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의 향기/책서평

94년 베스트셀러 1.2.3.7위를 휩쓴 (63년생 여류소설가 공지영)

by 썬도그 2008. 11. 7.
반응형
군대에서는 소일꺼리가 많지가 않습니다. 지겹게 장기를 두던가  농구를 하러가던가 하는것이었죠.
그리고 내무반에서 신문보는것도 하나의 일이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가치있고 재미있게 지냈던 시간들은
바로 군대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아니였나 생각이 됩니다.  책과 TV 두개를 놓고 한가지만 선택한다면
저는 책을 선택할거예요.  책은  상상력을 펼수 있으니까요.

책에는 그런 상상력의 힘을 키우게 하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대학입학후에 1년에 책 한두권만 읽었던
나에게 군대는 책읽는 기계로 만들었습니다. 한 200권 이상을 읽은것 같네요.  그래서 기지안에 있는 서점은
월급날때 꼭 들리는 곳이였습니다.   그리고 신간서적을 뒤져보았죠. 
그때 알게된 작가가 바로 공지영입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지영 (푸른숲, 2006년)
상세보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책은 새로운 이야기였습니다. 3명의  여대생들이 나와 우정과 사회에 길들여지고 때로는 반항하는 페미니즘 소설입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여자란  남자의 명령에 복종하고 사는 악세사리같은 느낌이 많은 사회였어요.
남존여비,  이 모습이 제대로 그려지고 있었구 모든 드라마들이 그런 모습을 요구했어요.
한국에서 여자란   길거리 에로영화 포스터의 요부나   남자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사는  순종형 여자가 가장 여자다운 여자
이상적인 여자, 본받아야 하는 여자라는 개념이 충만했죠.  그러나 문민정부 들어서고 사회가 좀더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여권신장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그때를 같이하여 나온 페미니즘 열풍에 한 축을 담당했던것이 바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였습니다.   공지영이란 신인작가의 글쓰기가 좋았습니다.
순수문학이라고 해서 젠체하고  어려운 단어 꼬아쓴것도 아니고 아주 시원시원한 글쓰기에 쉬운 문체가 맘에 들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지영 (창비, 2006년)
상세보기


이 책 한권으로 공지영은 스타작가가 됩니다.
그리고 그녀가 이전에 쓴  인간에 대한 예의가 빅히트를 덩달아 치게 됩니다.
공지영의 단편소설을 묶은  책인데 저는 이 책이 더 좋더군요. 90년대 초반 학번들은  하나의 컴플렉스가 있습니다.
80년대 학번들은 치열한  반정부시위나  대중들을 계몽시키는 지식인의 모습 일명 386이라는 문화가 있지만
90년대 초반 학번들은 그런 문화가 없습니다. 대학 입학하니 쳐죽여야 할  전두환, 노태우라는 적이 사라지고 문민정부가
들어섰죠.  그렇다고 대학생들 시위가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 격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386문화를
접할수 있는것은   노동운동을 한 소설가들에 의해 간접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노동운동가중 한명이 공지영이었습니다. 공지영은 연대를 졸업하고  구로공단에 위장취업합니다.
당시 노동운동을 하는 계열이 있었는데 주사(주체사상)파와 CA(제헌의회), PD(민중해방)파가 있었는데  작가 공지영은
민중해방파에서 활동을 합니다.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결혼도 일찍한 당돌한 여자 공지영은 구로공단에 위장취업을
합니다. 제가 사는 곳과 가까운 구로공단은 당시만해도 대학생들이 학력을 속이고 (고졸로 속임 그래야 취직시켜주니까)
공장에 입사합니다.  그리고  우매한 노동자들을  계몽시켜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게 만들고자 했죠

공지영도 공장에 취직을 합니다. 그러나 어느날 왈패같은 여자가 와서는 술한잔하자고 권합니다.
그리고 묻죠.  너 82년생이니까 63이지? 라구요.  공지영은 그 여자도 노동운동을 하는 대학생인줄 알고 얼떨결에 말하죠
아니 나 61이야. 그리고 공지영은  공장에서 내쫒기게 됩니다.   떠본것에 걸려든것이죠.
제 어렸을때도 동네 근처에 원풍모방도 있었구 해서 TV에서 노동운동을 많이 봤습니다. 뭐 TV에서는 빨갱이들이 침투해서
사회전복을 시킨다는 내용이었구 어린 마음에 여기까지 빨갱이들이 쳐들어왔구나 하면서 불안했던 기억도 나네요.

지금 원풍모방은 사라졌지만  대기업에 핸드폰 부품을 남품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의 여공들이 그 모습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서울근교 위성도시 지방도시와 20년이란 시간적 간격만 다르지  역사는 돌고 도나봅니다.

책 인간에 대한 예의는 그런 노동현장의 땀내새를 가득담고서 저를 흥분시키더군요.  386선배들의 처절하고 순수한 인간본연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여정을 느낄수 있는 책입니다.  뭐 색안경끼고 보면 빨갱이로 보는 분들도 많겟지만요

이 두권의 책에 이어 공지영은 그녀의 최고의 히트작인  고등어를 94년에 출간합니다.  출간하자 마자  기지서점에서 사서 봤습니다.  내용은  남녀사이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불륜을 주제로 하고   사회노동운동의 내용을 부주제로 한 책이였죠.

