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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추억을 길어올리는 우물

내가 쏘아올린 유년시절의 불꽃놀이인 쥐불놀이를 생각해보다

by 썬도그 2009.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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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불놀이인줄도 몰랐습니다. 유년시절  마을 입구 공터에서 아이들이  깡통에 구멍을 뚫고  자잘한 나무들을 넣고
원운동을 하면서 그 깡통을 돌렸습니다.  깡통안의 나무들은 원심력이 일이키는 강력한 바람으로 불이 활활 타게 되었고  못으로 뚫은
깡통은  가쁜 바람을 들이마시고  화려한 불꽃을 내 뱉었습니다.  그렇게 마을입구는  쥐불놀이 하는 아이들도 가득했습니다.

그게 쥐불놀이인줄 몰랐습니다.  그냥  친구들이 망우리돌리러 가자고 해서 망우리라고 했었죠. 나중에 학교에서 그게 쥐불놀이라고 해서 쥐불놀이인줄 알았습니다. 풍년을 기원하고 논두렁의 풀을 태우는 놀이라고 하는데  풍년이 들던말던 내 알바 아니고  그냥 돌렸습니다.  어렸을때 했던 놀이중에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이 쥐불놀이는 다른 놀이들이 야밤에 하지 못하는 것에 비해(술래잡기만 빼고) 밤에 놀수 있었습니다. 물론  어른들이  마을 공터에 나와서 하나의 이름을 호명하면 망우리의 하나의 불꽃은 하늘높이 올라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망우리는  깡통의 크기가 중요합니다. 페인트통을 돌리는 친구도 있었지만 이건 좀 무겁고요. 가장  최적화되고 어린아이들 팔힘에 맞는것은  분유깡통입니다.  아기그림이 있는 분유깡통의  밑바닥과 옆구리에 못으로 구머을 내고  팔로 돌릴수 있게  철사로 된 끈을 만들면 끝입니다. 그리고 나무를 구하러 다닙니다. 산에서 나무를 구하기도 하고  여기저기에 버려진 버려진 목재를 우격다짐으로 깡통안에 넣습니다. 그리고 불을 붙이고 돌리기 시작하면  처음엔 연기만 나오다가   불이 본격적으로 붙으면  망우리의 재미가 시작됩니다.

이 망우리 돌리기는  낮에도 했지만  가장 어울리는 것은 밤에 하는 것입니다.  수십명의 아이들이 돌리는 망우리는  한폭의 풍경화였습니다.  그러나  근처 군부대의 방위병들은 지나가면서  조심하라고  지적을 해주곤 합니다. 가끔  돌리던 망우리를 잘못 던져서 군부대를 넘어갈때가 있거든요.  그런경우는 극히 드물었어요. 하지만 한번 넘어가기라도 하면  그 모습을 본 군인은 군부대에 사고전파를 하는지  순식간에  부대내 모든 군인들이 알게 되더군요.


이 쥐불놀이의 하이라이트는  돌리던 망우리를  하늘높이  던지는 것입니다. 깡통안의 나무들이  자신을 다 태우고  숯으로 산화되어 갈때  깡통안은 자잘한  숯덩이로 치환되어 갑니다. 그 자잘한 모래알같은 숯을   급작스러운 엄마의 호출이라던지  혹은  팔이 아프다던지 재미가 없어졌다는지 여러가지 이유로 마무리 할때 망우리를 던진다고  던지기 1분전에  예고를 합니다.  그 망우리를 하늘높이  포물선으로 던지는 아이주변에느 그 망우리에서 떨어져 나올 숯을 기다리는  신입 망우리어(응?)들이  대기하고 있죠.

돌리던 망우리를 어느순간 움켜진 손을 펼치면 망우리는  윈심력을  직선운동으로 변환하면서 하늘높이 올라갑니다. 
핸드메이드 불꽃놀이가  바로  망우리가 아닐까 할 정도로 그 빛은 황홀합니다.   지금같으면  카메라로 담고 싶을 정도의 아름다운
모습이죠. 그러나  지금은 망우리 돌리는  아이들이 서울에는 없습니다. 지지차에의 행사에서나 볼수 있죠.  하지만 80년대까지만해도
마을앞 공터가 있던 동네나 시골은 망우리 돌리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놀이 하나가 점점 사라지고   문방구에서 파는 비리비리한 폭축이 대신하는 듯 합니다.
오늘 정월대보름이네요.  큰 달님 보시고  큰 소원 크게크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비비디 바비드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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