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의 노래를 듣다 보면 비음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데 이 목소리가 누군지 몰랐습니다. 블랙핑크 노래를 들었지만 멤버들의 노래를 자세히 들어 본 적도 없고 멤버 이름도 잘 몰랐습니다. 지금은 압니다. 그 비음의 목소리는 바로 지수의 목소리였습니다. 비음 섞인 노래는 아주 매력적인 보이스입니다. 음색이 정말 독특해서 좋더라고요.
이 지수가 노래가 아닌 대사를 한다면? 드라마 <설강화>를 보면서 목소리가 거슬렸습니다. 발성도 발음도 제대로 안 되는 느낌이고 무엇보다 연기가 참 어설펐습니다. 아이돌 가수가 연기를 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요즘 한국드라마가 잘 나가는 이유는 연기의 기본도 모르는 인기 아이돌이 연기를 덜하거나 안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노래만 했으면 하는 뉴토피아 속 지수의 발연기
비판부터 하자면 지수는 앞으로 연기 안 했으면 합니다. 노래 보이스는 매력적인데 이걸 드라마 대사로 보는 건 옳지 못하다고 느낄 정도로 귀에 박히지가 않습니다. <설강화>이후 지수의 연기력을 개선되었을까요? 그럴 리가요. 전문 배우도 아니고 꾸준히 연기 트레이닝을 하지도 않았는지 연기가 여전히 아쉽습니다.
<중증외상센터>처럼 하영, 추영우라는 신인 배우들을 기용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쿠팡플레이는 여전히 인기에 편승하고 있네요. 다만 <설강화>리는 시대극과 연기력을 요구하는 캐릭터가 아닌 현대극이자 좀비물인 <뉴토피아>에서는 그냥 리액션만 잘해도 크게 무리가 없기에 1,2화를 보면서 지수의 연기가 확 튀거나 엄청 못한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냥저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아쉽죠. 차라리 무명 배우를 기용하거나 배우도 참 많은데 왜 지수를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이게 최선의 선택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뉴토피아의 매력은 박정민, 소재와 독특함
뉴토피아는 소설 <뉴토피아>가 원작입니다. 장르는 좀비 아포칼립스입니다. 지긋지긋하죠. 코시국에 넘치던 코리아 좀비물이 꽤 많았다가 지금은 확 줄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좀비를 꺼내들었습니다. 좀 식상합니다. 이런 식상함을 최대한 독특한 설정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대부분 다 아실 겁니다. 63빌딩이나 고층 빌딩 옥상에는 대공포가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요. 서울 영공 수호를 위해서 대형 빌딩 옥상에 발칸포 부대를 배치해서 적기를 발칸 및 휴대용 대공미사일 등으로 방어를 합니다. 주인공 이재윤(박정민 분)은 이 대공포부대에서 신궁이라는 대공 미사일을 담당합니다.
군인이 주인공이지만 도심 한 가운데 그것도 고층 빌딩 꼭대기층에 있기에 상공으로도 빌딩 안에서도 방어하기 딱 좋은 공간에 위치합니다. 드라마 <뉴토피아>는 이 대공포 부대에 있는 남자 친구 재윤을 만나기 위해서 사회 초년생인 여자친구 강영주(지수 분)가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둘을 막고 있는 건 좀비입니다.
이 공간적인 독특함이 아주 맛이 좋습니다. 여기에 항공기 추락 CG나 자동차 추돌 장면 등등은 재현이 너무 좋아서 이제 자동차 연쇄 추돌 장면은 CG로도 가능하구나 할 정도로 매끈한 장면을 만들어 주네요. 그럼에도 CG의 티가 꽤 나긴 합니다. 그러나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매주 1화가 공개되고 현재 2화까지만 공개된 <뉴토피아>를 이끄는 힘은 박정민입니다. 2010년 개봉한 독립영화 <파수꾼>은 그해 큰 인기를 끌었고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이 <파수꾼>을 통해서 박정민과 이재훈 배우를 알게 되었는데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윤성현 감독입니다. 이후 2020년 넷플릭스로 직행한 <사냥의 시간>이라는 졸작을 만들어서 큰 실망을 하게 되었죠. 이 윤성현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 <뉴토피아>입니다.
윤성현 감독은 기존 좀비물과 다르게 보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느낌을 주고 있네요. 그리고 독특하게 느껴지는 부문도 꽤 많네요. 다만 좀 억지로 끌고 간다는 느낌도 살짝 있습니다.
좀비물이지만 유쾌함을 꾸준히 주입하다
윤성현 감독은 좀비물이 비슷비슷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나 봅니다. 원작 소설이 어떤 분위기인지 모르겠지만 기존 코리아 좀비물과 괘를 달리 하기 위해서 유쾌함 소스를 부어 버립니다. 좀비라는 걸어 다니는 공포가 난무한 상황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그 유쾌함의 원천은 뭐냐? 상황? 아이러니? 그런 것도 있지만 아쉽게도 음악입니다.
음악으로 억지로 유쾌함을 계속 주입합니다. 드라마 내내 경쾌한 음악이 계속 깔립니다. 여기에 박정민의 코믹 연기와 박정민과 합이 좋은 아이까지 있는 늦은 나이에 군대에 입대한 라인호 이병(임성재 분)입니다. 이 두 배우의 케미가 아주 좋습니다. 보면서 이 두 배우가 없었으면 어쩔뻔 했냐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액션은 꽤 좋은편입니다. 오픈월드 느낌은 아니고 빌딩이라는 공간 안에서 출몰하는 좀비와의 사투를 펼치는데 좀비물에서 보기 어려운 화염과 과하다고 느낄 정도의 표현입니다. 좀비물은 피를 흘리고 사지절단이 수시로 일어나지만 그럼에도 표현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서 적당히 표현합니다.
그러나 뉴토피아는 살벌합니다. 표현 수위가 아주 쎕니다. 예를 들어서 좀비 창자가 발에 걸려서 넘어지는 장면만 봐도 알 수 있죠. 이건 기존 좀비 영화에서 금기시되는 표현입니다. 역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과감하게 사용합니다. 역하지 않은 이유는 드라마톤이 유머이고 음악을 깔아서 넘어갈 수 있지만 과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예고편에도 나오지만 튀어나온 안구를 들고 지수가 소리를 지르는 장면만 봐도 알 수 있죠.
왜 이렇게 표현이 쏄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것도 기존 좀비물과의 차별성을 위한 듯 합니다. 그래서 과한 표현이 매력적이냐. 호불호가 갈릴 겁니다. 과한 표현과 함께 이전에 없던 좀비 액션이 꽤 나와서 흥미로운 점도 있지만 동시에 너무 과한 표현에 심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잔혹 유쾌극 뉴토피아. 난 추천
볼만합니다. 오랜만에 쿠팡플레이가 볼만한 드라마를 내놓았네요. 구멍도 많고 성긴 부분도 많긴 하고 앞으로의 진행도 대충 예상이 갑니다. 위 이미지처럼 질척 거리는 선배가 낀 길에서 만난 총 4명이 고층 빌딩에 있는 일병인 주인공 재윤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터지는 좀비 액션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