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영화들은 감동을 주 무기로 합니다. 유머 코드보다는 개천에서 용 나는 내용을 주로 다루죠.
스포츠 영화에는 두 부류가 있습니다. 먼저 만들어진 이야기냐 아니면 실화를 바탕으로 하느냐에 따라 나눌 수 있습니다
만들어진 스포츠영화중 최고봉은 록키가 아닐까 합니다. 록키같이 흥행과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도 드물죠.
또 하나를 꼽으라면 야구를 소재로 한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온 내추럴도 꼽을 수 있죠.
그러나 실화를 소재로한 스포츠 영화들은 지어낸 이야기보다 더 감동적이고 진실되게 들립니다.
영화 불의 전차나 베른의 기적, 가까이 찾아보면 우생순 등이 있겠죠.
한국영화 제2의 중흥기인 2천년대 초는 조폭영화가 쇠파이프와 걸쭉한 욕설과 무식을 무기로 한국영화의 행동대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홍콩영화처럼 자기 복제만 계속하다가 망해버렸죠. 이제 조폭영화 만들어도 관심도 안 가집니다.
최근에 예전 조폭영화의 부흥을 꿈꾸면서 두사부일체팀이 모여서 만든 유감스러운 도시는 유감스럽게 막을 내렸습니다. 당분간 조폭영화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듯 하네요. 이 조폭영화 이후에 한국영화의 선봉대는 사라졌습니다. 여러 가지의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좋긴 하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폭영화의 바통을 이어받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바로 스포츠 영화입니다.
박중훈이 시쳇말로 돌림병이라고 말했듯이 스포츠 영화가 하나 뜨니까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생순 이후 킹콩을 들다 그리고 국가대표가 있죠. 한국 영화계에서 스포츠 영화는 비주류 영화였습니다.
돈이 많이 들고(관중을 많이 동원해야 하기에) 뻔한 스토리에 식상하기도 하고요.
사실 스포츠 영화 뻔합니다. 개천에서 용 나서 금메달이나 우승 트로피 높이 들고 끝납니다. 그 우승의 과정에서 티격태격하던 모든 것들이 우승컵을 안고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별종이 하나 등장합니다.
슈퍼스타 감사용은 별종 영화입니다. 연습생에서 시작한 감사용, 패전 전문 투수 감사용, 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다루었기에 박철순이라는 거대한 성을 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실패를 다룬 영화였지만 이상하게 가슴이 찡하더군요. 실패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아니 실패가 아닌 도전은 꼴등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영화였습니다.
스포츠 영화의 90%는 1등 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들입니다. 정형화된 감동이 있지만 그 감동의 맛이 밍밍합니다.
기대치만큼의 감동이 몰려올 때 가슴 한쪽에서는 뻔하군~~ 이라는 비아냥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영화 국가대표도 뻔한 스토리인 줄 알았습니다. 적어도 보기 전에는 이런 생각을 가졌죠.
한국은 스포츠 강국입니다. 그러나 하계올림픽은 그나마 메달을 따는 종목이 다양하나 동계올림픽으로 가면 쇼트트랙뿐입니다. 한국은 올림픽에 메달을 딸만한 종목만 집중적으로 육성시키는 엘리트 체육강국이죠. 가능성이 없는 종목은 지원도 안 해줍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때 카누에 출전한 한국의 여자선수가 코치도 통역지원도 국가에서 받지 못하고 홀로 쓸쓸히 경기를 하더군요. 이런 비정상적인 모습이 한국의 엘리트 체육입니다. 거기에 쇼트트랙은 금메달 효자종목이라고 추켜세우고 애지중지 하지만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파벌싸움을 보면서 쓴웃음이 나더군요.
그렇게 금메달 따느니 안 따는 게 낫지, 다른 나라 선수하고 경쟁하라고 응원했더니 결국 같은 한국 선수들끼리 파벌싸움이나 하고 한국의 고질적인 파벌 문제 해결은 금메달 따기보다 힘든 모습인 듯하네요
한국은 하계올림픽을 유치했지만 동계올림픽을 아직 유치하지 못한 나라입니다.
동계 운동에 대한 인프라도 없고 선수도 없고 사회스츠포도 전무한 동계체육의 후진국인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자 뛰어듭니다. 그런데 한국은 쇼트트랙만 잘하지 다른 동계올림픽 종목에서 잘하는 게 없습니다. 이런 외국의 비아냥의 시선을 타파하고자 정략적으로 스키점프단을 급조해서 만듭니다. 일본이 스키점프의 강국인데 같은 동양인으로 잘만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런 과정은 97년 당시 많은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됩니다. 한국판 쿨러닝이라는 자막과 함께 스키점프 선수들이 구성됩니다. 그러나 비웃었습니다. 저렇게 구색 맞추기로 만들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서두가 길었군요. 이제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각자의 욕망을 위해 뭉친 오합지졸 팀
네 이 영화는 한국의 스키점프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그렇다고 100% 실화는 아닙니다.
