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거리를 걷다 보면 재미있는 건물들이 참 많습니다. 재미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 형태가 재미있어서 관심이 가는 건물이 있는가 하면 세월의 더께가 묻어 나와 언제 누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건물들도 많습니다.
특히 정동길은 근현대사 건물의 보물창고입니다. 정동교회와 시립미술관 영국,미국대사관도 보이고요.
종로 안에는 이런 오래된 건물과 새로 만든 건물들이 혼재합니다. 그런 건물들을 보면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합니다.
저 여기 있어요 라구요. 매일 지나가는 길의 건물들에 대한 이력을 찾는 게 요즘 취미 아닌 취미가 되었네요
그냥 스쳐 지나는 건물도 그곳에 숨겨진 사연을 찾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지지만 인터넷에는 그런 역사 찾기가 너무나
힘들더군요. 인터넷은 최신 소식만 넘쳐나지 흘러간 옛이야기와 과거는 거의 말라비틀어져 없습니다.
그러다 이 책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을 발견했습니다. 몇 년 전 TV 책을 말하다는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지만 그때는 언제 꼭 봐야지 해놓고 보지 못했네요. 일단 이 책은 너무나 쉽습니다. 택시운전사 아버지가 어린 중학생 딸에게 이야기하듯 하는 내용에 건축에 젬병인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가 있습니다. 어린 딸과 6년 동안의 건축기행을 책으로 엮어낸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지나가는 건물들에 지난 이야기를 아빠가 아이에게 말하듯 쉽게 풀어서 해설해줍니다. 또한 건축에 대한 이야기 이외에 역사이야기를 동화책 읽어주듯 낮은 눈높이로 말해주는 데 읽은데 거침이 없습니다. 덕분에 책은 무척 두꺼워집니다.
책을 보면 그 두께에 질리지만 가격을 보고는 안심을 합니다.
지은이 이용재 씨는 건축학도였지만 IMF 때 건축잡지가 폐간을 하면서 실업자가 되고 그 이후에 택시운전을 하고 지냅니다.
하지만 그의 글쓰기 내공과 재미있는 건축이야기는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택기기사님들 중에 내공이 깊은 분들이 많다고 하던데 이용재 씨를 두고 한말이 아닐까 하네요
책은 정말 신명 나게 읽었습니다. 요즘 도시의 이정표 같은 건물들을 자주 보면서 저 건물은 왜 저기 언제 저런 모양으로 누가 지었을까 궁금했는데 이 책이 그 지식의 갈증에 단비를 내려주었네요. 책에 나오는 건축이야기는 서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전국의 미술관이나 기념관 성당 교회 등 근현대 혹은 최신 건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책에서 거론된 곳 중에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화가 박수근 화백의 미술관인데요. 강원도 인제에 있다고 하네요. 너무나 좋아 보여서 소양강에서 배편까지 알아봤습니다. 이 책은 여행을 부축이는 책이기도 하네요
오랜만에 좋은 책 한 권 집어 들었습니다.
건축에 문외한이지만 건축에 관심이 있는 분들, 종로를 주 활동무대로 하시는 분들, 호기심이 많은 분들, 근대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