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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랙스관은 이제 동네 마트처럼 서울 부도심과 변두리 지역에 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예전엔 개봉영화 한편 볼려면 잘 차려입고 2차로 술집으로 갈까 커피숍으로 갈까 고민을 해야 했을 정도로 하나의 큰 행사였죠. 시내에서 영화 한편 볼려면 그 전날 미리 예매해야하는듯 미리 준비할 것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멀티플랙스관이 들어오면서 이제는 슬리퍼 끌고서 영화관에 갈 정도로 극장가는게 너무 편리해졌습니다.
제 기억에는 멀티플랙스관이 한국에 처음 생긴것이 90년대 중반으로 기억됩니다.
CGV라는 홍콩,호주,한국자본이 합작투자한 이 거대한 영화체인점이 국내에 생겼을 때 전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상영관이 10개정도 되어서 이전 처럼 영화 보기 위해 미리 예매하거나 표가 없으면 암표를 사는등 영화 보기 위해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예전엔 예매하지 못하면 극장가서 표를 산 후 몇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친구랑 만화방도 가보고
시내를 쏘다녀 보고 세운상가도 기웃거리고 해봐야 한두시간, 영화는 한 4시간 정도 더 기다려야 했을 때의 낭패감, 결국 오전 11시에 와서 저녁 6시것을 본 적도 있었죠. 이전 시간은 모두 매진이었기 때문입니다.
멀티플랙스관은 이런 모습이 사라지고 줄어들었습니다. 이 하나만으로도 멀티플랙스관의 등장을 환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멀티플랙스관이 영화에 대한 시선을 크게 바꾼것 같아 썩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멀티플렉스 상영관은 미국에서 먼저 생겼습니다.
1970년대 후반 제작진의 임금수준이 올라가면서 제작비가 올라가자 영화제작사들은 제작편수를 줄이게 됩니다. 대신 여러개의 상영관을 가진 멀티플렉스관을 늘려서 노출 빈도를 증가시켜서 수익을 많이 낼려고 했습니다
요즘 한국영화들도 제작비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홍보비를 쏟아 붇고 있습니다.
이렇게 홍보비가 증가하자 건축비와 극장운영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관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멀티플렉스관이 증가하게 됩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막대한 홍보비를 쏟아서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수백개의 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대량 소비해서 홍보비를 아끼고자 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상영이 길어지면 들어가는 홍보비가 커지게 되죠. 뭐 예전엔 홍보가 따로 있었나요? 입소문이 가장 큰 홍보였죠
이 멀티플렉스 관이 우리주변에 들어오면서 달라진 영화 풍속도가 뭘까요?
1. 영화가 대중문화예술상품에서 대중소비상품으로 바뀌다
영화는 시각예술, 음향, 시나리오 편집등 복합적인 매체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 됩니다.
영화안에는 많은 예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주 복합적인 모습이죠. 이래서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분명 영화는 유럽에서 예술적인 장르로 치부되던 시절이 살짝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영화를 예술로 보는 시선이 그렇게 많이 있지 않습니다. 특히 허리우드 영화시스템은 영화를 철저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제작합니다. 많은 대중들이 즐거워 할 요소들을 넣어서 예쁜 포장지로 포장해서 때깔 좋게 만듭니다.
제 기억속의 80년대.90년대 까지는 이 영화를 보는 시선 즉 대중성과 예술성이 양립했었습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예술영화를 보던 대중영화를 보던 했었습니다. 그러나 멀티플렉스관이 들어선 후
이런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양립했던 예술영화와 대중영화가 멀티플렉스관이 들어선후 10개의 상영관에서 모두 대중영화만 상영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예술영화라고 해도 흥행에 크게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받으면 흥행보증수표를 받은 것이지만 지금은 아예 수입조차 잘 안됩니다.
멀티플렉스관은 철저히 자본논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예술영화같이 관객이 들지 않는 영화는 상영조차 안합니다. 뭐 예술영화를 보는 관객이 늘어나면 상영관을 늘리겠죠.
예술영화 상영이 줄어서 예술영화 보러오는 관객이 줄어 예술영화를 상영하지 않는 걸까요?
아니면 예술영화 보는 관객이 줄어서 예술영화 상영이 줄어든 것일까요?
어쨌거나 제 예상과 달리 다양한 영화를 많은 상영관에서 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몇개의 영화가 교차상영 혹은 중복상영 하면서 다양성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습니다. 한 영화가 10개의 상영관중 6개 이상을 차지하는 기 현상도 자주 목격되었죠
영화 아바타가 국내에서 912개의 상영관을 잡은 것은 2300개 정도 되는 국내 스크린 개수의 반 정도를
차지 한 모습입니다.
전 이 모습을 보면서 영화관도 마트처럼 대량소비의 시대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예술로써의 시선이 줄어들고 마트에서 물건 고르듯 소비하는 시대가 된것으로 보이더군요
비약을 좀 하자면 이런 이유로 예술영화가 점점 설자리를 잃고 변두리 예술영화 전용관에서만 개봉되는 것은 아닐까요?
2. 암표가 사라졌다
제가 예술영화 좋아한다고 좀 비판적인 시선으로 봤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암표입니다. 전 암표를 싫어합니다. 그건 편법이기 때문이죠. 한번은 미리 예매하지 못한 탓에
영화표를 구하지 못해서 동동거려야 했습니다. 그냥 술마시러 가자고 했는데 옆에서 한 아저씨가 암표를 사라고 하네요. 전 그냥 가자고 했지만 여자후배가 암표 사서보자고 보채는 바람에 암표로 영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이자벨 아자니와 샤론 스톤이 나온 디아블로였던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영화 이후에는 암표를 사서 본적이 없습니다. 암표상들 정말 많았죠. 그런 암표상들 때문에 피해보는 것은 선량한 영화관객들입니다.
