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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흥미진진한 아이리버의 흥망성쇠를 그린 거인과 싸우는 법

by 썬도그 2011.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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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라는 이름은 한류의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연일 방송에 나오면서 IT강국의 위상을 세운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2001년 경은 불법 MP3가 유통이 난무하게 되던 음악의 해방구인 소리바다가 있던 시절입니다.

 

저 또한 음악 CD를 구매하는 우둔한 짓(?)을 멈추고 소리바다를 깔고 그동안 들어보고 싶었으나 돈이 없어서 듣지 못한 곡들을 다운로드하였습니다. 소리바다로 받은 곡은 CD로 구워서 소니의 얇은 CDP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CD는 꽉꽉 눌러 담아봐야 15곡에서 20곡 이상 담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당시 고가인 MP3플레이어를 사기도 그랬죠. 제가 기억하는데 한 6곡 정도 담는 중소기업 MP3플레이어가 10만 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메모리 가격은 또 얼마나 비싸던지요.

아이리버의 흥망성쇠를 그린 거인과 싸우는 법

이때 아이리버에서 imp-350 라는 MP3-CD플레이어를 선보였습니다. 소니의 얇은 두께에 MP3를 컨버팅 하지 않고 그대로 담아 수백 곡을 담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었죠. 이후 아이리버는 세상에 각인되게 됩니다

아이리버의 흥망성쇠를 그린 거인과 싸우는 법

이후 획기적인 디자인의 프리즘과 함꼐 아이리버의 전성기를 이끈 크래프트를 내놓으면서 아이리버는 MP3 플레이어 명가가 됩니다. 프리즘 같은 경우는 '이노디자인의 김영세'가 디자인을 했는데 그 신기한 삼각기둥 디자인에 세상을 놀라게 했고 빌 게이츠가 극찬했던 제품이었습니다. 친구들이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니 정말 뽀대 나더군요. 이런 히트메이커를 만들던 아이리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거인과 싸우는 법'입니다

 

왕년에 어마어마했던 아이리버. 프리즘, 크래프트의 메가 히트작을 내놓다

아이리버의 흥망성쇠를 그린 거인과 싸우는 법

이 책은 내가 읽은 최초의 전자책입니다.
작년에 경품으로 받은 아이리버 '커버스토리'는 읽을 만한 책이 없다는 이유로 봉인되어 있었습니다. 기기가 아무리 좋으면 뭐 하나요? 읽을 만한 책이 없는데요. 가격도 특별하게 싸지도 않고 신간도 없고 수년 전 단물 다 빠진 책들만 있어서 그냥 봉인되었죠. 한국의 전자책 리더기들이 거의 다 망한 이유는 콘텐츠 부족과 가격 때문이죠. 

 

그러다 우연히 북투라는 전자책 판매 싸이트에서 아이리버의 CEO였던 양덕준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거인과 싸우는 법'을 공짜로 배포하더군요. 냉큼 받았죠. 그리고 좀 읽다가 덮었습니다. 양덕준 용비어천가 같아서 그냥 덮었죠

아이리버의 흥망성쇠를 그린 거인과 싸우는 법

그렇게 수개월이 지났습니다. 잠도 안오고 해서 다시 꺼내든 '거인을 이기는 법'은 요 며칠 절 잠 못 들게 했습니다. 양덕준 전 아이리버 사장의 흥망성쇠이자 아이리버라는 회사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적혀 있더군요

저자 이기형 기자는 양덕준 전 아이리버 사장이 뇌졸증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만나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이리버를 세운 양덕준 전 사장은 삼성출신의 사장입니다. 삼성에서 나와 레인콤을 만들고 수많은 창립멤버들을 모읍니다. 그리고 타도 소니를 외치면서 소니처럼 얇고 MP3를 담을 수 있는 MP3 CD플레이어를 만들어 히트를 시킵니다
양덕준 사장은 삼성과는 절대 거래를 해서는 안된다면서 혼자만의 길을 걷죠. 책에서 그런 말이 쓰여 있더군요.

