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관심이 참 많습니다. 자주 일본에 대한 글을 쓰고 일본 정보를 보면서 참 우리와 닮은듯하면서도 이해가 안 가는 모습을 볼 때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더군요. 아침에 신문을 보는데 일본에서 생활한 미국 특파원이 쓴 책 일본의 재구성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저자 패트릭스미스는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의 도쿄지국장을 맡습니다. 그 4년 동안 일본의 여러 권력들과 실세 그리고 소소한 시민들을 만나면서 일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 책은 90년대 초에 쓰인 책으로 10년이 더 된 책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10년이 지난 후에 소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책은 세월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듯이 이 책을 저자가 올해 출간해서 내놓은 책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그 10년간의 텀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책이 좋은 것도 있지만
일본이라는 사회가 10년 동안 변한 게 없다는 것도 한 이유일 듯합니다
일본의 재구성은 일본에 대한 정치, 사회, 문학, 정체성 등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 구성원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깨 뚫는 통찰력이 깊은 글로 나를 무척이나 놀라게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본을 비판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까대기가 아닌 건설적인 비판 왜 일본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나라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비판을 합니다.
몇십 년 전 일본은 없다는 전여옥의 책이(그녀가 쓴 책은 아니지만) 일본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책이 히트치자 일본은 있다는 책이 나오더군요. 우리 한국사람들은 일본을 바라볼 때 아날로그적인 시선보다는 있다 없다 식의 디지털화된 시선, 극단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많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일본인(놈이라고 더 많이 말하죠)들은 친절하다, 혼네(본심)와 다르게 앞에서만 상냥하다, 질서를 잘 지킨다, 개성이 없다, 남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노력한 다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 패트릭 스미스는 그런 정형화된 시선으로 일본인들은 이렇다~~라고 말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어느 사회나 수많은 인간군상이 있고 그중에 일부분이 전부인양 바라보는 모습은 일본을 제대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고
지적하고 충고합니다. 일본에도 지하철 탈 때 새치기를 하고 휴지를 아무 데나 버리고 술을 먹으면 모든 걸 잘 보여주는 사람도 있고 불친절한 사람도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일본이라는 독특한 사회 시스템에서 연유된 것이지 일본의 피 속에 그런 기질이 있다는 식은 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이 심어준 민주주의 이상한 계파정치로 민주주의를 죽이다
저자는 일본의 현재 모습 중 가장 크게 비판하는 것은 정치입니다. 일본은 민주주의가 없다고 말합니다. 미국은 일본을 점령한 후 덴노(천황)를 신의 위치에서 인간의 위치로 끌어내리고 민주주의를 심습니다. 일본은 한 번도 민주주의를 해본 적이 없었지만 미국님(?)이 하사한 민주주의를 실행합니다. 처음에는 좌익과 우익의 양 날개로 잘 날아간다 싶더니 어느 날 한쪽 날개가 사라져 버리고
자민당의 1당 독제 나라가 됩니다. 50년 넘게 자민당이 지배하는 나라 일본, 독재국가가 아니면서 1당이 지배하는 모습 참 기묘하기만 합니다. 자유주의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은 정당 자민당.. 저자는 그 이유를 미국에게서 찾고 있습니다. 미국은 2차 대전 전범들을 가벼운 처벌만 하고 복권시켜 줍니다. 이게 바로 역코스입니다. 전범들이 주요 요직에 올라가고 A급 전범이 총리까지 하는 모습, 이게 다 미국이 지켜보는 앞에서 했던 일인데 미국의 묵인 아니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입니다. 대신 전범들은 미국에 절대 충성을 합니다. 그런데 역코스는 일본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친일파들이 다시 주요 요직에 올랐는데 그게 다 미국의 덕(?)이 큽니다.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자기 나라 헌법 하나 고치지 못하는 나라가 무슨 주권이 있다고 할 수 있냐고 말합니다. 미국이 선사한 민주주의와 함께 평화헌법 이것은 미국인들(맥아더)가 만든 헌법이고 아직까지 이 헌법을 고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화헌법 수정은 일본인들 스스로 터부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헌법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죠. 저자는 객관적인 시선 한나라의 시선으로 비판을 하지만 옆 나라이자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국인인 저로써는 평화헌법을 고치면 안 됩니다.
