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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책 서평)어떤동네 , 가난하지만 마음은 푸짐한 어떤 동네 이야기

by 썬도그 2011.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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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otohistory.tistory.com2011-03-13T05:31:330.3810

드르륵.. 

서촌 여행을 하다가 우물가 같은 한옥이 아름다운 사진전문 갤러리 '류가헌'의 문을 열었습니다. 
류가헌에서 사진전을 했던 작가들의 모듬전이 있었습니다. 그 한옥 갤러리 한쪽에는 사진에세이집이자 기록집인
 '어떤 동네'라는 책을 봤습니다. 
 
여느 사진에세이집과 비슷하것 같아서 그냥 넘길려고 했다가 아이들의 웃고 있는 모습에 한장한장 넘겼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집에서 읽어 봤습니다. 처음에는 비슷비슷한 가난한 동네를 기록한 기록물인줄 알았습니다.
 왜 그런것 있잖아요. 가난을 연민삼아서 한껏 멋드러진 사진으로 만들어서 가난을 상품화한 사진집이나 사진작가들이요. 
 
저는 가난한 동네에 자주 갑니다. 가끔 그 동네에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너. 여기 왜 온거야? 저 가난한 사람들 찍어서 연민의 정을 사람들에게 느끼게 해줄려고? 아니면 빈티지라는 되먹지 못한 단어를 쓰면서 70.80년대를 재현한 사람들이 사는 과거 재현 박물관 소개할려고?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할때면 카메라를 들지 못합니다. 대답이 잘 나오지 못합니다. 
 
나는 말이지 나는 나는 그냥 나도 이런 가난한 동네에 살았었고 그 동네를 떠난 후 바쁘게 살다가 마을을 떠난지 5년이 지난 후에 자전거 타고 왔다가 마을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그 황망함을 잊을수가 없어.
그때 새로 산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내가 살던 내 유년의 기억을 박제하고 싶었는데  그걸 할 수 없었어
그리고 어렸을 때 뛰어놀던 산에 올라가서 속으로 좀 울었어. 내 유년시절이 다 사라졌단 말이야.  
 
그래서 이런 곳에 오는거야. 가난한 사람을 연민이라는 시선으로 보지 않어. 다만 내 사진이 언젠가  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추억의 발화점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야. 
 
나는 그런 사진이 하나도 없어. 내가 살았던 그 동네를 카메라로 찍은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하나도 없어.
그 가난한 곳에서 살때는 가난한 동네에 산다고 창피해해서  마을을 카메라로 담지 못하고  이제 담을 수 있겠다 싶은  동네를 벗어난 후에는 카메라로 담기전에 사라졌어.
 
 
어떤 동네는 그런 가난한 동네를 카메라로 담은 책입니다.
먼저 이 책을 만든 지은이부터 소개할께요.
 
69년 인천에서 태어난 유동훈 작가는  대학시절 작은 포구에 있는 어떤 마을의 작은 공부방에서 첫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방과후에 모여드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그곳과 인연을 맺었고  지금도 공부방 삼촌으로 어떤 동네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골목을 조심스럽게 다니면서 '찰칵'하고 20년 넘게 찍었던 작가는 자꾸만 스려져 가는 동네와 이웃들의 삶을 안타까워하며 이 책을 내놓게 됩니다.  이 책의 배경이 된 동네는 인천의 한 포구 마을입니다. 
뭐 여기에 적을까 했지만 적지는 못하겠습니다. 또 자세히 알려지면 카메라를 들고 갈 사람들이 생길 것이고 그건 또 어쩌면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게 하는 일인 것 같아서요
 
솔직히 어제  카메라를 들고 가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유동훈 선생민이  저 대신에 동네를 기록하고 있기에
유동훈 선생님에게 맡기기로 하고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야할 당위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한 가난한 동네를 소근소근하게 담은 사진에세이집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책인줄 알았습니다. 솔직히 좀 불만도 있었죠. 너무 글과 사진이 감상적입니다.
사진은 너무 아름다워서 미학적이기 까지 합니다.  마치 '세비스티앙 살가도'의 사진처럼 가난을 너무 포장하고 아름답게
찍는 것은 아니가 하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그 만큼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사진찍기는 대단합니다. 그 어떤 잡지의 모델 화보보다 뛰어난 사진기술과 색감과 구도와 스토리텔링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너무 뛰어나다 보니 가난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져 듭니다
 
또한 이 책에는 동네 아이들과 어르신 두 부류의 사람들만 등장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과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어르신들. 그리고 그 중간역활이자 실질적인 목소리를 내는 어른들이 없습니다. 따라서 전 이 책에 약간은 비판적인 시선으로 봤습니다.
 