고등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지영 (푸른숲, 2006년)
상세보기


94년 당시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는  1위 2위를 고등어 상하권이 차지하고 3위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7위가 인간의 대핸 예의였죠. 94년은 공지영 열풍의 한해였습니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지영은 정말 잘 팔리는 상품이었습니다.  그녀의 책이 인기가 있었던것은  작품의 수준이나 깊이와는 무관하게 그녀의 글이 참 쉽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당하다는 것도 한몫했구요.  페미니즘의 깃발을 들고 나를 따르라~~~ 하는 잔다르크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거기에 80년대의 치열한 삶을 여자의 눈으로 재조명하는  모습도 있었구요.   딱 그 시기에 나올만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가장 다부지게 쉬운 언어로 썼다는게  그녀의 인기를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거기에 미모도 빼놓을수 없습니다.  공지영이라는 작가가 미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앗는데 다른 여류소설가들에 비한다면
미인인편에 속하고 이렇게 곱상한 얼굴을 한 여류작가를 이전에 본적이 별로 없었던지라  그녀가 자주 TV 에 나오면
깨끗하고 여자다운(?) 마스크에 왠지 더 정이 가곤 했던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모는 나중에  그녀를 자신의 세계속으로 밀어넣는  치명적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공지영이 히트치니까  나중에는 안좋은 소리들이 많이 들립니다.  글수준은 좋지도 않은데 인기영압적이라느니
노동운동 조금해놓고  세상 모든 계급간 투쟁을 혼자 다 고민하는척 한다느니   얼굴이 예뻐서 책이 잘팔린다느니 하는 모습은
그녀를  세상과 담을 쌓게 만듭니다. 결국 봉순이 언니를 내놓고 그녀는 사라집니다.
봉순이 언니
카테고리 아동
지은이 공지영 (휴이넘, 2008년)
상세보기


봉순이 언니는 좀 다른 이야기였어요. 그러나 페미니즘적 관점으로 보면 공지영 소설에 흐르는 여류작가라면 어느정도 가지게
되는 모습을 살짝 보여줍니다.  여자팔자 뒤웅박팔짜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소설  그리고 그녀는 사라집니다.

7년동안 세상으로 부터 도망갈려고 했죠. 아무래도 공지영 스스로가 세상사람들의 관심과 스타덤이 부담스럽고 힘들었나 보더군요. 그리고 절실한 카톨릭 신자가 되어 수도원기행이라는 책을 들고 다시 돌아 옵니다.

그리고 다시 히트작을 냅니다.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지영 (푸른숲, 2005년)
상세보기

이 베스트셀러는  개인적으로는 참 실망스러운 책이였습니다.
책의 소재도 진부하고 (이미 많은 영화들이 소재로 했던 사형제도에 대한 이야기)  글을 풀어가는 전개모습도 별로입니다.
거기에 어쩔수 없이 사람을 죽인 사형수라는 온정주의에  자신보다 더한 상횡에 처한 사람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치유하는 과정은 좀 억지스럽다고 할까요.  그래도  공지영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쉽고  생각꺼리를 준다는  다시 약발이 제대로 먹혀들어갔더군요.


공지영 소설을 비평해보면  수준높은 순수문학소설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판타지 소설이나  추리소설같은 대중소설도 아닙니다.
순수문학의 수준높은 문체의  분위기는 가져오면서  대중소설의 오락성을 잘 섞어 놓습니다.  그게 공지영 소설의 힘입니다.
영화로 표현하면  시네마천국이라고 할까요?  우리나라에서 소개할때 영화 시네마천국은  예술영화였지만  유럽에서의 평가는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로 분류합니다.  영화 시네마천국은  예술영화라고 할수도 있지만 오락영화라고도 할수 있는 묘한 영화
입니다. 그래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영화가 되었던것 같네요.

마찬가지로 공지영 소설도 보면  대중소설의 천박함을  순수소설풍의  문체로 접근하여 천박함을 사라지게 하고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대중소설로써의 재미와 함께 삶을 한번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곱씹어보게 하는 문학적인 모습을 동시에 볼수 있습니다.

최근에 공지영작가가 책을 많이 쓰는데  예전의 그 모습을 볼수가 없어 찾아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 제가 군대에서 그녀의 소설을 읽었던것은 공지영이라서라기 보다는  386세대의  치열한 정신을 엿보고 싶었던 모습이 아니였을까 요즘 생각하게 되네요.

공지영은 여전히 아릅답고  읽을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출판계 불황에서도 잘나가는 거의 유일한 작가중 한명이네요.   다만 (이게 실제 그녀의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도하고 콧대쎈
이미지는 좀 사라졌으면 합니다.  이런 비판을 하면  또 문걸어잠그고 안나올지 모르니 이정도로만 하겠습니다.

이런 비판보다는  칭찬할것이 더 많은 작가이기에  여기에 따로 쓰지는 않겠습니다.
대중들이 그녀의 책을 택하는것 그 선택이 무의미한것은 아니니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