그런데 이 지긋지긋한 암표상들이 멀티플랙스관이 들어선 후 사라졌습니다
일단 많은 영화를 상영하고 재미있다고 소문난 영화는 10개중 5개 이상 할애 하면서 상영하기에 암표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30분 마다 출발하고 조금만 기다리면 영화 볼 수 있기에 굳이 암표를 살 필요가 없죠
거기에 요즘 인터넷 예매가 보편화 되었잖아요
3. 영화관 가기가 편해졌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이제 영화관 가는게 하나의 행사가 아닌 동네 마트가듯 구멍가게 가듯 편한 차림으로 슬리퍼 끌고 가서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예전엔 개봉관이 종로나 부도심권에만 있었는데 이제는 달라 졌습니다. 서울 구석구석 인구 밀집지역이면 큰 멀티플렉스관이 생겼습니다
이런 편리함은 극장 문턱을 무척 낮추었는데 저 또한 동네에 영화관이 생기면서 극장을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가고 있습니다. 지루하다고 심심하다고 느끼면 훌쩍 편하게 영화 보러 가지도 하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멀티플랙스관이 꼭대기층에 있는데 영화를 보고 지상 1층까지 에스컬레이터로 내려오면서
쇼핑센터들을 훑고 내려와야 하는데 여자분들 꼭 거기서 쇼핑유혹을 받더군요. 이게 무슨 샤워효과라고 하던데요. 영화한편보고 나서 돈 쓸일이 많아 진것도 있습니다
4. 영화관 프렌차이즈 시대
영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영화관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야 말도마라 국도극장 아니? 을지로에 있는거 거기서 플래툰 보는데 가운데 큰 난로가 있어"
"스카라 극장은 오래된 건물이라서 그런지 운치있고 고풍스러워서 난 좋아"
"새로 리모델링한 서울극장 가봐라 앞에 큰바위 얼굴 있어도 영화 스크린 다 보여서 좋아"
"영화관하면 대한극장이지 70mm 대형 스크린이 최고 아니겠냐 THX 음향시설은 또 어떻고"
영화관들의 특징이 다 달랐습니다.
그러나 멀티플랙스관 특히 CGV나 프리머스 롯데시네마가 점령한 요즘 같은 경우 어떤 영화관에 가도 똑같은 시설과 디자인으로 인해 그 영화관의 특징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명동 롯데리아와 신림동 롯데리아가 똑같듯 영화관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할 이야기 꺼리가 없습니다
분명 시설은 좋아진것은 있지만 영화관 자체에 대한 아기자기한 맛은 없습니다.
T.G.I 에 갔다 왔다고 하면 어느지역의 T.G.I를 갔었는지 묻지 않듯 우리는 이제 영화관 차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획일적인 모습이 아쉽지만 높아진 영화시설은 아주 좋아진 점입니다.
입소문의 설자리가 줄어들다
개봉 1달전 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고 (요즘은 좀 줄어들었지만) 포털에 광고를 하고 인기검색어 마케팅을 하면서 서서히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개봉 당일 200개 이상의 개봉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봉합니다. 예고편만 겨우 본 관객들은 어떤 영화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채 영화를 보게 되고 만족하던지 낚였다고 생각하면서 극장에서 나옵니다.
영화평론가들이 사라진 시대이니 영화평도 많지 않죠. 이렇게 첫주, 둘째주 까지는 입소문 보다는 예고편에 낚여서 혹은 혹해서 본 관객이 대부분입니다. 이 개봉 첫주 둘째주 본 관객들이 입소문을 퍼트릴 때 쯤 영화는 장기상영을 하던지 아니면 극장에서 간판을 내립니다
이렇게 빵하고 폭죽 터트리고 사라지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단지 1.2주 개봉해서 영화가 성공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들은 제작비에 맞먹는 홍보비를 쏟아내고 1.2주 만에 제작비를 다 걷어 들일 수 있습니다. 작게 만들어서 많이 상영하고 빠른시간내에 제작비를 회수하는 마케팅, 요즘 영화들을 보면 이런 마케팅을 참 많이 하더군요
이게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관객들이 예고편이나 홍보에 낚였다고 생각하게 되면 점점 영화관으로 향하는 발길을 줄일것입니다
가장 정직하고 바르고 돈 안드는 마케팅은 입소문입니다
80년대 90년대 초반 영화들은 특별히 마케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상영하면 영화 관객들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주고 입소문을 듣고 영화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족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입소문 마케팅은 거의 없고 평점 알바가 득시글 되죠.
그 어느때 보다 영화선택이 신중해야 합니다. 낚이지 않을려면 영화평들을 많이 읽어보는게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영화평론가의 글이나 페니웨이님 같은 영화리뷰 블로그를 잘 들여다 봅니다.
또한 칭찬 일색의 영화평은 일부러 믿지 않고 있습니다.
세상엔 완벽한 영화가 없기 때문이죠
멀티플랙스관이라는 거대한 영화 상영관들이 만든 신풍속도죠.
멀티플랙스관은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만족하나
다양성 측면에서는 좀 아쉬운 풍경들이 많네요. 상영관이 많으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다양성은 점점 사라지는 듯 해서 조금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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