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의 향기/음악창고

겨울의 맑고 스잔한 느낌이 가득담긴 윈터플레이 2집

by 썬도그 2010. 9. 25.
반응형

작년 여름 휴가때 남들 다가는 동해나 계곡을 포기하고 남들 안찾는 일본의 저예산 영화를 한편 봤습니다. 반골기질이 강해서
남들 다 하는것 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김탁구가 대박을 치고 있을 때도  '탁구도 치지 않는 김탁구따위'라고 시니컬 하게
봤습니다.

영화 안경을 기다리면서 영화관은 그 흔한 광고하나 내보내지 않고 음악만 틀어주었습니다.
피곤함이 밀려와 약간 졸고 있는데  한 노래를 듣고 흥얼거리게 되었습니다.

빠라라 밤빠 빠라라 밤빠 밤빠밤.  

뭐지? 노래 상콤새콤한데.  저 째즈음악에서 많이 쓰는 트럼펫소리가 들리고 가사는 계속 집시걸을 외쳤습니다.
집에오자마자 노래를 검색했습니다. 집시걸이라는 단어만 기억나서 집시걸을 검색하니  바로 나오네요

윈터플레이의 집시걸

쿵짝 쿵짝 쿵짝~~~ 노래 참 경쾌하죠. 이 노래의 간주 트럼펫소리는  모 정수기업체 CF곡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류다 뭐다 하지만 한국의 케이팝의 스펙트럼은 너무나 단순합니다.  발라드 아니면 댄스에요. 이런 단순한 음악 스펙트럼에서
전통째즈는 아니지만  다른 음악이 들리니 너무나 좋았습니다.

CF곡 이야기 나왔으니 말하겠는데  이 윈터플레이는 CF와 인연이 많은 팀입니다.
하우젠의 버블송 아주 유명하죠?  바로 이 윈터플레이가 만든 곡입니다.

트럼펫의 이주한, 콘트라베이스의 소은규, 기타의 최우준 그리고 보컬 혜원이 바로 윈터플레이의 멤버입니다.
보컬 혜원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클래지콰이의 호란느낌이 납니다.

소속사가 같아서 일까요?  윈터플레이의 소속사는 보는 음악보다 듣는 음악 지향적인 가수들이 있는
플랙서스 뮤직입니다.  이승환, 윈터플레이, 클래지콰이, 러브홀릭,박기영등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째즈는 어렵다?

전 쨰즈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음악이 째즈풍이구나 정도는 알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정도 수준이겠죠.
한국에 쨰즈열풍이 한번 있던것 기억하시나요?  장정일 작가가  ' 너희가 쨰즈를 믿느냐' 를 내놓고 드라마 째즈가 나오던것이
9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이 90년 중반의 한국 분위기는  외국 언론에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느니 하면서 과소비가
급속하게 늘던 시대였습니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외국으로 나가기도 했구요

오렌지족이 하나의 유행어가 될 정도로 80년대의 근검절약를 지나서 엄청난 소비지향적인 행동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분위기속에 느슨하고 자유롭고 시쳇말로 있어 보이는 '째즈'가 유행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97년 11월 한국은 IMF사태가 터지면서  이 거품이 싹 자라집니다.

지금도 쨰즈하면 부유층이나  와인좀 마셔주는 부류들(?)이 향유하는 고급음악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나 쨰즈가 고급음악이라는 것은 편견도 크죠.  쨰즈의 역사를 보면  흑인들의 노동요블루스, 랙타임(찰리채플린 영화 배경음으로
빠른 피아노 소리가 경쾌한 곡들 영화 스팅의 랙타임이 유명함)과  뉴올리언즈의 브라스밴드(장례행진 음악)과 클래식이 섞인
다국적 다문화로 만들어진게 째즈입니다.

뭐 루이암스트롱과 마일리 데이비스가 대표적인  째즈 뮤지션입니다.
즉흥연주와 자유로운 연주가 특징인 째즈.  악기로는 브라스계열의 소리들이 많이 들리는데  트럼펫, 섹서폰등의 소리가 자주 나옵니다.

그러나 쨰즈는 변주가 참 많습니다. 쿨째즈도 있고  비밥도 있고 경쾌한 스윙도 째즈의 변주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휴전째즈를 국내에 소개했는데 휴전째즈도 있습니다.  쿨째즈는  브라질의 삼바리듬을 만나 보사노바로 태어나기도 하구요 . 음악이란게 그래요.  올곧이  뚝 떨어져서 발전되는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섞이고  변주가 나오고 다시 섞이면서 여러장르가 나오죠

락이라는 것도 블루스가 바탕이 되었고 락의 초창기는 흑인들이 락앤롤 스타가 많이 나오다가  엘비스 프레슬리가 락앤롤을 백인문화쪽으로 끌어 옵니다. 엘비스 처음에 흑인음악한다고 백인들에게 욕 많이 먹었었죠

락은 시대정신과 반항의 목소리가 가득한 내용과 음악이 많았는데 그래서 락하면 10.20대들이 참 좋아 합니다. 사회시스템에 대한 거부움직임이 강하죠.  흑인음악쪽에서는 힙합이 그 역활을 하고 있구요.  하지만 째즈는 그런면이 강하지 않습니다.  쨰즈음악중에는 연주곡이 많은데  시대가 왼쪽으로 흘러가던 오른쪽으로 흘러가던  째즈는 사회변화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음악의 길만 쭉 갔던것이 째즈이고  째즈음악 대부분은 락이나  힙합의 랩음악보다 듣기가 참 편합니다.
이래서 째즈음악중에 이지리스닝 계열이 많죠. 특히 마일리 데이비스의 쿨째즈는 참 듣기 편한 곡들이 많습니다.