아이리버의 흥망성쇠를 그린 거인과 싸우는 법

삼성은 절대 손해보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요. 또한 갑과 을의 입장에서 손해 볼 일이 많다고요.
이런 모습은 2011년도 여전하죠.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지만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이 된 기업이 없습니다. 삼성의 하청업체일 뿐이고 삼성은 그런 하청업체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회사입니다. 연말에 삼성전자 직원들이 돈잔치를 벌였지만 삼성 하청업체들은 어땠나요? 최근에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외치고 있는데 그 자체가 협력업체라고 부르고 하청업체라고 쓰는 한국 대기업들의 부도덕한 갑과 을의 거래가 있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죠

삼성과의 협업을 뿌리치고 아이리버는 독자적인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에 눈을 뜹니다. 그냥 그런 제품보다는 좀 더 근사한 디자인을 내놓길 원했고 소니처럼 얇으나 MP3까지 재생되는 MP3-CD플레이어를 내놓습니다. 이후 프리즘이라는 히트작과 메가히트작인 크래프트를 쏟아내면서 세상을 호령합니다

 

아이리버의 성공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양덕준 사장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마인드. 구속과 형식을 싫어하는 모습 속에서 개발자들과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창의적인 업무 프로세서를 갖추웠고 고객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귀담아 들었습니다.

아이리버는 다른 회사가 가지지 못한 팬들을 가진 업체이기도 했습니다. 고객게시판은 폼이 아닌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장소였고 그 하나하나에 응대했습니다. 또한 고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도 했고요. 이런 모습은 우리네 벤체기업들의 초창기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아이리버는 2004년 연매출 4,540억원이라는 어머어마한 매출을 기록합니다.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의 11%를 차지하게 되었죠. 홈쇼핑에 프리즘 제품을 선보이면 완판이 매번 되기도 하고 제 친구고 홈쇼핑에서 샀다면서 자랑질을 하더군요

 

애플이라는 거인을 만나다

아이리버의 흥망성쇠를 그린 거인과 싸우는 법

조직이 커지면 나태해지기도 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애플이라는 회사가 MP3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아이리버는 애플을 꺽고자 했습니다.
애플이 미려하고 미끈한 인터페이스와 디자인을 무기로 HDD형식의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아이리버가 점령한 플래시메모리 MP3 플레이어 제품까지 내놓으면서 아이리버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팟이라는 제품을 타도한다면서 내놓은 HDD타입의 H10은 CES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좋은 제품평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또 한 번의 히트작이 될 것 같았지만 이 H10은 잘 팔리지가 않았습니다. 거기에 제품 결함도 생기게 되어 아이리버를 수렁에 빠지게 합니다

 

사과를 씹어먹는 공격적인 광고로 타도 애플을 선언했지만 아이리버는 큰 상처만 받고 쓰러지게 됩니다
사실 아이리버가 애플을 상대하기엔 쉬운게 아니었습니다. 중소기업과 돈이 많은 대기업. 애플은 이후 삼성전자와
거대한 거래를 성사시키고 기존 제품들보다 20% 이상 싼 플래시메모리 기반의 아이팟나노를 내놓으면서 아이리버를 흔듭니다.

아이리버의 흥망성쇠를 그린 거인과 싸우는 법

아이리버는 지난 날들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예요. 가격경쟁에서 졌어요. 애플이 판매량을 보장하면서 우리보다 50%나 싸게 플래시메모리를 구입해서 파는데 가격 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더군요. 거기에 베스트바이 같은 양판점이나 유통업체 마진도 우리보다 덜 주고요

이렇게 아이리버는 가격경쟁력과 유통마진 그리고 디자인에서도 애플 아이팟에 밀리게 되고 휘청이게 됩니다.
떠나는 1.5세대 창립멤버들. 중소기업의 성장과정을 보면 꼭 겪는게 있습니다. 회사를 키울 때 고생고생한 창립멤버들은 스톡옵션을 받아서 금전적으로 큰 보상을 받고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난 후 들어오는 외부인력들은 회사에서 차도 뽑아주고 억대 연봉을 받고 들어오지만 1.5세대들은 금전적인 보상도 없고 2세대의 대우를 보면서 자괴감에 빠지죠

 

고백하자면 저 또한 그랬습니다. 창립멤버는 아니지만 회사가 오늘 내일 오늘내일할 때 들어가서 그 생고생을 해서 안정화시켰는데 그때 들어온 외부인력들은 기존 멤버들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들어 옵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 다니고 싶은 사람이 없죠. 그렇게 해서 저도 직장을 그만 다니게 되었습니다.

