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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음악창고

신기하게 여자안티가 없었던 여자가수 이선희

by 썬도그 2009.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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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84년도였어요. 84년도 가을운동회때  어머니가 싸오신  김밥을 동생들과 먹고   6학년 2반 주둔지를 찾아갔습니다.
심하게 웨이브진  머리를 한  20대 초반의 담임선생님 뒤로  하얀 운동복을 입은 학생들은  옹기종기 모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운동회를 준비했죠.  그리고 몇몇 친구들이 당시 500원에 팔던 손바닥만한 포켓 가요를 꺼냈습니다

이 포켓가요는 주단위로 나오던걸로 기억됩니다. 이 포켓가요가 좋은것은  가수들이 부른 가요의 가사와  악보가 있었습니다.
당시 80년대 90년대 해도 인터넷이 없어서 가요 가사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필기해야 했습니다.

예를들면 이런식이요.   내가 좋아하던 가요 J에게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일단 공테이프에 녹음을 합니다. 그리고  일시정지버튼을 수시로 눌러가면서 한구절 한구절 받아 적습니다.  그 받아적은  글을  다시  연습장에 곱게 옮겨적어서 학교에 가져가면
여기저기서  빌려달라고 합니다.   당시 가장 받아적기 힘들었던것이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이었어요.

뽀미요. 사라뽀라미 에휴 젠장  ㅠ.ㅠ

글이 좀 샜군요. 하여튼 그 운동장의 먼지바람 속에서  누군가가 꺼내듯 포켓가요은 신과 같은 책이었습니다.
일일이 가사를 옮겨적는 모습이 없는  성경과도 같은책 완전체였습니다.  5분간 빌려서 종이와 펜으로  연습장에 옮겨적었습니다.
84년 그 고색창연한 가을하늘아래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있던 가요는  단연코 기필코  J에게입니다

84년 가을을 점령한 J에게


J스치는 바람에  J그대 모습 보이며  난 오늘도 조용히 그댈 그리워하네

이 노래를 누군가 부르기 시작하면   한반 전체가 불렀고  이 독창으로 시작한 노래는 합창이 되고 옆반에 까지  옮겨졌습니다
재미있었던것은  다른반까지 옮겨간 J에게는  돌림노래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큰 운동장에 한반에 60명정도 되는  학생들이 차지하는 물리적 크기가 크기에  다른반까지 가면  싱크가 맞지 않게 되죠. 요즘 소설들은 별로 보이지 않지만  당시 80년대 소설들을 읽어보면 K는 P는   B는 J는 식으로  주인공 이름을 영어 이니셜로 한 소설들이 참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뭔 객기인가 생각도 되지만  당시는 소설책에서  영어 이니셜 주인공들이 많았어요.  뭐 저는 소설 읽으면서  구분이 쉬워서 읽기 편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노래 제목에 이니셜~~~  J라는 이니셜은  J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여자들에게  야릇한 기쁨을 줍니다.
킹카인 남자가  J에게를 애절하게 부르면  정숙, 정미, 지영, 지현, 지숙 등등등이  괜히 좋아했었죠.
85년에  박혜성이 경아!!를 부를때  경으로 끝나는  여자들 엄청 좋아하더군요.


이선희의 경악스러운 뽀글 파마


이선희는 스타가 됩니다. 그리고 뒷담화시간에는 어김없이 들리는  강변가요제 당시 이선희의 헤어스타일
대박이었습니다.  이건 둘리의 마이콜의 여자친구나 마이콜의 친누나라고 하면 모든 사람이 믿을정도의 뽀글 파마, 당시 뽀글파마가 유행했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했습니다.

당시 6학년 학생들은  가발이다라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변가요제 나왔을 당시의 이선희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구요.  제가 기억하고 여러분들이 기억하는(물론 30대 중반 이상)분들의 이선희의  이미지는 이것입니다.

짧은 단발,  동그런 잠자리 안경,  그리고  바지
이  이미지는  이선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고 정체성이 되고 이선희의  그 자체가 됩니다.  라면을 먹다가 머리에 그대로 얹은듯한  최악의 머리는 어느새 단정한 단발머리로 변신한 이선희  그 단발머리는  당시(지금도  머리길이를 단속하는 한국의 중고등학교지만) 여중고생의 머리길이와 비슷함에  여중고생들의 폭발적 인기를 얻습니다.

또한  이선희의  동그런 잠자리 안경테는 유행이 됩니다. 이선희가 유행시킨것은 아니지만 동그렇고 커다란 안경테는 사람을 참 순하게 보이는 묘한 아이템이었습니다.  거기에 바지만 입고 나오는  철저히 여성성을 숨기는  여자가수. 
혹시 여중고등학교 가보셨어요.  저는  일때문에  많이 가봤는데  여중고생들 교복은 치마지만 체육복바지입고 위에 교복치마 입는 모습들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뭐 여성의 신체적 이유때문에 바지를 입기도 하지만 다리가 못생긴 학생들에게 즐겨 찾는 패션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이선희는  항상 바지만 입고 나왔습니다.