왜 우리는 째즈가 어렵다고 생각할까요? 그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자주 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국악이 어렵다고 느끼는것은 자주 들어 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죠. 째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째즈음악 들을려면 공연장을 찾거나
인터넷으로 뒤져서 들어야 합니다. 공중파에서 째즈음악 기대하기 힘들죠.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제가 음악에 대한 대단한 조예가 있는것 처럼 보이는데 째즈에 관한 책과 글을 읽고 적은 것입니다.


일본에서 더 인기있는 윈터플레이

플럭서스 뮤직에서 이 윈터플레이를 선택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음악성은 뛰어난 그룹입니다.
일본은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째즈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참 많고 째즈인기가 많습니다.  윈터플레이는 팝째즈 그룹입니다.
째즈를 하긴 하지만 째즈의 느낌보다는 팝의 편안한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브라스소리가 생각보다 많이 들리지 않습니다.
윈터플레이를 알아본것도  바로 일본이었죠. 그릐고 그들의 앨범을 유니버셜 재팬이 일본에 소개합니다.
국민적인 성향으로 보면  락은 한국, 째즈는 일본이 아닐까 합니다. 일본 관객들은 락밴드 공연도 조용히 관람한다고 하죠.
우리 같이 리액션이 강하지도 않구요. 또한 공연때는 동참하지 않고 조용히 음악을 감상합니다.
2집 첫번째 곡 “Songs of Colored Love”는 일본 아이튠즈 째즈차트 1위를 하기도 합니다. 저도 이 앨범에서 두번째로 좋아하는
곡 입니다.

어떻게 들으면  윈터플레이 노래들이  쿨째즈 계열인  보사노바 느낌도 강합니다.
전 보사노바 같은 나근나근한  노래들이 참 좋아요. 책 읽을 때  글을 쓸때 그런 음악을 틀어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잔
하면 영감이 마구 마구 떠올라요. 



겨울에 들으면 더 좋을 윈터플레이2집 투셰모나모 (Touché Mon Amour)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1집보다 좀 더 조용한 곡들이 많습니다.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늦가을에서 겨울의 초입무렵 세상이
무채색으로 점점 변해갈때 옷깃을 살짝 스미게 하는 차가운 바람이 불며  낙엽이 거리에 흐르는 모습을  커피향이 가득한 카페의 창가에서
무심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스잔하고 애처로운 기운이 가득한 노래들이 많습니다.  퍼커션과 콘트라베이스의 중후한 떨림이 둥~~ 하고 울리면서 보컬 혜원의
맑은 음색이 그 위를 자유롭게 흐릅니다. 간주에서는  리더 이주한의 트럼펫소리가  간지럽게 나옵니다.
노래들이 대부분 조용하다 보니  늦가을에서 겨울에 들으면 좋을 노래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윈터플레이인가요?
겨울에만 왕성한 활동을 하는 ^^




타이틀곡은  투셰모나모 (Touché Mon Amour)입니다.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가 섞여 있죠.  프랑스어가 있다고는 하지만  하나의 명사처럼 쓰일뿐  영어와 한국어가 반반씩 있네요.
저는 보컬 혜원의 목소리가 맑고 청아해서 좋긴 한데 개성이 좀 없다고 느껴집니다.  뭐 감히 지적하는것이라서 조심스럽지만
조금은 개성이 있었으면 더 찰질텐데 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뭐 제 느낌이니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앨범에는 총 13곡이 들어 있는데  유명가수의 리메이크곡이 몇곡 들어가 있습니다.
그중 80년대 빅히트곡 '세월이 가면'을  혜원이 째즈풍으로 부르는데  참 감칠맛 나더군요.  원곡은 내지르는 면이 강한 곡인데
혜원이 부른곡은  사랑이 지난후  그 상처 다 아물고 회상하면서 부른듯한 분위기로 부릅니다. 
째즈싱어로 유명한 노라존스의 “Don’t Know Why” 도 있구요.



제가 가장 좋아 하는 곡은 9번째 눈 내리던 어느날 입니다.
이 2집 전체를 표현하는 곡이라고 할까요?  야심한 밤 째즈카페에서 듣는 듯한 느낌마져 듭니다.  가사가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간결하고 미니멀하게 그 눈오는 창밖의 소담스러운 풍경을 건조한 눈빛으로 보는 모습이 보이네요.

2집은 어떻게 보면 쨰즈앨범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팝적인 느낌이 강하고 오히려 보사노바 노래들이 많은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져 듭니다. 저는 시끄러운 음악 별로 좋아 하지 않는데  저에겐 딱 좋은 노래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윈터플레이는 혜원의 미모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노래를 못하는것도 음악적인 깊이가 없는것도 아니죠.
째즈 불모지 같은 한국에서 이 만큼의 실력을 가진 그룹 만나기도 힘들죠. 



한국도 째즈매니아들이 많아져서 이런 윈터플레이같은 그룹이 많아지고  지금같이 팝째즈가아닌 전통 쨰즈그룹이 나와서 인기를
끌었으면 합니다.

스잔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에 딱 어울리는 앨범입니다.
2집 타이틀곡  투세모나모입니다.  윈터플레이는 유튜브에 자신들의 채널을 통해서 최신곡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