어쨌거나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라기보다는 미국형님의 품에서 키워지고 보듬어지는 12살짜리 소년입니다.
맥아더가 52년에 상원에게 말했던 말처럼 말이죠 미국은 45살 어른이라면 일본은 12살짜리 소년입니다. 이 말은 일본인들의 가슴속 깊이 새기게 됩니다. 그리고 자책하는 말로도 많이 쓰입니다.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일본의 엘리트 교육
또한 일본의 교육시스템을 비판합니다. OECD 국가 중에 일본과 한국만이 사교육비가 상당히 높은데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을 국민들의 돈으로 교육을 시키게 하는 모습은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또한 과도한 경쟁구도의 엘리트 교육시스템이 한편으로는 좋은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히키코모리 , 집단 따돌림 같은 사회적인 병리현상도 유발하고 있음을 꼬집습니다.
노동 덤핑으로 선진국이 되다
일본은 세계적인 기술 국가입니다. 하지만 일본이 이렇게 급성장한 이유 중에는 주식회사 일본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모든 국민이 국가를 위해 묵묵히 과도한 근무를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택한 것은
바로 시간입니다. 다른 경쟁국가들이 하지 않는 과도한 야근 철야 한마디로 노동력을 덤핑으로 때려 넣어서 제품단가를 낮추고 전 세계에 제품을 수출하고 그 후에 기술력을 외국제품을 모방하면서 축척합니다. 어째 이거 지금의 한국과 중국 모습 아닌가요? 일본인들은 국가를 위해 사는 하나의 일개미처럼 비추어집니다. 그게 사실이고요. 개인은 없고 오로지 국가를 위한 인간상이 정답인양 살아가고 있습니다.
근대화는 했지만 근대성을 갖추지 못한 일본
일본은 50년도 안 되는 시간에 농경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변신을 합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아시아에 유럽 국가 하나가 한세대만에 세워진 듯합니다. 일본인들은 무비판적으로 베끼기 수준으로 유럽 문화를 수입하고 일본문화와의 융화도 없이 그냥 쏟아부어버립니다. 그리고 제국주의까지 수입하여 2차 대전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는 유럽이 되었지만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근대성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이 모습은 일본의 지도층도 마찬가지입니다. 12살짜리 꼬마가 어디서 권총 하나 주서 와서 아무나 위협하면서 낄낄거리던 모습이었죠. 그 모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국제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 자기 나라에 있는 오키나와, 아이누, 자이니치에 대해 못살게 구는 모습은 전근대적인 습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화도 국수주의와 국제주의 양쪽의 선택에서 국수주의를 선택하면 미국형이 화내기에 어쩔 수 없이 국제주의 노선을 택한 것이라고 책은 지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연신 무릎을 치면서 읽게 되는 대목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왠지 쓰라린 모습도 엿보이는데 일본의 재구성이란 책 제목을 한국의 재구성이라고 해도 될 만큼 일본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이 일란성쌍둥이 같아 보여 심기가 불편하더군요. 일본 까는 것을 좋아하는 분에게 아주 좋은 책이지만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그 비판의 잣대를 우리에게 접목해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입니다. 책을 옮긴 노시내 씨도 후기에서 밝혔듯이 우리와 일본이 다른 점은 우린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를 민중들이 만들어 갔다면 일본은 미국이 만들어준 민주주의와 헌법을 아직도 원형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책은 무척 두껍습니다. 정독해서 읽다 보니 무려 3주 이상이 걸렸네요. 하지만 그만큼 새겨들을 만한 글들이 많습니다.
이 책이 왜 지금 번역되어서 나왔는지 출판사의 무모한 도전도 다 읽고 보니 무모함이 아닌 자신감으로 보이더군요.
일본을 속속들이 알고 싶으세요? 일본이라는 사회를 해부한 책 일본의 재구성을 적극 추천합니다.
책에 별 5개를 준 적이 없는데 다 줍니다. 올해 읽은 책중에 가장 인상 깊네요