 받은 것 아니나 아쉬움도 있던 영화
올 아케데미 시상식때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소개에 전 이 영화를 무척 기대했습니다.
가장 신뢰하는 영화평론가이기도 하고요. 이동진은 이 영화 킹스 스피치가 아니라면 소셜 네트워크가 작품상을 받을것으로 예상했지만 워낙 킹스 스피치가 뛰언난 작품이라서 킹스 스피치에 한표를 던지더니 결국 그 예언은 현실이 됩니다
남우주연상 콜린퍼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이렇게 4개의 주요부분 상을 휩쓸게 됩니다.
콜린퍼스가 남우주연상 받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연기가 워낙 뛰어나더군요. 말더듬는 연기는 헉소리 나올 정도로 잘 합니다. 거기에 영화 샤인에서 자폐증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을 훌륭하게 연기했던 연기파 배우 제프리 러쉬가 그 연기를 받쳐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제프리 러쉬가 아니였다면 이 영화의 완성도면이나 재미면이나 모든 면에서 뒤떨어졌을 것이라고 보여지네요
작품상에도 이의가 있을 수 없습니다. 뛰어난 작품입니다. 하지만 좀 심심하고 간장 안찍은 회 같다고 할까요. 좀 심심하네요
워낙 이 아카데미 회원들이 보수적인 영화 특히 왕을 다룬 영화들을 좋아합니다. 영국왕을 다룬 점은 작품상 받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죠. 그렇다고 후광으로 작품상 받은 것은 아닙니다. 왕이 되기 싫었지만 왕이 되어야만 했던 조지6세의 고뇌와 갈등과 그 왕의 무게를 이겨내는 과정들은 훌륭하게 잘 그렸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이겨내는 것은 다 감동스러운데 왕이라면 더 감동스럽겠죠
하지만 감독상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가 특별하게 감독상을 줄만한 상인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각본이 좋고 연기가 좋은 점은 있지만 감독상은 좀 그렇네요.
직설적으로 말하죠. 이 영화 좀 졸립습니다. 좀 심심합니다. 빵 터지는 감동이나 눈물샘 이런것 없습니다.
그레고리 성가처럼 서서히 올랐다가 서서히 빠지는 풍선과 같습니다. 물론 후반부의 연설부분이 가장 크라이막스지만
그게 박수쳐주고 막 그러는 감동은 아닙니다. 그냥 잘했다~~ 훌륭하게 이겨냈다식의 미소만 짓게 되죠
전 이 영화를 왕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아닌 버티(로그가 조지6세를 부르는 호칭)와 로그의 우정이야기로 분류하고 싶습니다. 로그에게 화를 내서 한동안 찾아오지 않고 로그가 사과를 드리러 다우닝가로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던 조지6세가 로그와 화해를 하고 다시 시작하는 모습, 평생지기 친구로 옆에 두었던 그 신뢰와 우정이 전 무엇보다 영화속에서 빛이 나네요
로그가 왕을 왕처럼 모셨다면 언어치료는 쉽지 않았을 것 입니다. 환자처럼 친구처럼 왕의 짐을 같이 어깨에 메고 나아가는 그 동료애가 영화속에서 보석같이 빛나는 영화입니다
깔끔하고 담백한 버디영화라고 보셔도 될것입니다. 이 봄,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한 영화를 원하신다면 킹스 스피치를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