많은 인터뷰어들이  질문을 했죠

이선희씨 왜 바지만 입고 나오세요?
다리가 무다리예요.
아 예!!
오늘 무릎팍도사에서도 밝혔지만  이선희씨는 무다리입니다.  그러나 그 무다리를 본 사람은 없습니다.
치마를 입고 나올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긴 주름치마였습니다.  발톱만 살짝보일 철저한 바리케이트를 친 치마 ㅠ.ㅠ
이  단발머리, 바지, 둥그런 안경테은 이선희 패션이 됩니다

남자보다 여자들에게 더 인기가 많았던  이선희


이선희와  이선희 이후에 강변가요제 대상을 탄  담다디의  이상은은  이상하게  남자들보다 여자들에게 인기를 많이 받습니다.
두 가수가  보이쉬한 모습이라서 여중고생들의 동질감을 느끼게 했나요?   여학생들 그런면들이 있다면서요.
왠지 남자같이 보이쉬한 동성친구에게 묘한 매력을 가진다구요.  이상은은 모르겠지만 이선희의 음색은 천상 여자인데
이미지는  보이쉬 했잖아요. 단발에 바지에 .. 뭐 하여튼  이선희는 여자들에게 더 인기가 많습니다.
가수 이선희의 전성기는  84년부터 88년까지로 생각됩니다.(주관적 판단입니다)  84년 J에게로 시작해서   아! 옛날이여
책갈피에 꽂아둔 영!! 등이 대박을 터트립니다.  아!! 옛날이여는 CF배경음까지 됐죠. 80년대 중반을 쥐락펴락했던 이선희라도 음반판매량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구 명반은 없습니다.  이문세 3,4집같이 앨범 전체의 곡이 히트친것이 아닌 한두곡만 히트쳐서
한국의 100대 명반에도 들지는 못합니다.

시원시원한 보컬, 샤우트창법을 연상시키는 구름위까지 들릴듯한 이선희의 고음은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했습니다.
이선희 지금생각해도 이 만큼 부르는 여가수 찾기 힘듭니다.    그리고  최고의 절정은 88년도의  나 항상 그대를 그리워 하는데로 시작하는  나항상 그대를 이였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가수는  변진섭, 이문세, 이선희였습니다. 
이선희의 나항상 그대를이 흘러나오면   가요탑텐을 방청하러 온 여학생들이 괴성이란 괴성은 다 질렀습니다.
재미있던것은   여학생들이 이선희가 나오면 괴성을 지르는데  갓 데뷰한  미녀가수인  이지연이 나오면 침묵했습니다.
이지연이 88년에 데뷰했는데   데뷰이후 은퇴까지 여학생들에게는  공공의 적이었습니다.  이지연이  회상하는 모습을 들어보면 당시 엄청난  테러들이 많았더군요. 머리에 껌을 붙이는 여학생도 있었구요. 그러나 이선희는 여자안티팬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것입니다.  이지연은 미녀이고 이선희는 친근한 이웃집 언니같은 동질성을 느끼게 하는 외모가 가장 큰 이유일것입니다.   또한 88년 전후로 비쥬얼가수와 오디오 가수로 나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지연이 비쥬얼 가수였다면 이선희와   오디오가수였죠.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이지연이나 이선희나 오디오가수쪽이라고 할수 있을것입니다.  지금은 정알 잘난 남녀가수들 많잖아요.  그러나 가창력은   젠장이구요.
지금도 기억납니다. 나항상 그대를 그리워 하는데 를 이선희가  가요프로그램에서 부르면   방청석의 여학생들은  처음만난 사이가 아니라면  카드색션이라도 해줄 분위기였습니다.


서서히 잊혀지는 이선희


이선희는 가요사에서 되돌아보면   70년대 포크송이 지배하던 시대를 지나  팝에 가까운 가요를 부르던 가수들중 하나였습니다.
가요를 두축으로 나눈다면   대중가요와    트로트로 나누는데   한축은  미국 컨트리와 비슷한 포크송을 부르던 가수들이
80년대 들어서 팝송을 접목한   가요들을  선보였는데  신서사이즈를 적극 활용한 도시의 아이들, 나미, 조덕배, 전원석등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문세표 클래식이 가미된 세련된 가요가 나오기 전까지 이선희가  중간다리 역활을 해줍니다.
이선희의 전성기 이후에  이문세의 전성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문세는 변진섭과 이승환에게  발라드의 바통을 넘겨주죠. 

88년은 가요계에서는 풍년같은 한해였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같은 퓨전째즈 2인조밴드도 나오고 변진섭의 소프트 발라드, 김완선소방차의 댄스가수,  이문세의 고품격 가요등  대단했죠.

가요가 폭발적인 성장을 할때 이선희는 점점 잊혀집니다.  그래도 90년초 까지는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오면서  가요계가 온통  댄스음악으로 범람하면서 이선희는 산송장이 되어갑니다.  지금까지도  앨범을 내지만   그 존재를 인지하는 가요소비자들은 많이 없습니다.  이문세도 마찬가지고 변진섭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변진섭이  활동중단하지 않고 계속 꾸준하게 앨범을 냈다는 사실을 무릎팍도사를 보고 알았네요




이선희, 이선희 이선희  특별하게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지만 그 시원스러운 가창력, 그리고 추억이 가득 묻어있는
J에게, 나항상 그대를, 아!! 옛날이여.    다시 들어 보고 싶네요.  오늘밤 그 시절 그 노래들을 들으면서  그 노래와 가사와 그 시절의 향기을 맡아봐야겟네요

그나저나 이선희는 정말 왜 나이를 먹지 않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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