아이리버도 성장통에 빠지게 되고 애플이라는 거인을 만나서 크게 휘청이게 됩니다.
이후 내부 권력다툼과 함께 양덕준 사장은 회사를 타의에 의해 나오게 됩니다. 대주주인 보고펀드인 변양호씨의 권유에 의한 것입니다. 변양호라는 이름 참 한때 많이 들었는데요

이후 아이리버는 예전 명성을 잃게 되고 갈팡질팡하게 됩니다.


쓰러져 가던 아이리버는 미키마우스 모양의 M플레이어로 또 메가 히트작을 선보이게 됩니다.
이 제품 우리집에도 있습니다. 너무 귀여워서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가지고 다니기에 좋은 제품이기도 하지만 저도 가볍고 편해서 잘 가지고 다닙니다. 너무 귀여운 모습에 옷 안에 넣고 다니지만 조작성과 간편성은 아주 뛰어납니다 양덕준 사장은 타의에 의해 회사를 나오게 된 후 민트패스를 설립하고 민트패드를 만들지만 성공하지 못하게 됩니다


아이리버가 왜 인기가 있었을까요?
아이리버 이전에는 제품가격이 우선 디자인은 나중이라는 생각이 많았지만 아이리버는 디자인 우선정책을 펼쳤습니다
메가 히트작인 프리즘의 디자인을 본 개발자들은 절대로 만들 수 없다고 했지만 양덕준 사장은 그 디자인을 밀어붙였고
빅 히트를 치게 됩니다.

수많은 디자인상을 받은 아이리버. 최근에는 전자사 전고 전자책리더기 쪽으로 많이 방향을 전환한 듯합니다. 애플이 워낙 MP3플레이어에서 강세이고 스마트폰 열풍으로 인해 PMP도 인기가 시들해졌죠.


아이리버가 왜 추락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돈 좀 벌었다고 생긴 자만감. 위기의식 부재.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함을 넘어서 애플과의 싸움에서의 패배, 초심을 잃은 모습. 내부갈등 및 창립멤버 이래환과의 갈등등이 있습니다

제2의 도약을 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스마트폰이라는 블랙홀에 모든 시장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MP3, 전자사전, 전자책리더기까지 이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대신할 수 있습니다. 아이리버는 2010년 3분기 34억이라는 영업적자를 기록합니다.

보고펀드가 아이리버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요? 아이리버의 아버지라고 하는 양덕준 전 사장이 떠난 회사가 예전 명성을 잡을 수 있을까요? 아이리버의 자유로움 회사풍경이 사라지고 삼성식 규제와 관리시스템으로 전환된 아이리버. 과연 예전 명성을 되찾을지는 미지수이고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입니다.

이 책은 양덕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용비어천가로 비추어질 수도 있습니다. 책 대부분에서 양덕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칭송이 가득합니다. 특히 책 후반에 담긴 양덕준 전 사장의 지인 두 명과의 인터뷰는 양덕준 전 사장에 대한 칭송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양덕준 전 사장의 단점도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창립멤버 관리 및 인사관리는 최악이라고 남의 말을 빌어 지적합니다.

양덕준 개인에 대한 용비어천가로 비추어질 수 있습니다만 아이리버라는 거대한 중소기업의 흥망성쇠를 옆에서 지켜본 분들에게는 이 책이 아주 흥미로울 것입니다. 왜 회사가 성공을 했고 왜 망해가는지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특히 벤처기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벤처기업 사장님들이나 회사원들은 꼭 읽어봤으면 하네요. 아이리버의 성장통은 대부분의 회사들이 겪을 성장통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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