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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가장 위대한 사진집은 '가족 앨범'

by 썬도그 2011.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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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가진 사진전이 뭘까요?
사진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면  하나의 역사적인 사진전을 기록한 내용이 많습니다

그 사진전은 바로  '인간 가족전(The Family of Man)입니다.
해군장교 출신인 에드워드 스타이켄이 기획한 이 사진전은 1,2차 세계대전으로 인간사이에 팽배했던
불신의 장벽을 허무러트리기 위해서 기획된 사진전입니다

저도 전쟁영화를 보면 빨갱이들 쳐부수자고 손에 힘이 들어가고 악마같이 느껴지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누군가의 아들이고 어머니가 있으며  총알을 맞고 죽을 때는 어머니를 부르는 한명의 인간입니다.

전쟁과 상황이 사람들 사이에 미움을 만드는거지  인간 자체는 절대 악은 없습니다.
에드워드 스타이켄은  이런 인간사이에 있는 불신의 벽을 허물고자 전세계의 사진작가와 아마츄어들의 사진을 모읍니다. 약 2년동안 200만장의 사진을 모아서 그중 1만장을 프린트하고 그중 503장을 '인간사진전'에 전시합니다.

이 사진전은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는데  이런 대규모 사진전이 이전에 없던것도 있지만 사진전 자체가 전세계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것이라서 아주 쉬운 사진전이었죠.  기록에 보면 한국에서도 이 '인간가족전'이 개최되었는데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고 합니다.

사진작가 최민식을 감동시키고 그를 사진작가로 만든 인간가족전. 이 인간가족전이 감동스러운것은  모델이나 유의미하거나 유명한 사람들을 사진에 담은것이 아닌 전세계의 필부필부들의 누추한 모습들을 담아서 였을것 입니다.

사진집 많이 가지고 계시나요? 전 한 5권 정도 있습니다.
사진집 가격이 비싸서 많이 보유하긴 힘들고 주로 도서관과서 들쳐 봅니다. 저 같이 사진에 관심있는 사람이 5권 정도인데 사진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한권도 없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집에는 사진집들이 하나씩 있습니다.
그 사진집의 이름은 가족앨범입니다.

저도 가족앨범이 있습니다. 
개인앨범도 있고요. 여러분들도 있지 않나요. 어느 어머니는 딸 시집갈 때 줄려고 딸 사진집을 고이고이 그 추억을 쌓아갑니다.  그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집에 불이 났을 때 어느 어머니는 돈이나 귀중품이 아닌 가족 앨밤을 가지고 나왔다고요.  돈이야 벌면 되지만  사진은  한번 사라지면 복원 시킬 수가 없죠




서울사진축제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사진전은 경희궁과 관악구 남현동 사당역 근처인 옛 벨기에 영사관인 서울시립미술관 남현동 분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남현동 분관에서는 '삶을 기억하라'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 갔다왔습니다
남현동 분관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전시장이기도 합니다.  전 갤러리들이 대부분 모던한 곳이 많은데
고풍스러운 갤러리를 좋아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사동의 관훈갤러리와 함께 이 남현동 분관을 무척 좋아 합니다.  숭례문 근처에 있다가 82년에 해체한후 남현동으로 이동했죠.

사당역에서 걸어서 약 100미터가 가면 이 고풍스러운 건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전시회 명은 '삶을 기억하라'입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라는 말의 변주같네요. 

이 사진전은 세계보도사진전의 심사위원으로 유명한 송수정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회입니다. 


육중한 문을 빼꼼히 열면 밝은 미소를 담은 직원분들이 인사를 합니다. 팜플렛을 받고 본격적인 사진탐험을 시작했습니다.


1층과 2층 모두 사진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사진들은 대부분 기증된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층 소년,소녀를 만나다에 들어가면 눈빛출판사의 이규상 대표가 준비한 옛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진전 가득히 탈색된 빛바랜 황토빛의 흑백사진이 가득 합니다. 



지금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분들의 옛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한복을 입은 단아한 표정의 아가씨가 저의 눈을 붙듭니다. 약간은 경계의 눈빛이 가득한 아이들이 카메라를 응시합니다.  가장 키가 작은 꼬마가 약간은 인상을 쓰고 있네요.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었겠죠?


