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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좀 특이한 날이였습니다. 두개의 특이한 기상현상을 경험했으니까요.
그리고 실지렁이 같은 번개가 또 잡혔네요. 30장중에 딱 두장 찍어서 그냥 철수 할려고 했습니다.
하나는 특이한것은 아니고 추석때마다 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추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상현상이었습니다.
여의도에 가서 담은 보름달은 여느때와 다르게 유난히 붉었습니다.
일명 레드문이죠
달이 아이보리색인것 같지만 항상 똑같은 색깔은 아닙니다. 대기환경, 공해나 태양빛등에 따라서 그 빛이 약간씩 다릅니다.
어제 본 달은 유난히 붉었는데 사진으로 담아보니 붉은기운이 담겨있네요.
사진을 찍은후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번쩍번쩍 하는 것이 있기에 누가 플래쉬 터트리면서 사진찍나 했습니다. 내가 가는 방향쪽에서 났는데 주기적으로 빛이 번쩍거리더군요. 그리고 알았습니다. 천둥, 번개라는것을요.
머리위에서 치는 번개를 뒤로한채 마구 페달을 밟았지만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어서 간이천막에 몸을 숨겼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꺼내서 셋팅 했습니다. 10월에 번개라. 참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죠. 그것도 추석에 번개보는것은 처음이기도 하구요.
강태공이 낚시질을 하듯 셔터를 주기적으로 누르면서 번개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세팅할때만 번쩌쩍`~~~~
속으로 음모론까지 스물스물 피어납니다. 분명 내가 카메라 셋팅할때만 치는걸까야. 그래도 계속 눌러됐습니다.
야호! 하나 건졌습니다. 화면 오른쪽 위를 보세요. 한줄기 번개가 살짝 걸쳤습니다.
그리고 실지렁이 같은 번개가 또 잡혔네요. 30장중에 딱 두장 찍어서 그냥 철수 할려고 했습니다.
영 운이없나 생각하고 철수 할려고 했지만 비는 그치지 않아서 계속 있었습니다. 비를 같이 피하던 사람들도 모두 떠났고 남은 사람은 저와 노숙자 아저씨였습니다. 제가 비를 피할려고 자전거도로변 간이천막에 들어갔을때 노숙자 아저씨 화들짝 놀라서 일어서더군요.
괜히 방해한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카메라를 접을려다가 번쩍 하는 포효가 크게 들린후 다시 카메라를 먹구름이 있는 방향으로 틀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잡았습니다.
해외의 번개사진에 비한다면 조족지혈이지만 내 생애 제대로 찍은 최초의 번개사진입니다.
이전에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찍은것이 전부였는데 어제는 제대로 담았네요.
카메라를 가방에 넣은후 천막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노숙자 아저씨가 왠지 저를 불편해 하는것 같아 보여서요.어제 날이 그렇게 춥지 않아서 노숙하기에는 무리 없어 보이지만 겨울에는 어떻게 지내실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누추한곳에서 잠을 청해도 마음만은 넉넉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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