아이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보는 것 아닐까? 
하지만 연민이라고 하기엔 이 책의 지은이인 유동훈 선생님은 아직도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연민의 시선이 아닌  수평적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직접적으로 그 사진을 찍는 외지인의 시선이 아닌 공동체안에서의 시선이기에 제 날선 마음은 누그러 들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이곳은 한동안 홍역을 앓는다
방송국 헬기가 동네 하늘 위를 돌며 구경거리를 찍어 대고 
무슨무슨 기업의 직원들은 '사회봉사'라며 기업 로고가 선명한 울긋불긋한 형광색 조끼를 입고 동네를 누빈다
동네 골목을 막고 한 줄로 서서 연탄을 나르고 
한 집을 골라 전시용 페인트칠을 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어떤 이들은 이곳의 삶을 박제화해 박물관을 만들자는 정신 없는 소리를 해 대기도 한다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
그 삶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은 폭력이다
 
-어떤동네 중에서-
 
 
우린 이런 폭력배를 매년 봅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라는 분이 얼굴에 검댕칠을 하면서  연탄을 나르고  찍사들은 그 사진을 찍습니다. 옆에 가난한 동네의 주민이나 학생을 병품으로 삼아 찍고 자신의 블로그에 시청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어느 기업은 자신들의 사회적 기업 이미지 심을려고 그 봉사활동을 광고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가난한 동네를 그대로 이해하고  연민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도덕성을 올리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말 올곧이 진정성있게 돕는다고 하면  그 돕는 손길을 세상에 알리기 보다는  그냥 돕는 그 자체로 끝내야 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런가요? 
 
이 책은 가난한 동네의 일상을 담으면서도 구체적이지 않게 아이들의 슬픔과 기쁨을 수줍게 담습니다.
이 책에서 아이들은 하나 같이 웃고 있습니다. 역설적인가요. 아니 우리는 가난한 동네 아이들은 모두 가난의 그늘진 표정을 짓고 살것이라는 대단한 편견에 사로 잡혀 있죠.  따라서 이런 가난한 동네를 카메라로 담으면 대부분은 연민의 시선으로 담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이 '어떤 동네'는 가볍게 읽고 넘길 수 있습니다. 사진 에세이집의 특징이기도 하죠
하지만 넘길수록 그 넘기는 속도가 줄어들게 되네요. 
 
 
가난한 동네라고 인지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 공동체에서 어떻게 이 들이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동네 형 누나 언니들이 어린 동생들을 함께 키우는  정신적인 우물가인 '작은 공부방'에서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더불어 건강하게 사는 법'을 배웁니다.
 
유동훈 선생님의 딸아이가 학교에서 심리적 물리적 폭력에 놀라서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에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국에서 학교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요?  저는 학교에서 세상의 폭력을 배웠습니다. 조례 후 삥뜯기, 집단구타,  종례 후 집단 구타와 패싸움.  그 폭력을 끊지 못하는 학교당국과 선생님들 그리고 그런 모습을 해결할려고 하지 않는 정부와 교육단체들과 학부모들.
 
교육에 대한 쓴소리를 나열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수십 수백만원짜리 과외를 시키는 이중성들
전 이 작은 공부방이란 공동체를 보면서 우리가 나아가고 지향해야 할 것이 동네 공부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해답이 거기에 있습니다
 
옆집에서 부부싸움을 해도 문도 안열어보고  초등학생이 납치가 되던 폭력을 당하던 관심이 없는 현재의 모습
CCTV라는 기계에 의존해서 그런 폭력을 물리칠 수 있긴 하겠지만 정작 아이들이 느끼는 혼자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누가 없애줄까요?
 
 
이 어떤 동네를 읽다가 이 한장의 사진은 꼭 사진으로 찍어서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 아이는 근육병을 앓고 있다가 같은 병을 앓던 형이 떠나고  이 아이도 몇년 후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만약 저 아이를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이 아이의 존재는 우리에게 알려지지도 않았겠죠
 
한 가난한 동네를 담았지만 그 진정성에 고개를 떨구게 하는 책이 바로 '어떤 동네'이고  이 책이 다른 사진에세이집에서 가지지 못한  힘입니다. 다만 제 개인적 취향인  원인과 결과 같은 좀 더 다큐멘터리 적인 요소를 가미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 책이 좀 딱딱해 지겠죠
 
가난의 대물림이 고착화 되는 세상
부디 저 어떤동네에서는 그 고착화 되는 현상이 없었으면 합니다.  또한 가난이  더럽고 추한 것이 아닌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공동체 정신이 가장 쉽게 피어나는 곳이라는 곳을 알게 해준 모습. 그 생각을 가지게 해준 유동훈선생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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