실화를 각색해서 만든 영화인데 영화 보는 내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궁금하더군요.
4명 아니 5명의 선수는 각자의 욕망에 따라 모입니다. 국가대표 마크를 달고 싶어서가 아닌 엄마에게 아파트를 사주기 위해, 혹은 코치 딸을 꼬시기 위해, 귀먹은 어머니와 정신지체아인 동생을 두고 군대를 갈 수 없다는 선수도 있고
아버지의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참가한 5명의 선수가 나옵니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기보다는 국가대표가 되면 오는 혜택인 연금이나 아파트(실제로 주지 않지만) 혹은 군면제 및 코치의 딸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오히려 이런 직설적인 욕망이 보기 좋더군요. 가끔 스포츠 영화들 중에는 우린 국가대표야!
라며 가슴의 태극마크를 탕탕 치면서 국민을 위해 뛴다라는 닭살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이죠. 이 영화 국가대표도 그런 모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모습이 닭살스럽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한국이 버린 입양아 밥, 다시 한국을 찾다.
이 영화의 실제적인 주인공이자 가장 스키점프 실력이 좋은 밥은 미국으로 7살 때 입양된 입양아입니다.
그런 그가 한국에 오게 되고 엄마를 찾는 내용을 담은 방송을 합니다.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한때 미국으로 입양된 분들이 한국의 부모님들을 찾는다고 철새처럼 찾아올 때 많은 국민들이 눈시울을 적셨죠. 밥도 친모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되었는데 밥이 미국 주니어 알파인 국가대표임을 안 한국의 스키점프 코치가 그에게 접근합니다. 이 영화에서 큰 기둥 줄거리는 스키점프팀의 고군분투의 이야기지만 또 하나의 스토리라인은 밥의 입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친모와의 관계가 나오는데 눈물을 주룩주룩 흐르게 만듭니다. 그러나 좀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이식한 모습이고 수술 자국이 약간 보여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단체 경기인 스키점프의 감동을 더 길게 끌고 갔으면 했으나 제 바람과 달리 입양 스토리라인을 길게 가져가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친모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밥의 모습이 가슴 아프면서도 답답했습니다. 이 입양아 코드는 2006년인가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에서 한국계 미국 선수가 모글스키에서 3위인가를 한 모습에서 차용한 듯합니다. 그 한국계 미국인 선수 한국에 와서 인기도 많았죠.
못 말리는 최흥철 역의 김동욱
위 사진 가운데 있는 배우가 김동욱입니다. 이 배우 연기하는 모습과 여러 가지 깐죽거리고 주접을 떠는 모습에 가수인 주접 이성진이 떠오르더군요, 그런데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왔던 그 배우더군요
이 영화에서 이 김동욱이 이 연기하는 최흥철과 하정우가 연기하는 밥은 만나자마자 티격태격합니다
또한 코치 딸을 연적으로 두기도 해서 주먹다짐도 나오죠. 이 국가대표는 큰 웃음을 나오게 하는 장면은 많지 않지만 계속 웃음이 입가에 머물게 하는 배우가 바로 이 김동욱입니다. 연기를 까불까불 잘하더군요.
다만 어린이들도 많이 보는 영화인데 욕이 좀 많습니다. 굳이 욕을 안 해도 될 장면도 욕을 하는 모습은 좀 지양해야 할 듯합니다. 욕으로 웃기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요?
능글맞은 성동일의 연기, 카메오 김수로, 오광록을 보는 재미도 솔솔
성동일의 연기는 빨간 양말로 대표되는 코믹 연기의 최고봉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지금은 좀 망가졌지만 예전에는 잘생긴 배우였죠. 이 영화에서 성동일의 연기는 아주 능청스럽고 맛깔스럽게 나옵니다. 이한위와의 더블 코믹 연기가 기대되었
지만 이한위 역할이 엄한 아버지 역할이라서 이 코믹 쌍두마차의 질주는 안 나오네요.
거기에 뜬금없이 잭나이프를 들고 나온 조폭으로 깜짝 등장한 김수로와 약사로 나온 오광록의 모습도 뜬금없지만 관객에게 청령 감을 줍니다.