자기 머리보다 큰 중학생 교복모자를 쓰고 수학여행인듯한 풍경을 뒤로 하고 카메라 앞에 친구와 다소곳하게 있습니다.




어머니가 전화통화를 합니다.

"난 초등학교만 나온것 별로 개의치 않는데  언니들이 읍내 중학교 갔다 오면서 하얀 카라의 교복을 입고 
하교를 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어"

전화통화를 옆에서 들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제 어머니는 가정형편 떄문에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핸드폰 문자전송을 배우고 좋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른거리네요.

어머니가 부러워 했던 교복을 입은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인듯한 소녀들이 카메라를 응시합니다. 


사진전은 필부필부들이 기증한 사진으로 가득했습니다, 유명 사진작가들이 찍은 사진이 아닌 저와 여러분과 같은 아마츄어들이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삶을 기억하라?'   우리네 가족앨범들이 바로 삶이고 기록이고 인생 아닐까요?
큐레이터 송수정은 이런 사진의 소중하고 거룩함을 발견합니다. 그 자신이 가족앨범속 사진들을 폄하하던 모습을 반성하면서 이 사진전을 기획했다고 하네요

뭐 저 또한  남들이 여행가서 혹은 수학여행가서 놀러가서 찍은 사진을  
이건 이렇게 찍는것 보다는 이렇게 찍었어야해. 구도가 이게 뭐니~~ 라고 구박하던 모습이 많았지만
정작 중요한것은 사진을 찍었다는 자체가 아닐까 하네요.  가장 나쁜 사진은 찍지 않은 사진이 아닐까요?

사진은 나쁜사진이 없습니다. 좋은 사진이 있고 더 좋은 사진이 있습니다. 
 B컷이라도 찍지 않는 사진보다는 좋습니다. 

작년 가장 인기있던 사진집이었던 '윤미네집'은  사진작가의 사진집이 아닙니다
토목공학자인 고 전몽각 선생님이 자신의 딸 윤미에게 태어나서 시집가기 전까지 기록한 사진을 담은
사진집입니다.  재미있죠? 사진작가의 사진집이 아닌 아마츄어의 사진집이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다뇨

제 생각에는 아마츄어지만 사람들을 움직이는 진정성과 부성애가 가득해서 인기가 있던것은 아닐까요?




사진전의 사진들은 남의집에서 보는 사진들을 그대로 꺼내서  액자에 담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진 테두리에  사진에 대한 캡션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어느 시조시인의 사진첩은  너무나 고운 제 어머니의 결혼식 사진을 보는듯 했습니다



아버지는 양복을 입고 어머니는 한복을 입은  개화기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지금의 흑석동인데요. 사진속 왼쪽 밑에 보면 한강대교가 보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것 같은 서울이었네요. 



기념사진속을 들여다 보면 갓을 쓴 노인분도 보이고 썬글라스를 쓴  남자분들이 상당히 많이 보이네요
한창을 들여다 봤습니다. 마치 한국의 압축성장이 느껴지게 하기도 하네요

갓과 썬글라스라... 지금은 어색할 수 있는 풍경이지만 70년대 한국은 저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죠


사진전은 입소문을 탔는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 전시회는 무료입니다. 주말을 맞아 많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부모님을 이야기 합니다.





ㅋㅋㅋ 전 이런 사진을 볼때 마사 너무 웃깁니다. 지금은 저렇게 불국사에서 사진 찍지 않지만 예전엔 저렇게 난간에 매달려서 사진을 찍었나 봐요.  사람들이 주렁주렁 열린것이 마치 불국사 나무에 달린 열매 같아 보입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집이 있어서 결혼 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재산과 직업을 보지 않고 집이 있다는 단 한가지 조건으로  맞선을 보고 결혼을 했습니다
제 아버지는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알기에 가끔 부모님의 결혼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나 때문에 고생한 것은 아닌지 죄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2층에 가면 군대시절의 흑백사진이 보입니다. 


저도 군대에서 사진을 찍긴 했지만 딱 한장만 찍었습니다. 훈련병 시절 찍는 사진 말고 자대에서 한장 딱 찍었는데 군시절 자체가 저에게는 기억하고 싶은 시절이 아니라서 많이 찍지 않았네요.  



어제 보니 노홍철 군시절 사진이 화제던데요. 노홍철은 군대에서도 선임병에게 형님이라고 했다면서요. ㅋㅋ
이 사진을 보니 아버지가 군대에서 포병시절 사진이 기억나네요. 어렸을 때 사진앨범을 들쳐보다가 아버지가 
군복 입고 있는 사진을 보고 가족들이 둘러 앉아서 신기해 하던 것이 생각나네요

너무나 당당해 보이던 아버지의 사진,
지금은 세월에 지친 표정을 자주 지으셔서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얼마전 사드린 50인치 PDP TV 앞에서 
시간을 많이 보이시는데 제가 태어나서 가장 잘 산 물건 중 하나입니다.  참 신기한게 다른 물건 사드리면 

'뭐 이런걸 다 샀냐고 핀잔을 주시던데'  신기하게 TV는 아무말 안하시더라구요.  전 조혜련이 부모님들은 TV 사드리면 그냥 넙죽 받으신다고 하는 말이 맞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눈이 침침 하신데 큰 TV사드린것 아주 잘했습니다



사진가 김영석은  2001년부터 3년동안  동두천 일대의 사진관을 돌아다니면서 버려진 사진인 B컷들을 수집했습니다  





핀트가 나가고  노출이 나가고  피사체가 짤린 이 B컷들은 저를 크게 움직였습니다.
너무나 인간적이지 않나요. 완벽한 사람을 보면 인간적이지 않아 보여서 전 거리를 둡니다.

반명 허술한 사람들을 전 참 좋아 합니다.  B컷들은 그런 인간미가 가득합니다. 





이억만리 한국땅에서 복무한 미군들은 이렇게 자신의 존재를 사진에 남겼습니다.





해외 싸이트에서 그런 사진을 봤어요. 30년전 사진에서 담긴 장소를 찾아가거나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포즈를 하고 찍은 사진들을요. 이게 하나의 놀이가 되었는데요.  그 사진을 보면서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사진도 똑 같습니다. 수십년전 사진을 찍은 장소에 가서 다시 사진을 찍는 사진놀이, 저도 이런것 한번 해봐야겠어요. 그러나 제 고향집은 허물어졌고 그곳에 아파트가 들어서서 이런 사지놀이를 할 수 없습니다.

저만 그런것은 아니겠죠. 서울이라는 도시는 너무나 빨리 변합니다.




이 사진은 전북 진안 계남마을에 사는 김분례(92) 할머니의 집을 찍은 사진입니다. 혼자 사시는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집 보수를 하지 않는 채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큐레이터 송수정은 할머니에게 그대로 갖다 드리겠다고 약속을 하고 집에 있ㄴ느 사진 액자를 들고 옵니다. 


이 사진에는 김분례 할머니의 손주 손녀 자식들의 사진이 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 본인은 없습니다.  여러분들 그렇지 않나요. 가족 앨범에 어느순간 부터 아버지 어머니 사진이 사라지고 자식들 사진만 가득 차는 것을 느낄 때가 있지 않나요

누구누구 엄마 누구누구 아빠라고 더 많이 불리우는 부모님들, 그 이름 만큼 사진들도  자신의 얼굴은 없고 가족들의 얼굴들만 담기게 됩니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가족앨범에 많이 안보이는 이유는  아버지들은 항상 카메라 뒤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희생을 필요로 합니다. 그 희생을 자처하는 분들이 바로 우리네 아버지들이죠







표본실의 표본들 처럼 우리네 삶의 표본들이  가득한 방입니다.
한땀한땀 천천히 그 사진들을 보고 있을려니  그 어떤 사진전에서 볼 수 없었던 푸근함과 아쉬움과 정겨움이 가득 했습니다.   삶을 기억하라..  우리는 삶을 얼마나 기억할까요?  내 삶을 기억하는것에만 열중하고 남의 삶을 기억하는 것을 소홀하는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사진전을 보고 나오면서  '작은 인간가족전'을 본 느낌이 납니다
그 어떤 사진전보다 감동적이었고 쉬웠으며 느낌이 충만했습니다. 

주말에 꼭 한번 가보시라고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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