성공기보다는 과정 기를 다룬 감동 스토리
스포츠 영화를 다시 두 분류로 다룬다면 성공스토리를 다루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도전의 과정을 다른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 말아톤이 그 과정을 다루어서 대박을 이루어냈고 최근에는 킹콩을 들다가 그런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 국가대표도 성공보다는 과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는 오합지졸들이 모여서 일본에서 열린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출전 기를 주요 내용으로 다룹니다.
그때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처음 출전한 한국이 기적과 같은 일을 이루어 내던 모습을요. 10년 전 일이라서 정확하게 어떻게 경기가 진행되었는지 몰라서 인터넷을 뒤져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더군요
이 영화는 이 나가노 올림픽의 감동스토리를 클라이맥스에 배치합니다.
그런데 이 클라이맥스의 시원스러운 그러나 정말 잘 만들어진 스키점프의 찬란한 CG 영상과 음악이라는 감동 소스가
비벼지면서 감동을 증폭시킵니다.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더군요. 그리고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전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싫어합니다. 또한 메달 광신도 같이 올림필에서 메달 따면 성공이고 못 따면 실패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도 싫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메달을 따냐 못 따느냐는 이야기를 다루기보다는 그 과정과 노력들을 통해 5명의 선수가 가진 상처들이 아물어 가는 모습을 덤덤하게 다루어 냅니다.
보통의 영화라면 꼴등을 했어도 감동을 주었다고 헹가래를 춰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만들어낸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이야기도 이 영화에서 스키점프 선수들은 그런 모습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당당한 승리자이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런 모습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창공을 나르는 CG에 감탄하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극장에서 국가대표 예고편을 볼 때 하늘을 나는 스키점프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바로 감동해 버렸습니다. 인간이 새처럼 나는 모습을 보면서 바로 감동해 버리더군요. 스포츠종목중에 아름다운 종목이 많지만 스키점프도 그중 하나일것입니다. 화려한 덤블링이나 몸을 비비트는 화려함은 없지만 쭉뻗은 다리와 팔 그리고 V자로 벌어진 키보다 큰 스키대를 보면서 창공을 날으는 모습은 영락없는 맹수의 모습입니다.
이 영화는 TV 중계에서 볼 수 없는 화려한 영상을 CG로 담아냅니다. CG 기술이 이렇게 발전했나요?
거의 티가 나지 않더군요. 오히려 CG임을 알면서 보면서도 손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아름답고 강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관중들은 어떻게 동원했을까요? 그것도 CG인지 아님 다른 스키대회에서 그림을 따온 것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돈 많이 들었겠다. 돈 많이 들이면서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담다니 이 국가대표라는 영화를 두 엄지손가락을 올리면서 추켜세워주고 싶은 이유는 바로 뻔하지 않은 스토리와 이 최고급의 CG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CG만 보면 10점 만점에 9.5를 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 인터넷으로 메이킹 필름을 보니 CG인 줄 알았던 장면이 실제 장면도 많이 있더군요. 와이어 캠이나 프리비 쥬얼이라고 해서 미리 컴퓨터 3D시물레이션을 그 시물레이션을 통해서 가장 역동적인 화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건 지나가는 이야기지만 이 영화에서 숨은 조연이 한 명 있는데 바로 배신의 아이콘(?)인 김성주 전직 아나운서입니다. 김성주 아나운서 스포츠 중계 정말 잘하는데 최근에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보이더군요. 그런데 대부분 짧게 나오고 비중도 없었지만 이 영화에서 김성주 아나운서의 연기(연기가 아닌 실제 중계 장면 같았음)와 멘트를 들으면서
긴장감이 더 끌어올려지더군요. 흡사 실제 나가노 동계올림픽 중계를 보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이 영화 대박 나면 김성주 아나운서 덕도 분명 클 것입니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최고라고 추켜세워주고 싶은 영화 국가대표
이 영화 국가대표 재미있습니다. 코믹함도 있습니다. 감동 많습니다. 볼거리도 풍부합니다.
몇몇 아쉬운 점도 있고 코치 딸의 옥장판 이야기와 하정우의 작위적인 입양 코드는 지적받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하지 않은 결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 영화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스포츠 영화입니다. 지금 대박행진 중인 해운대와 비교한다면 국가대표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운대가 재미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극장표 하나가 있다면 국가대표를 보라고 권해드리며 두장이 있다면 해운대까지 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 브라더스와 미녀는 괴로워를 만든 감독 김용화의 엑센트가 강한 감동의 연출력은 여전하더군요.
이 영화 대박 날것입니다. 아마 올해 최고의 흥행 한국영화가 될듯하네요. 극장 안 관객들의 평도 대단히 좋았고요.
창공을 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 국가대표 강력 추천합니다.
별 ★★★★ 1/2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